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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얘기저얘기

기발한 전략



우리부부 달랑 두 사람 먹자고 사기엔 그 포장단위가 너무 벌키해
수년간 거의 발길을 끊다시피 한 Costco 를 근래에 애용하기 시작했다.
그곳 pharmacy 의 dispensing fee (처방 약 조제 비용) 이
비씨주 통틀어 반값 정도로 제일 낮다는 고급 정보를 우연히 알아냈기 때문이다.


조제약이 준비되기까지 길게는 몇십분간 기다려야 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어슬렁거리며 마켓 안을 둘러보는데
마치 무엇에 홀린 듯 어느샌가 나는 나대로 남편은 남편대로 이것저것 카트에 담기 시작한다.


결국, 주목적인 조제약 픽업은 까맣게 잊고
먹거리 샤핑만 잔뜩 들고 집에 온 황당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는 사실. 이룬.


암튼, 아무리 넓은 대형마켓이라도 대부분은 자주 가다 보면 무엇이 어디쯤 있는지
거의 암기할 정도로 내부 구조에 훤해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일 거다.
그런데 이 Costco에선 이상하게 동선 혼란이 종종 발생한다,


"자갸, 이 치약세트 가격 참 좋다. 사자!
그런데 이 치약세트는 지난번 저짝 칸 뒷쪽 판매대에 분명 있었거든?"


헷갈린다 싶으면 곧 내 잘못된 기억이거나 착각쯤으로 넘어가곤 했지만
이번엔 좀 아닌 것 같았다.
내게 조기 치매가 생긴 게 아니고서야 내 기억에 틀림이 없음이라.

이번만큼은 내가 결코 틀리지 않음을 증명하리라.

마침 근처를 지나는 직원 한 명을 붙들고
이 치약세트들이 원래부터 이 장소에 놓여있었던가를 물었다.


그런데 그의 대답,


"아녜요, 일부러 품목들 진열 위치를 자주 옮깁니다..
그래야 샤핑객들이 그들을 여기저기 찾아다니는 과정에서 다른 제품들도 보게 되지요. 하하.
"


아하...
참으로 지능적이고 교묘한 마케팅 전략이다.


우리부부 그 기발한 전략에 역시 말려 홀린 듯 담아온 구매 예정 없던 몇몇 물건들,
그러나 멋지게 한 수 배운 날이었다. 하하.

















****


지난겨울 크리스마스 배너를 이 푸르른 5월이 돼서야 바꾸게 되었네요.
제가 너무 무심했지요, 죄송합니다.
나름 사연이 있긴 했지만 차차 풀어놓기로 하겠습니다...





- 엘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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