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얘기저얘기

무당벌레의 봄나들이

 

 

 

 

 

뒤뜰에 소나무가 많은 그 집으로 이삿짐을 옮기던 그 해 겨울이 지나고

초여름 날씨같던 첫 봄 어느날
한겨울 내내 닫혀있던 커튼을 활짝 열었습니다.


유리문으로 둘러진 거실이라 문 틈새 찬 바람이 내는 난방 손실이 만만찮아
겨울내내 닫아 두다시피했던 그 커튼을 이제 처음으로 활짝 연 것입니다.


그런데 어머나,
유리창을 도배하다시피 다닥다닥 붙어있는 무수한  Ladybugs(무당벌레)!


'귀뚜라미'에 얽힌 제 어릴적 에피소우드를 읽으셨던 분은 이미 아시겠지만,
사실은 제가 '벌레공포증' 비스무레한게 좀 심각합니다.
괜한 엄살이라고 야유하실 혹자가 계실지도 모르지만,
메뚜기나 왕개미가 무서워 공원 풀밭같은곳엔 거의 앉지 못할정도쯤 된다면 말이지요.


상황이 이러하니 커튼을 열자마자 제가 기겁했던 건 물론이고,
당장에 외부에서 일을 보던 짝지에게 전화를 걸어 호들갑을 떱니다.
하지만 뭐 뾰족한 수가 있겠습니까,
짝지 귀가할 시간만 기다리며 그 무당벌레중 띨띨한 넘들이 혹 길을 잃고
유리문틈으로 비집고 들어 오는 사고라도 나지나 않을까 싶어
5미터 전방에서 유리문을 뚫어져라 그들 행방을 관찰할 밖에요.


참 그런데,
이 무당벌레 (Ladybird Beetle, Ladybug, Ladybeetle, etc.) 들이
인체에 해로운 독성 살충제 대신 자연친화요법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는 것 혹 아시는지요.


이 무당벌레를 몇박스 단위로 우편 주문한 후,
진드기나 벌레가 잘 꼬이는 소나무같은 데에 쫘악~ 뿌리면
식물에 기생하는 나쁜 해충들만 골라서 모두 잡아먹어주는,
인체나 식물자체에는 전혀 무해한, 그래서 이름도 예쁜 '레이디 버그' 랍니다.
그러니 이 착하고 예쁜 레이디들에 무자비한 살상을 범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겠지요.


암튼, 그런데 말입니다,
이 무당벌레들이 겨울이 되면 동면을 한답니다.
어디서요? 바로 훈훈~한 우리네 집 어딘가에 몰래 숨어서요.
요넘들이 머리는 좋아서 슬그머니 문틈으로 들어와 캐비넷 구석이건 문틀이건
잘 보이지 않는 어두컴컴한 곳에서 집쥔장도 모르게 공짜 추운 겨울을 난다는 겁니다.
그러다가, 밴쿠버 비계절이 끝나고 그날처럼 따끈하고 화창한 날이 오면
겨울잠을 깬 녀석들이 나쁜 나무 해충들을 박멸하러 밖으로들 나간다는 거지요.


뒷뜰 화단과 나무숲으로 나가다가 길 잃어 방황하는 넘들,
일터로 나가기전 따뜻한 유리창에 붙어 일광욕부터 하고보는 넘들 등등,
뭐 그런 넘들이 바로 제 집 유리창을 도배해 당시 제 숨을 멎게 하곤 했다는거 아니겠습니까.

 

그 무당벌레아가씨들 때문에 몇 해의 봄을 공포아닌 공포속에서 보냈던
그때의 기억이 문득 나는 요즘입니다,
이제 봄이쟎아요.^

 

 

 

 

 

근처 doggy park 에서 애완견들과 함께 어제 일요일 오후를 보내고 왔습니다.

 

 

 

 

 

 

 

 

 

 

 

 

 

 

 

 

 

 

 

 

멀 그렇게 쳐다보세요?  모래 구덩이 파는거 첨 봐여?

 

 

 

 

 

 

 

 

 

 

에혀, 침이나 닦구 머릴 흔들것이지~

 

 

 

어 야아, 거기 머 있는데 엉덩이 하늘로 치켜들고 글케 파는거? 

 

 

 

참견하지 말라니까!  날 좀 가만 놔두라궁!

 

 

췟.....

 

 

 

 

 

 

 

 


- 엘리 –

 

'이얘기저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꼼짝 말고 손들엇!  (0) 2013.06.14
어느 가장의 고뇌  (0) 2013.06.10
혹부리 그녀의 허풍  (0) 2013.03.04
누굴 탓하겠어  (0) 2012.11.27
하마터면  (0) 2012.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