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설화랑동화랑

용감한 작은 앵무새

 

 

 

 

 

The Brave Little Parrot (용감한 작은 앵무새) 은

인도에서 전해내려오는, 부처의 전생을 이야기한 고대 자타카(Jataka) 설화입니다.
1992년 National Storytelling Festival에서 아주 사랑받았던 이야기이기도 하지요.


제가 키우는 앵무새 케이가 어느덧 자라, 짝도 없이 혼자 무정란을 연달아 낳아 놓고는
알을 품느라 열심인 모습을 보며, 수년전 이 녀석을 짝지로 부터 크리스마스 선물로
얼떨결에 받아놓고, 비어있는 앵무지식을 쌓느라 여기저기 발품 팔던 추억을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그 때 이 설화를 우연히 읽게 되었는데...
어찌나 감동스럽던지 눈물 글썽이며 읽어내렸던 기억이 나네요.
이 설화 주인공 앵무새가 케이와 같은 인디언 링넥이기도 해 더욱 그런가 봅니다.

 

제 한글버전으로 엮어봅니다.

 

 

 

 

 

 

 

The Brave Little Parrot (용감한 작은 앵무새)
 


어느 아름다운 푸른 숲에 작은 앵무새 한마리가 행복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번개가 번쩍번쩍, 천둥이 우르르 쾅쾅 내리치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고목 한 그루가 화염에 휩싸였습니다.
불꽃은 거세어지는 바람을 타고 나뭇가지 사이로, 나무와 나무사이로 옮겨붙기 시작했습니다.


그 작은 앵무새 코에 타는 연기 냄새가 났습니다.
"불이야! 모두 강으로 피하세요!"

소리치곤 날개를 파닥거리며 하늘높이 오르고 또 올라 멀리 떨어진 강기슭 안전한 곳을 향해 날기 시작했습니다.
휴우... 새가 되어 이렇게 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하지만 아래를 내려다보니 이미 벌건 화염에 휩싸여 도망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많은 동물들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불현듯, 그들을 구하기 위한 필사적인 방법이 앵무새에게 떠올랐습니다.
강으로 쏜살같이 돌진한 앵무새는 자신의 몸을 차가운 물속에 푹 적셨습니다.
그리곤 이미 맹렬해진 화염위를 넘어 숲을 향해 되돌아 날기 시작했습니다.
자욱한 연기가 하늘을 가득 메우며 또아리를 틀며 오르고 있었습니다.


불길이 한쪽에서 솟아오르더니 이젠 다른 한쪽에서도 치솟았습니다.
불기둥이 그녀 앞에 솟구쳤습니다.
발광하는 화염 사이를 구비구비 헤치며 그 작은 앵무새는 계속해 용감히 날았습니다.


드디어 타오르고있는 숲 한가운데에 이르자,
그 작은 앵무새는 자신의 날개를 마구 흔들어댔습니다.
그러자 그녀 날개에 아직도 매달려 있던 아주 작은 물방울 몇개가
마치 보석처럼 화염속으로 굴러떨어지고, 곧 피시식... 하며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 작은 앵무새는 다시 화염과 연기속을 뚫고 강으로 되돌아 갔습니다.
다시한번 자신의 몸을 차가운 물속에 적신 후 벌겋게 타고있는 숲 위로 날아 돌아왔습니다.
자신의 날개를 흔들자 몇방울의 물이 화염속으로 보석처럼 굴러 떨어졌습니다.
피시시식...

 

 

 

강에서 숲으로, 숲에서 강으로... 왔다갔다 수없이 되풀이 해 날았습니다.
그녀의 깃털은 숯처럼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다리와 발톱은 불에 그슬렸습니다.
가슴에 통증이 오고, 눈이 화끈거렸습니다.
저 질주하는 불꽃처럼 머리도 빙빙 돌았습니다.
하지만 그 작은 앵무새는 여전히 쉬지않고 날았습니다.

 

 

 

 

 

그 때, 머리위로 구름 둥둥 떠다니는 상아와 금으로 된 구름궁궐에서
더할수 없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던 신들 중 몇몇이 아래를 내려다 보게되었고,
화염속을 날고 있는 작은 한마리 앵무새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꿀맛나는 음식을 입에 가득 문 채, 흠결 하나없는 완벽한 손으로 그 새를 가리키며 탄성을 질렀습니다.
"저 멍청한 새 좀 보게나! 몇개의 물방울로 저 걷잡을 수 없이 거대히 타오르는 산불을 끄려하다니! 당치도 않지! 하하하"


문득 한 신이 이상한 동작을 하더니 자신을 금독수리로 둔갑시켰습니다.
그리고는 그 작은 앵무새를 향해 불길을 따라 천길 아래로 날아 내려갔습니다.

