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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얘기저얘기

혹부리 그녀의 허풍

 

 

 

 

 

 

 

한번은 이런일이 있었습니다.


한동안 일이 바빠 끼니도 제때 못 챙기며 동분서주 하다가
얼마만에 드디어 한시름 놓게 된 저는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점심식사를 함께 하게 됐지요.


식사라고 해봐야 그저 맥다널즈에 얼굴 마주보고 앉아 햄버거를 먹는 일이었지만,
그날따라 몹시 배가 고팠던 저는 케첩을 듬뿍 발라
이것저것 볼 것 없이 덥썩 한입 베어 물었습니다.


그 순간,
갑자기 오른쪽 볼 부위가 뻐근해 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왜 있쟎아요, 한동안 빈 속이었다가 맛있는 음식이 입에 들어가면
갑자기 침샘 활동이 활발해 지면서 구강 근육이 순간적으로
수축인지 확장인지가 되며 찌릿해 오는 뭐 그런거 말입니다.


볼 부위가 점점 더 뻐근해지는 느낌을 애써 무시하며
계속 햄버거를 우걱우걱 먹고 있다 문득
앞에 마주 앉은 제 친구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 왕방울만하게 커진 눈으로 저를 쳐다보고 있지 않겠어요.
뭔가 심상챦음을 감지한 난 덩달아 놀라 "왜, 왜에?" 물으니
친구는 하얘진 얼굴로,
"거울 꺼낼 생각 말고, 흥분하지 말고, 당장 근처 병원엘 같이 가자"
는 겁니다.


그 말 듣고서 정말 거울을 안 꺼낼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말리는 손을 뿌리치며 당장에 거울을 꺼내 들었죠.

 

헉,
거울속엔 옛날 김일성 녕감님의 이따만한 '혹'을 뺨에 달고 있는
왕 혹부리 엘리가 들어 있는 거였습니다.


글구보니 뺨이 점점 더 뻐근해 지면서
마치 볼 안에 자동차 타이어 공기 주입이라도 되고 있는 양
점점 부풀어 오르는게 아니겠어요.


갑자기 두려운 생각에 눈물이 펑펑 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다가 황소개구리 흉내내다 빠앙 배가 터져버린 우화속 작은개구리가
돼 버릴것도 같았습니다.


꺼이꺼이 눈물 콧물 휘날리며 그길로 당장 훼밀리 닥터에게 갔지요.
이상스런 의료기구로 제 입안을 이리저리 살펴본 의사가 드디어 찾아낸 원인은
어처구니 없게도 침샘 입구가 아주 자그마한 알갱이로 인해 막혔다는 거예요.


쫄쫄 굶다시피 하다 간만에 햄버거를 보자
수축돼 있던 침샘이 갑자기 확장되며 그 활동을 활발히 시작하고,
봇물처럼 분비된 침들은 그 알갱이로 막혀진 침샘입구로 인해 밖으로 배출되지 못한채
고스란히 타액선 안에 가득 고여 뺨이 올챙이 배처럼 부풀어 오르게 된거랍니다.


의사는 별거 아닌 양 간단히 그 자리에서 뚝딱 일을 헤치우고,
전 약국에 들러 달랑 알약 몇개를 타가지고
입을 쩍 다시며 싱거운 마음으로 집에 왔습니다.

 

헐

 


그날 저녁.
그제까지 붓기가 다소 남아있는 제 뺨을 보며 의아해 하는 짝지에게,
마치 베트남전에 참전해 용맹히 싸우다 입은 영예의 부상이라도 되는 듯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그날의 해프닝을 열심히 설명했지요.


돋보기 속 작은 미립자를 무시무시한 알갱이로 둔갑시키고는
오무린 두 손을 오른쪽 볼에 부풀려 갖다대며
내 혹부리 볼이 얼마나 굉장했었는지를 재차 강조하면서,
이성적인 침착함으로 민첩하게 병원엘 갔기 망정이지
하마터면 큰일 치룰 뻔 하지 않았겠느냐를 연발했습니다.


눈이 점점 동그래지는 짝지 반응에 더욱 신이나져버린 저는,
조금만 더 심했으면 수술해얄뻔도 했대....
를 덧붙이고 말았답니다.

 

캬캬.

 

 

 

 

 

 

 

 

 

 

 

 

 

 

 

 

 

 

 

 

 

 

 

 

 

 


- 엘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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