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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와의 추억

갑 케이 을 부부

 

 

꺄악! 꺄악!


무거워진 눈꺼풀을 붙들고 잠자리에 누운 순간
옆방 케이의 소프라노 고함이 온 집안을 뒤흔듭니다.


"케이방에 불 안 껐어?"
"글쎄... 안 껐나 내가?"


졸린 눈을 비비며 슬리퍼를 신고 케이방으로 향하는 남편, 다녀와 침대에 다시 누우며
"아휴 지지배, 성깔하고는."
"큭. 일절 없다니깐"


잠을 자려는데 제 방에 불이 환하니 잠을 못 자겠다 이거지요.

불도 꺼주었으니 이젠 괜찮겠지 하며 다시 잠을 청하려는데
꺄악! 꺄악!


에고, 이번엔 또 뭐지?
분명 뭔가 여전히 거슬리는 게 남아있다는 얘깁니다.


다시 다녀온 남편,
"아까 불 꺼주고 나오면서 방문을 꽉 안 닫았나 봐 내가."
"큭"


이렇게 울 케이양의 까탈스러움은 못 말립니다.


사실 케이는 빈방 하나를 혼자 독차지 하고 있습니다.
방이 남는 참에 저나 우리나 서로 편하자고 그런 특혜를 애초에 제공했던 건데요,
이 지지배가 그 방을 이젠 온통 지껄루 아는 겁니다.
누가 동물 본능 아니랄까 봐 자기 관할구역은 자기 맘대루다 뭐 이거지요.


넘버 투인 저는 그래도 좀 봐주는 편인데,
울 남편, 울 셋 중 넘버 쓰리인 불쌍한 남편은 케이에게 사사건건 트집이 잡힙니다.
제 방에 발이라도 디딜라치면 대번에 고함이 시작되며
사납기 그지없는 '매'의 공격모드로 들어가 매섭게 쪼아대는 시늉을 합니다.

 
더 우스운 건, 그런 케이를 남편이 은근히 무서워한다는 거예요.
아니, 사고뭉치 핏불이나 셰퍼드도 단번에 기선 제압해 길들이는
그 정평 난 지략과 용맹은 대체 어디로 다 도망가고
저 자그마한 케이의 콕콕 부리가 무서워 먹이 든 손을 들이댔다 말았다 하는 겁쟁이라니요,
"잉 무서워, 그냥 자기가 줘."
정말이지 미스터리입니다. ㅋ

 

 

목욕후 젖은 머리, 한 컷 찰칵~

젖은 머리에 헤어젤을 바를까 말까...

 


 

암튼  해가 지면 케이는 자기 방으로 어김없이 데려다 달라 하고
녀석이 취침모드에 드는 순간부턴 방은 캄캄해야 합니다.
새나 사람이나 일정 시간 숙면을 취해야 건강과 수명에 좋기에
처음 얼마간 푹 잘 자라고 녀석 방을 깜깜하게 해 준 것이었는데
이후론 그걸 스스로 규칙 삼아 이렇게 우릴 부부를
한치의 예외도 없이 몰아치는 겁니다.


뿐인가요,
주말이면 어김없이 목욕물을 준비해줘야 합니다.
목욕이라 봐야 큼지막한 플래스틱 그릇에 물을 반쯤 담아 주면 그 안에서 반신욕 하는 수준이지만,
그래도 해달랄 건 다 해달랍니다.
등에 물도 끼얹어주어야 하고, 그러면서 티클티클 뒷목도 긁어줘야 하고,
부리와 손/발도 이따금 만지작거려 줘야 합니다,
물 온도가 맞지 않으면 꽥꽥거리며 다시 가져올때까지 들락날락 요란하지요.


에혀, 울 시어머니께서도 시키지 않는 시집살이를

이렇게 제가 케이에게 당하고 있습니다. ㅎ

 

 

 

 

케이야, 이웃집 엄친아 peekaboo~ 코디 처럼은 암래두 무리겠지?

그래, 걍 뽀사시 셀피나 찍자~~

 

 

 

 

 

- 엘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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