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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랑교육이랑

특혜

 

 

 

 

오는 새 학년도 아이비 입학생 임시 명단을 들여다보니 두 명 초과 표시가 되어 있다.
매년 테스트를 통해 선별된 학생들에게만이 입학 자격이 주어지는 이 IB Diploma프로그램은
세계 유수 대학에서 이 디플로마 졸업자들을 선호 우대하는 추세에 맞춰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관심 집중을 받으며 높은 경쟁률을 보이고 있는 대학수준의 차별화 된 프로그램이다.
한국엔 몇몇 외국인 학교에서만 제공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입학정원수보다 지원자가 훨씬 많아 많은 수를 탈락시킨 후,
거르고 걸러 최종 명단을 구성해봤지만 여전히 정원 두 명 초과란다.
입학 평가점이 거의 대동소이한 소수 정예로 걸러진 명단이라
그중 두 명을 다시 떨어내기는 좀처럼 쉽지가 않은 것이다.


이 고민을 전해 들은 교장이 리스트를 함 보자 한다.
이메일로 리스트를 전해 받은 교장은 반나절쯤 지나
고민을 자아냈던 두 명 초과 인원이 알맞게 조정된 수정리스트를 보내왔다.


그런데 검토해보니 리스트 상에 있던 교장과 교감의 자녀 이름 둘이 더는 그곳에 없었다.
그들 스스로 자신 자녀들의 자리를 포기한 것이다.
그들은 여러 면에서 평가점 상위권으로
리스트 상위에 당당히 있어도 좋을 충분한 이유가 있는 지원자들이었다.


이쯤이면 미안함과 존경심이 새삼 생기지 않을 수가 없다.
자신 자녀들을 끝까지 넣자고 욕심을 부리자면 그리 어려울 것도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들의 두 자녀가 설사 자격 미달인 학생이었다 하더라도
짐작건대 한국 같았으면 다른 두 명의 희생양을 만드는 일은 일도 아니었으리라.

 

 

 

 

 

 



 

프로그램 지원자 중에는 교육감이나 정치인 자녀도 종종 있다.
처음부터 아예 자격 미달로 돌아간 경우도 있고,
어중간한 평가점 탓에 waitlist (대기자명단) 에 들어있다가 결국 정원 초과에 밀려 탈락한 상황도 있다.
그렇다고 그 누구도 소수점 올려붙여 어떡해서든 명단에 넣어주려고 안간힘을 쓰진 않는다.
결과에 항의하거나 힘을 가하려는 지원자 부모도 없다.


사실 특별할 것도 없는 현상들이다.
그 부모가 누구이며 어느 위치에 있는 사람이든간에 결코 부정 특혜가 있을 수 없는,
그건 이곳 사회가 자로 재듯 너무나 청렴결백해서라기 보단
그게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이곳 교육 환경이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의 자녀가 담당 클래스 혹은 학교에 배정되었다고 해서,
그리하여 갸가 내 자녀고, 갸가 어마무시한 누구누구의 자녀라 해서
뭔가 플러스알파를 준다거나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않는다.
졸업할 때까지도 누가 아무개 누구의 자녀란 걸 모르고 지나는 경우가 많고,
안다 해도 그게 뉴스거리 될 일 또한 아닌 것이다.


봉사활동, 자선활동, 궂은일 뒤처리 등을 유난히 많이 맡아 한다 싶으면
일단은 그들이 학교 임원이나 집행부 자녀임을 추측해 볼 수도 있다.
그들의 봉사 활동들은 왼손과 오른손의 관계처럼 무척이나 조용하고 자발적이어서
그 학생이 졸업한 후에야 그가 누구의 자녀였다는 걸 알게 된다거나,
아예 끝까지 모르고 넘어갈 경우도 많다.


그들이 특별한 건 고위 간부나 임원의 자녀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런 자발적이고 모범적 행동에 대한 주지와 격려가 바로 그들 부모,
그들 부모의 부모로부터 내려온 훈육에서 비롯된 것이란 걸 모르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에선 특목.자사고 폐지니 재지정이니 하는 문제로 한동안 찬.반론이 팽팽했던 모양이다.
좋은 의도가 변질되어 성취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편법이 생겨나고,
공립학교 위상이 땅바닥으로 추락하는 역효과에 함께 심한 사회적 서열화를 일으킨다면
어떤 식으로든 단호한 칼질이 이에 가해져야 할 것이다.


언젠가 유튜브를 통해 한국의 특목중.고의 정부 고위 간부와 유명인 자녀의
입학 특혜를 파헤친 어느 르포를 본 적이 있다.
자격 미달 자녀를 위한 그들 부모의 눈먼 사랑도 사랑이지만,
'비경제 사회배려자'란 새 케디고리까지 만들어 어떻게 해서든 막강한 배경의 자녀들을
합류시키기 위한 학교 측의 꼼수는 차라리 눈물겹기까지 하다.


재벌 자제 입학 특혜, 청탁 입학, 편법 입학, 기여 입학...
부모의 부와 권력이 뿜어내는 무소불위의 짜릿한 힘을 그들 자녀는 맛보며
조금 더 쉽게 세상 살아가는 편법과 특혜를 일찌감치 습득하고 있는 셈이다.

 

 

 

 

 

- 엘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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