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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놀기

작은 만족 큰 행복

 

 

 

 

매양이 오늘만 같았으면...이란 말이 있던가,
더도 덜도 말고 그저 내 앞으로의 삶도 요즘만 같았으면 할 정도로
요즘 난 별거 아닌 작은 행복감에 젖어있다.
 

아니 그건 어쩌면 전적으로 더없이 힘차고 즐거워진 남편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요즘의 남편은 정말 매사가 싱글벙글 모드다.
각자의 바쁜 스케쥴대로 하루 일을 마치고
귀가하면 각자의 공간에서 또 그렇게 남은 시간을 채우며
서로가 주는 존재 의미를 점점 망각하며 하루를 마감하기 시작한 즈음에 맞은
그와 나의 생기이다.


퇴근해 집에 돌아오니 이미 문밖에서부터 음식 냄새가 솔솔 풍기는 것이
뭔가를 열심히 만들고 있는 게 분명하다.
촬영스케쥴에 따라 하루 일정이 들쭉날쭉한 남편은
이렇게 아내인 나보다 한 발 먼저 귀가한 날이면
점심을 건너뛰어 배고파 있을 아내를 위해 부랴부랴 식사 준비를 해 놓을 때가 많다.


킁 킁... 이게 무슨 냄새지?
그냥 간단히 냉동 kipper 나 하나 꺼내 튀겨 먹자는 아내의 제안에
시그니처 연어 소스 레서피를 하나 개발해 냈다며
오늘 저녁 색다른 연어디쉬를 기대하란다.

 
많이 다르면서도 한편 너무 비슷한, 따로 또 같은 우리 부부,
그게 사랑 때문이었든 성격 때문이었든 암튼 연애 시절의 허구한 날 지겹던 우리의 전쟁은
'초반의 전쟁과 후반의 평화가, 초반의 평화와 후반의 전쟁보다 훨씬 낫다' 는 설교를

미혼 후배들에게 두루 전파 중일 정도로
결혼과 함께 평화모드 내지는 진정 국면으로 바뀌었더랬는데,
그도 지나쳐 이젠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지 잠시 잊을 만큼
무감각해지기 시작한 지난 몇 년이었던 거다.

 

 

 

 

 

 

 

 

 

엄마 있쟎아, 어떤 아줌마가 내 앞에 자꾸 사진기를 들이대서 무서오 죽겠어요...

 

무서워 하지 마, 그건 네가 넘 예뻐서 그런거란다 아가야.

 

홍홍... 부끄러워...

 

 

 

 

 

 

 

 

 

줄려 죽겠는데 우씨...

 

 

 

 

 

 

 

 

 

아, 넘 잘 먹었다.
접시에 남아있는 소스 자국을 혀로 날름거릴 정도로
남편의 신개발 시그니처 피쉬소스는 대성공이었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 차를 마시며 남편이 미소 띤 얼굴로 말을 꺼낸다.
"저번에 네가 한 말 있잖아, stress free."


요 언젠가 그에게 그런 말을 하긴 했었다.
"나 요즘 정말 행복해, 집에든 학교든 모든 게 stress free 야.
매일 매일의 삶이 요즘 같기만 하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아."
그 말에 남편의 표정이 환해지더니 곧 감격스러운 낯빛으로 변했더랬다.
그 말이 그리도 감격적이었는가 보다.


"넌 모를 거다, 네 그 말 한마디가 내게 얼마나 큰 행복과 자부심을 주었는지를.
남자로서, 아니 남편으로서 아내의 그런 말 이상 더 큰 찬사가 있겠어?"


아...
내 아주 작은 만족의 표현이
내 다른 반쪽의 삶에 그렇게 큰 기쁨과 활력을 줄 수 있단 것을,
그리고 그로 인해 나 더욱 행복해 질 수 있음을
더 일찍 알았더라면... 싶었다.

 

 

 

 

- 엘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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