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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랑교육이랑

아이와 사병

 

 

 

 

 

그 덩치 큰 여성의 무자비한 한방에 마치 무협영화 특수효과처럼
아이가 퍽! 날아서 내동댕이쳐지는 모습이었다.
네 살배기를 향한 그런 폭력의 이유가 고작 아이가 반찬을 남긴 때문이라니.


나가떨어진 아이가 두려움에 울기보단 군기 쩐 군인처럼 바로 일어나 동작 가다듬고 선 걸 보면
이미 이전에학습된 비슷한 폭력적 상황 후 대처방법이란 걸 짐작하긴 어렵지 않았다.
그 해당 보육교사는 결국 징역 2년 확정판결을 받고 복역 중이란다.


그런데 또 이번에는 장난을 친다는 이유로 탁자를 거칠게 밀어붙여
네 살배기 아이의 앞니를 두 개나 부러뜨린 보육 교사가 경찰에 입건됐다는 기사가 보인다.

CCTV를 마주한 그 아이들 부모마음을 가늠해보며 가슴이 무너진다.

 

 

사진: 연합뉴스

 

 

 

먹기 싫은 것, 배부른 것을 꾸역꾸역 먹으라 해서 먹는 일은
키우는 반려동물들도 그리 못할 것이고,
우리 집 앵무새 케이도 제 싫은 건 그야말로 목을 비튼다 해도 먹지 않는다.
쉿 한마디에 쥐죽은 듯 조용하면 그게 아이이던가.


아이 때부터 저런 폭력에 노출돼 성장하는 아이들 가슴엔 무엇이 새겨질까.
'잘못하면 벌을 받는다' 일까,
'폭력은 강한 자가 행사할 수 있는 무서운 힘' 일까, 아니면
'서열과 복종의 미개학' 일까.


나라 부름을 받고 군대에 갔다 선임에게 맞아 죽은 윤일병 사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속수무책으로 당할 밖에 없는 저 네 살배기 꼬마들이
힘없는 일개 사병과 무엇이 다를 것인가.

 

***


어린이집이든 학교든, 한국이든 세계 어느 나라든,
나이 다르고 환경 달라도 가르침을 받고 가르침을 주는 이들 간의
크게 다르지 않은 기본이 있다면 그것은 상호'존중'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지킴은 개개인의 호불호를 떠난 하나의 '룰'이기도 하다.


언젠가 한 선임 동료가 그런 넋두리를 했다,
"난 애들이(학생들) 이 너무나 싫어. 진절머리가 나!"


교사도 사람인지라 스트레스가 있고 싫고 좋음 있는 게 당연하기에 이해 못 할 것도 없는 일이지만,
그 누구보다 열정적 모범을 보여주어 온 그녀에게서
그런 노골적 불평이 나오리라곤 전혀 예상 못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의 그런 불평이 그녀로 하여금 학생들에게
무례의 낯을 보인다거나 덜한 성의로 수업에 임하게 한다거나 하는 일은 절대로 없다.
아니 오히려, 그녀는 인기 있는 교사, 잘 가르치는 교사,
무엇보다도 '친절하고 자상한' 교사 넘버 원 타이틀 소유자인 거다.


직업이라는 게 자신의 적성에 딱 맞는 것만 있는 것도 아니고,
자신의 적성에 맞는다고 해서 꼭 잘하게 되는 것만도 아니다.
마찬가지로, 맞지 않는 적성이 그 자질 자체마저 무너뜨릴 수는 없다,
위 동료처럼 말이다.


내 경우를 보더라도,
종종 학생들이 내 앞에서 주눅이 들어 있는 모습을 보면
사실 나란 사람은 오히려 엄격하고 다소 불친절한 쪽에 가까울 것에 틀림없으니
꼭 적성에 맞는다곤 자신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아이들을 싫어하는 건 아니고
내 자질에 자부심이 전혀 없달 수도 없지 않은가.

 

***

 

자신의 적성에 맞지도, 잘 수행할 능력도 없는 직업을
단지 생계유지로만 수단 삼는 일부 미자격 보육교사들로 인해
얼마나 많은 어린 영혼에 피멍이 들지,


또, 그 닫힌 공간에서 선택의 여지 없이
자신이 의지할 밖에 없는 대상에게 인성.감성 발달의 가장 중요한 시기를

맞으며 꼬집히며 자란 아이들,
잠재의식 속에 그 대상을, 그 기억들을
어떤 형태로 발효시키며 그들이 성장하게 될지.


교사를 구타하는 학생,
자녀에게 맞는 부모,
상사에게 총구 겨누는 사병,
그 근본적 클루를 찾아내기란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 엘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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