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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얘기저얘기

하마터면

 

 

 

 

 

벌써부터 꺼내놓았던 크리스마스 츄리 장식을 드디어 마쳤습니다.^
바로 얼마전까지도 멋진 단풍칼라를 선물했던 기특한 가을이를 서둘러 쫓아버리고
이렇게 일찌감치 겨울맞이를 해버린 것 같아 조금 미안한 마음까지 드는거 있죠.^


한겨울 펑펑내리는 함박눈 보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때문일까요,
올 겨울엔 눈이 많이 내렸음 좋겠다...는 철없는 소리가 이 무렵이면 새어나오고
함박눈이니 화이트 크리스마스니하며 하얀 겨울의 꿈을 포기할 수 없는 건
어쩜 억지로 붙잡아 매고픈 무의식 속 제 동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메리크리스마스

 

재작년쯤 이던가요, 그날 한참 오후수업이 진행되고 있던 즈음에 눈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점점 굵어지는 눈발에 학생들 귀가길 안전이 걱정된 학교측에선
수업을 짧게 마친 후 일찌감치 학생들을 귀가조처하고
전 교직원도 귀가길을 서두릅니다.


직장에서 집오는 길목엔 작은 골목이 하나 있는데
경사도가 제법인 언덕길이라 눈 많이 내리는 날엔 운전이 아주 조심스럽긴 하지만
숏컷인 그곳을 제법 많은 차들이 통과하기에 그리 큰 불편은 없어 왔지요.


그런데 그날은, 내 바로 앞에 진행하던 차 몇대가
옆으로 미끄러질 듯하며 지그재그 아슬아슬한 곡예운전 상태를 보이는 겁니다.
순간, 평행으로 놓인 바로 옆 골목으로 눈길이 갔습니다.
지나는 차량이 적어 쌓인 눈 소복히 그대로 인것이 왠지 덜 미끄럽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황을 과소평가한 완전한 제 판단 미숙인 셈이지요.


그 다음 장면입니다.
인적없는 눈 쌓인 언덕 중턱 딱! 한 복판에서 오도가도 못하고 빙글빙글 돌며
언덕 아래를 향해 한뼘씩 거꾸로 미끄러지고 있는 단 하나의 차,
그리고 그 안에 하얀 백짓장  한 뇨인이 운전대를 부들부들 움켜쥐고
눈물 그렁그렁한 눈으로 사방을 필사적으로 두리번 거리고 있는 모습.


여러분 상상 나래에 그 다음 상황을 맡기며. 흐흐.

 

 

한번은 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학생때였는데요, 몇몇 친구들과 스노우스키를 타러 가기로 했습니다.
친구 하나가 어렵게 꿔 온 자기 아부이 차라며 야시시한 고급승용차를 델구 나왔습니다.
어찌하다보니 빙판길 운전대는 '고수'인 제게 맡겨지고...


때가 때이니만큼 모두들 스키를 타러 가는 것인지 도로는 온통 굼뱅이 행렬이었습니다. 
이러다간 스키장에 가다말고 집으로 좌향좌 해야 할 판이었습니다.


길은 이짝 저짝 각각 일차로였는데, 저짝 차로는 지나는 차가 별로 없이 한적했습니다.
게다가 가만보니 저 멀리 보이는 터늘부터 여기까지 반대차로에 오는차가 하나도 없는겁니다.
순간 제 영웅심을 동반한 무법천지 배째심이 발동합니다.
반대차로를 가로질러 저 터늘 입구까지 후딱 달려가서는 
내차로의 어느 굼뱅이 차가 만들어 놓고 있는 빈 공간으로 폴짝 원대복귀하련다는
아주 야심찬 계획입니다.


반대 차선을 가로 질러서는 엑셀을 힘껏 밟고 저 멀리 터늘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핫, 자신이 아직 운전왕초보란 사실이 완전 오리무중 돼 버린 엘리입니다.)


“우왕~ 엘리 너 왜 이러는 거얏!”
“와우~ 몸집 의젓한 명품차는 뭔가 달라도 다르다는 거 아녀~”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차가 찌끈덩~ 미끄럼을 타면서 운전대가 제어 불능 상태가 됩니다.
어...어...어.........  (합창)


이 야그의 결말도 여러분 상상에 맡기며.....

 


 
다행히도 '하마터면' 으로 끝낼 수 있던 지난 에피소우드들였지만
떠올릴때마다 아찔해지는 순간들입니다.
절대로 판단미숙이나 객기를 발동시켜선 안되는게 바로 겨울철 운전 아니겠는죠.
여러분은 올 겨울에도 꼭 안전 운전하실거지요?^^

 


아직 늦가을 빛이 남아있는 다운타운 하버의 주말 오후입니다.

 

 

 

 

 

 

 

 

 

 

 

 

 

 

 

 

 

 

 

 

 

 

 

 

 

 

 

 

 

 

 

 

 - 엘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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