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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랑교육이랑

리틀 테디

 

 

 

 

새 학년이 시작된 첫날,
그녀는 자신의 5학년 반 앞에 서서 아이들에게 진실이 아닌 말을 했다.
대개의 선생이 그렇듯, 학생들을 바라보며 '난 너희 모두를 똑같이 사랑한단다' 라고.
하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자리에 푹 꺼져 앉아있는 테디(Teddy Stoddard) 란 녀석이 바로 첫 줄에 있지 않은가.
 

테디는 탐슨 선생이 이미 한 해 전에 주시했었던 학생이다.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려 놀지도 못할뿐더러, 옷은 항상 더러웠고,
목욕을 거의 하지도 않는, 말하자면 썩 기분이 좋지 않은 아이였다.
그의 시험지에 빨간색 굵은 펜으로 두껍게 X 표시를 해대며
맨 위에 'F' 낙제점을 써넣는 게 내심 즐거운 지경까지 이르렀었다.
 

탐슨의 학교에서는 담임이 자신이 맡게 된 새 학생들의 지난 모든 생활기록을 검토하게 돼 있었다.
맨 끝으로 미뤄놓고만 있다가 마침내 열어 본 테디의 기록부,
그런데 의외의 사실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테디를 1학년 때 맡았던 담임교사는 그를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테디는 웃기도 잘하는 영특한 아이입니다. 
숙제도 아주 깔끔하게 잘하고 예의도 바릅니다. 주위에 있기만 해도 즐겁지요."


그의 2학년 때 담임은 또 이렇게 말했다.
"테디는 뛰어난 학생으로, 급우들에게도 인기가 많습니다.
하지만 아이 엄마가 불치병이라 아이 근심이 커져가고, 집안 형편이 말도 아닐 게 분명합니다."
 

3학년 담임은,
"엄마의 죽음이 테디에겐 큰 충격과 고통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아이는 나름 안간힘을 다하고 있지만, 그의 아버지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듯 하네요.
뭔가 조처가 취해지지 않으면 아이 삶에 악영향이 미치게 될 것입니다."


4학년 때 담임은,
"테디가 내성적으로 퇴보 성향을 보입니다.
학교생활에 별 흥미가 없어 보이며, 친구도 없고, 수업 중에 잠을 자기도 합니다."

 

***
이제 문제가 무엇인지를 깨달은 탐슨 선생은 자기 자신이 한없이 수치스러워졌다.
더욱 창피하게 만든 건 학급 학생들이 크리스마스 선물을 가져왔을 때였다.
모두들 예쁜 리본과 멋진 포장지로 잘 포장된 선물을 가지고 왔지만, 테디의 것만은 예외였다.  
그 아이 선물은 상점에서 물건을 담아줄 때 쓰는 투박한 갈색 종이로 엉성하게 포장된 것이어서
포장을 벗겨내는 일조차 고역이었다.


포장 안에는 알맹이가 숭숭 빠져있는 모조다이아먼드로 된 팔찌와
삼 분의 일쯤 남아있는 향수병이 들어있었다. 


아이들이 킥킥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쉬잇!  아이들 웃음을 막은 탐슨은
그 팔찌가 얼마나 아름다운지에 감탄사를 연발하며
향수를 팔목 안쪽에 살짝 발라 황홀한 듯 흠흠 거렸다.


그날 수업이 모두 끝날 때까지 하루 종일 기다린 테디가 선생님에게 마침내 말을 건넨다.
"탐슨 선생님...
 오늘 선생님 냄새가 우리 엄마한테서 났었던 냄새랑 똑같았어요..."


그가 가고 나서 그녀는 한 시간을 넘게 울었다.


바로 그날 그녀는 읽기와 쓰기, 산수 가르치는 것을 멈췄다.
대신 아이들 자체에 관심을 두고 지도하기 시작했다.
특히 테디에게는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다.
관심과 사랑을 받은 테디의 마음에 열정가 생기가 도는 것 같았다.
용기를 북돋아 주면 줄수록 그의 반응 속도는 빨라졌고,
학년 말 즈음엔 학급에서 가장 똑똑한 아이가 되어 있었다.
모든 아이를 동등하게 사랑할 것이란 자신의 거짓말에도 불구하고
테디는 그녀의 특별히 더 사랑스러운 학생이 된 것이다.

 

***
일 년이 지나, 교실문 밑에 쪽지 하나를 발견했다.
'선생님은 내 일생 통 털어 최고의 선생님이셨습니다' 라고 쓰여 있었다.


이후 6년이 흐르고, 테디로부터 또 하나의 쪽지가 도착했다.
반에서 3등으로 고등학교를 마쳤다며,
그녀는 그에게 있어 여전히 생애 최고의 선생이라 말하고 있었다.


4년이 또 흘러, 편지 하나가 또 날라왔다.
힘들 때도 있지만 대학생활 잘 버티고 있다며, 곧 수석의 영예로 졸업 예정이라 한다.
자신의 생애 최고이자 가장 좋아하는 교육자는 변함없이 그녀임을 여전히 장담하면서.


그리곤 4년이 더 흘러 역시 또 다른 편지가 왔다.
이번에는, 학사학위를 받은 후에도 공부를 좀 더 하기로 했었다고 쓰여 있었다.
그녀는 그에게 있어 여전히 생애 최고의 총애하는 교사임을 밝히는 것을 잊지 않았고,
편지 끝에 서명된 그의 이름이 이번엔 조금 더 길어져 있었다.
Theodore F. Stoddard, MD. (의학박사 테디)


스토리는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그 해 봄, 여전히 또 하나의 편지가 왔는데, 여자 친구가 생겨 결혼 할 것이라는 얘기였다.
그리곤 2년 전 자신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며
결혼식장에서 탐슨이 대신 자신의 엄마 자리에 앉아 주실 수 있겠냐고 물었다.
 

탐슨선생이 승낙했음은 물론이다.
예식장에서 그녀는 테디가 주었던 알맹이가 숭숭 빠져있는 그 팔찌를 끼고 있었다,
그리고 테디의 그 향수도 조심스럽게 뿌렸다.
테디가 엄마와 함께했던 마지막 크리스마스, 엄마에게서 났던 바로 그 마지막 냄새를.
 

서로 포옹을 하며 Stoddard박사는 탐슨여사의 귀에 속삭였다,
"탐슨여사님, 저를 믿어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나도 중요한 한 사람이고,
내 힘으로도 무언가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걸 알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렁그렁한 눈으로 탐슨씨도 그에게 되받아 속삭였다.
"테디, 건 자네가 모두 잘못 알고 있는 거야. 
나란 사람도 누군가에게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다는 걸 가르쳐 준 사람은 바로 자네였거든.
사실 자넬 만나기 전까진 가르친다는게 어때야 한다는 걸 몰랐더랬지..."


Teddy Stoddard 박사는 현재 미 아이오와주 한 병원의 Stoddard 암 병동 닥터이다.

 

***

 

 

 

 

 

 

 

 

 

 

 

 

 

 

 

 


누군가를 믿어주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판도라 상자에 남아있던 마지막 하나, '희망'은 우리가 숨 쉬는 산소만큼이나
우리 뇌에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라지요.
여러분은 지금 그 누군가에게 작으나마 믿음 혹은 희망을 불어넣어 주는 사람이신 건가요.

 


"They may forget what you said,
 but they will never forget how you made them feel."

 - Carol Buchner -

 

 

 


- 엘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