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혼자놀기

슬픈 아내의 작은 부러움 저녁 먹으러 오란다. 어찌어찌 건너건너 알게 된 세 살쯤 된 아들 하나를 둔 아랍계 부부다. 가는길에 부부가 술은 전혀라니 와인대신 자그마한 케잌 하나와 꽃 한 묶음을 사고, 초대해 주어 고맙다는 간단한 인사카드. 문을 열고 부끄러운 듯 조용조용 우릴 맞이하는 무척이나 심성 .. 더보기
어떤 공짜 어떤 공짜 1 집 우편함에 광고물 한.두개쯤 안 끼어오는 가정은 없겠지요. 어느날, 집 우편물 속에 광고쪽지 한장이 끼어 들어왔습니다. 여성 pantyhose(팬티스타킹) 에 관한 내용인데 무료 샘플을 보내줄테니 설문지에 원하는 사이즈와 색상을 알려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뭐 밑질거야 없단 .. 더보기
자정이면 걷는 아이 그때가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쯤이었을까, 엄마의 갑자기 바빠진 직장일로 엄마품을 잠시 떠나 막내이모댁에 맡겨져 시간을 보냈던 적이 있었다. 그 당시 신혼이나 다름없던 막내이모에겐 갓난딸 (내겐 이종사촌인)이 하나 있었는데 이제 막 발자국 떼며 걸음마를 겨우 시작한 어린 아.. 더보기
시아버지 첫 생신상 "우리딸 그렇게 음식만들길 싫어해서 이담에 어떻게 시집갈꼬?" 주방 들어가기를 죽기보다 싫어하는 어린 딸내미를 보며 웃음반 걱정반이시던 친정어무이의 말이다. "언니두 참, 요즘에 요리 직접해 먹는 가정이 얼마나 된다구. 글구 자기 팔자는 자기가 만든다고, 요리를 즐겨봐 봐, 허.. 더보기
안개바다 "이 숫자가 뭔지 잠깐 들여다 봐주겠어요?" 방학 특강기간 동안 교육청에 웤스테이션을 마련했던 지난 여름, 개인 친분이 있는 교육청 페이롤 (급여담당) 스탭이 깨알같이 작은 숫자들로 빼곡한 리스트를 들고 와서는 내게 하나만 봐달란다. 은퇴를 곧 앞둔 베트런이니만큼 그의 시력 .. 더보기
뾰족구두와 로옹드레스 고무신이라고요... 그건 한번도예요. 엄니 뾰족구두는 몰래 몰래 많이 신어봤지요. 치렁치렁 드레스도 살짝 걸쳐보구 장미빛 립스틱도 덕지덕지 칠해보구... 아부지가 미국서 한 때 작은 사업을 하셨었는데 프랑스로 나가는 여성 숙녀복을 만드는 일이었어요. 물론 나중에 조금 더 커서 .. 더보기
사나이답게 크는 일이란 남성다움. 사나이답게 크는 일. 남성性 (masculinity) 에 대한 여러 영어사전 뜻풀이를 보자면 "남성에게 자고로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전형적 특성" 이라고 돼 있을 뿐 그 성격적 특성이 어떤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사전은 찾아볼 수가 없다. 결국 다소의 차이를 두고라도 남성성/여성.. 더보기
그녀 최선의 선택 라틴의 어느 허름한 마을. 회색 셔츠를 입은 한 남자가 버스 정류장에 서있고 매일 일정한 시간을 순회하는 마을 버스는 이날도 어김없이 와 정류장에 선다. 버스 문이 열리고 남자는 형식적인듯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총총히 버스에 오른다. 무표정의 남성적 투박한 여성 버스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