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핑몰에서 볼일을 마친 후 막 차에 올라타려니
저만치 서 있던 경찰복 입은 남성이 자신을 향해 손짓하며 다가오는 것 같더랍니다.
잘못한 일이 있을 턱 없다고 믿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언어 소통에 자신 없던 당시 이민 새내기 주부 처지라
괜한 눈 마주침으로 인해 경찰과 복잡한 대화 물꼬라고 트게 되면 어쩐 데야 싶어
그냥 못 본척하고 차에 올라탔다지요.
시동을 걸려는데 그 경찰관 더욱 빠른 걸음으로 달려오더랍니다.
말 시키기 전에 얼른 출발해야지, 하며 그녀는 차를 급히 쌔엥-- 출발시킵니다.
달리면서 백미러(rear view mirror)를 슬쩍 보니 웬걸? 경찰차 한 대가 따라옵니다.
그 사람이었겠지요.
그 경찰차 스피커에서 뭐라 뭐라 소리가 대따 크게 흘러나오고 있었지만
뭔 소린지 알 수도 없었고, 알고 싶지도 않은 두려움으로 그냥 마구 달리셨답니다. 에긋.
조금 있으려니 경찰차가 한 대 더 늘어나더래요.
번쩍번쩍, 앵앵 ---
그래도 굳세게 앞만 보고 달리셨다는 이 용감무쌍한 여성분.
두 대의 경찰차가 번쩍번쩍 온갖 요란한 소리를 울려대며 따라오는 광경이
마치 티비 경찰비디오 '도주차량 추격전'과 비스름한 상황이 됩니다.
경찰차를 주렁주렁 꼬리에 매달고 하얘진 얼굴로 정신없이 달려 집 앞에 도착합니다.
마이크에선 여전히 뭐라 뭐라 소리가 나고 있는데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으셨대요.
운전석에서 빠져나와 급한 김에 일단 지인에게 연락이라도 할 참으로 주머니의 휴대폰에 손을 넣으려는데
그 순간, 경찰차에서 내린 경찰들이 순식간에 자신을 향해 일제히 권총 앞으로~~!
두려움과 당황스러움으로 바들바들 떨며 엉엉 울기 시작하셨대요.
No English, no English! 한 번만 살려주세요. 엉엉...
암튼 뒤로 손이 묶인 채로 경찰서로 모셔지고는
뒤늦게 연결된 통역을 통해서야 겨우 상황 수습이 되었다는데요
사연인즉슨,
부부의 의사소통 착오로 아내는 길에 임시 주차 중인 승용차를 몰고 나오고,
그걸 알 길이 없던 남편은 차량 도난신고를 하고 맙니다.
경찰은 급기야 그 '도난차량'을 목격하게 되지요.
신분 확인과 상황파악을 위해 운전자에게 접근하는 순간
여성은 그야말로 부랴부랴 줄행랑부터 놓기 시작한 상황이 된 겁니다.
멈춰라 해도 멈추기는커녕, 더욱더 속도를 내어 줄달음치는 여성,
결국 경찰을 피해 도주를 하는 '진짜' 차 도둑이 된 상황으로 이어지게 되었다는 얘깁니다.
하하.
이렇듯 누구나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이 있을 겁니다, 특히 신규 이민자라면 나이를 막론하고.
어린 자녀는 새로운 학교 시스템에 적응하고 새 친구 사귀느라,
어른들은 언어와 좌충우돌해가며 새로운 문화와 관습을 새로 익히느라.
그런 과정에서 시행착오적 경험이야 누구나 다 할 수 있다지만
그래도 이런 경찰 추격전은 정말 오우, 노우~ 지요?
Multicultural Society (다문화 사회)가 점점 글로벌화 돼가는 요즘,
이민자로서 자신 고유의 정체성을 잊지 않고 간직함도 큰 의미가 있는 한편,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란 말이 있듯
그 나라 문화와 규범을 잘 이해하고 적응을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
이민 생활이 조금 덜 힘들 수도, 더 힘들 수도 있지 않나 싶습니다.
- 엘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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