 

 

 

 

 

 

작은 앵무새가 막 화염에 다시 가까와 지고 있을때,
활활 녹아내린 황금과도 같은 눈을 가진 거대한 독수리가 그 곁에 나타났습니다.


"되돌아 가거라, 작은 새여!"

독수리는 침통하고 장엄한 음성으로 새에게 말했습니다.


"희망이 없는 일을 네가 지금 하고 있구나. 겨우 몇방울의 물로 저 거대한 산불을 어찌 끄려 하느냐.

예서 그만두고 너무 늦기전에 네 목숨을 구하여라!"


그러나 그 작은 앵무는 연기와 화염을 헤치며 계속 날았습니다.
열기가 점점 격렬해지자 그녀 위에서 날고 있던 그 거대한 독수리의 음성이 다시 들려왔습니다.
"멈춰라, 어리석은 작은 앵무새여! 제발 그만두거라! 네 목숨이라도 살려야 하지 않겠느냐!"


"저는 .. 제 사랑하는 어머니께서 오래전 하셨을 똑같은 말을 내게 하는, 쿨럭쿨럭...
그런 거대하고 광채나는 독수리님 같은 분은 지금 필요치 않습니다..."
고통스러운 기침을 하며 작은 앵무새는 말했습니다.
"충고, 충고같은 건 필요없습니다. 전 단지... 쿨럭 쿨럭... 누군가 도와 줄 이가 필요할 뿐예요!"

 

 

 

 

하늘로 높이 치솟으며 그 신 독수리는 여전히 화염속을 날고 있는 그 작은 앵무새를 바라보았습니다.
저 위 높은 곳을 올려다 보니, 자신과 같은 종족인 신들이
수많은 동물들이 저 멀리 아래에서 고통과 공포로 울부짖고 있는 그 순간에도
아랑곳 없이 여전히 웃고 떠들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들의 걱정할 것 없는 천하태평의 삶이 점점 수치스러워 지면서
그의 가슴에 단 한가지 소원이 타올랐습니다.


"내 비록 신이긴 하지만," 그는 외쳤습니다,
"저 작은 앵무새와 같을수만 있다면! 동물 가족들을 구하기 위해 모든걸 다 무릅쓰며
멈추지 않고 저리 홀로 용감히 날고 있는, 저 진기하고 경탄스러운 것!
얼마나 훌륭한 작은 새더냐!"

 

 

 


 

처음 느껴보는 감정, 너무나 감동된 큰 독수리는 흐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반짝이는 눈물 줄기가 그의 눈에서 쏟아져 내리기 시작하더니 물결에 물결을 이뤘습니다.
폭포같은 물결은 숲위로, 동물들과 그 작은 앵무새 위로 내리 퍼붓는 비처럼 씻어져 내렸습니다.


그의 눈물이 떨어져 내리는 곳엔 불꽃들이 사그라 들며 꺼졌습니다.
연기는 그슬린 땅에서 아직도 피어오르고 있었지만

새로운 생명이 땅에서 힘차게 새순을 돋아내고, 곧 줄기를 뻗으며 꽃과 잎파리를 키워냈습니다.
아직도 빨갛게 타고있는 재를 따라서 파란풀이 싹을 틔웠습니다.


그 독수리의 눈물방울이 작은 앵무새 날개위에 반짝거리며 떨어졌습니다.
그러자 새 깃털이 자라기 시작했습니다, 빨간 깃털, 초록 깃털, 그리고 노란 깃털까지.
너무나 눈부신 색이었습니다! 저토록 예쁜 앵무새라니!

 

 

 

 

 

동물들은 놀라움으로 서로를 쳐다봤습니다.
모두가 온전히 다 잘 있었습니다. 다친 친구가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저 멀리 푸른하늘 위로 기쁨에 넘쳐 빙빙돌며 하늘로 치솟는 그들의 용감한 친구,
작은 앵무새 모습이 보였습니다.
모든 희망이 사라졌을 때 어떻게 해서든 그들을 구해낸 그녀.


"만세!" 모두 소리쳤습니다.
"우리의 용감한 작은 앵무새 만세! 기적의 비 만세!"

 

 

 


이 설화는, 작은 동물의 몸으로 큰 일을 해낼 수 있다는 아동을 위한 교훈을 담고
세계 각국에 여러 형태의 버전으로 각색되어 있습니다.

* 참고로, 삽화는 영문버전의 것을 옮겨온 것입니다.

 

- 한글버전 : 엘리 / 2012년 3월 23일 –

 

 

 

 

 


수년 오랜 우정의 가족.동지같은 제 블러그 벗들,
앞으로 인연 엮어가게 될 새 블러그 벗들.
모두 남은  올해 편안하게 마무리 하시길 바랍니다.
여러분들과 함께할 수 있어 역시 따뜻했던 한해였습니다.

새해에도 변함없이 우정 이어질 수 있기를...

 

- 엘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