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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얘기저얘기

게들아 노올자~

 

 

 

 

주말이라 느지막히 일어나 창밖을 내다보니 밤새 내린 눈으로 온 세상이 하얗습니다.
오늘도 게 잡으러 갈까?


요즘 우리 부부, 주말이면 게잡이 다니느라 아주 신이 나 있는 거 있죠.
그간 친구네 부부들이 직접 잡은 게를 종종 선물로 건네받기만 했다가
이렇게 내 손으로 그물을 치고 그 안에 매달려 올라오는 게들을 보니
아이처럼 그리 즐겁고 신기할 수가 없는 겁니다.


밤새 내린 하얀 눈을 밟으며 남편과 그물을 매고
가는 길에 마켓에 들려 미끼용 닭갈비를 푸짐히 사서
집에서 한 30분쯤 운전거리인 공원 낚시터로 향했습니다.
눈길이 조심스러워 크래빙 나온 사람들이 있긴 하려나 싶었는데
우리 같은 사람들이 없진 않더군요.


한참 즐기고 있으려니 지나다 아빠를 따라 잠시 구경 온 어린 꼬마가
우리 그물에 걸려 올라온 게들을 가리키며 묻습니다.
"얘네들 잡아먹을 거예요?"


사실 지난번에도 어떤 꼬마가 같은 질문을 했더랬습니다.
"이거 어떻게 할 건데요?" 하고 묻길래
"응, 집에 가져가서 맛있게 요리해 먹지"라 대답하니,
그 말 들은 아이 표정이 울먹울먹해지더니 뒤돌아 자기 아빠 종아리에 얼굴을 묻지 않겠어요.
에그, 어찌나 미안했던지.


그래 이번에는,
"으응 아니... 이따가 그냥 다시 다 놓아줄 거야..." 로 전략을 바꿨습니다.


그랬더니 이상하다는 듯 우릴 쳐다보며,
"왜요? 이거 쪄 먹으면 무지 맛있는데..."


헐...

 

 

 

게들이 좋아하는 미끼인 닭갈비를 이렇게 그물 가운데 엮어 넣은 후 물에 던져 넣습니다.

 

 

 

 

 

 

 

 

 

 

 

일정 크기 이상만 잡게 되어 있어, 긴가 민가 싶은 경우엔 자로 확실히 재어봅니다.
암놈들은 크기에 상관없이 모두 놔주어야 하구요,
하루에 4마리 이상은 잡지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색이 좀 더 붉으면서 몸집이 작은 이 녀석은 Dungeness crab 류인 Red Rock 입니다.
이곳 캐나다 서부연안에서 주로 발견되는 종류인데 그 맛이 좋기로 알려졌지요.

잡기 쉽지 않은 넘들인데 운이 좋았습니다.


 

대박이닷~

 

 

 

 

집에 돌아와 잡아 온 게들을 손질해 요리한다며 남편이 주방으로 들어갑니다.
조금 있자니 주방 쪽에서 작은 소음이 들립니다.


"Are you okay?"
무슨 일인가 싶어 주방 쪽으로 고개를 디밀려는 제 앞을
잔인하니까 보지 말라며 남편이 가로막습니다.


"온몸이 조각 나 있는데도 여전히 다리가 꿈틀거리네..."
자신이 넘 잔인하고 비정하게 느껴진다며 남편은 힘든 표정으로 한참을 서 있습니다.


글챦아도, 잡아 먹을 땐 잡아먹더라도 게들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여주고 싶다며

구글신을 찾아 그 귀띔대로 게 급소를 먼저 찔러 신경을 마비시켰다는가 본데, 

암래두 효과는 별로였던가 봅니다.


"어쩔 수 없는 과정이잖아... 넘 괴로워하지 마..."
하며 다독거려 보지만 결국 나 마음 편하자는 위로겠지요.


그래도 남편이 열심히 요리해 내 온 싱싱한 '씨푸드 타이 커리',
역시나 일품이었습니다.^

 

 


 

 

 

- 엘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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