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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얘기저얘기

그거 당신이 다 사실거요

 

 

 

 

 

과일 판매대에서 이것저것 고르며 얼마간 시간을 보낸 후
육류 섹션에 있을 남편 쪽으로 향했다.


먼발치 남편을 드디어 포착했다 싶더니
누군가를 향한 그의 핏대 올린 목청이 얼핏 들려온다.


"당신이 그거 다 사실 거요?!"


도대체 무슨 일이지.
갖가지로 양념 되어 벌크로 판대되는 얼리브 바 (olive bar) 앞에 화난 표정의 남편이 서 있고
두 발짝쯤 떨어진 맞은 편엔 한 중년 남성이 만만찮은 모습으로 맞서 있었다.


남편은 퍼블릭 공간에선 더구나 쉽게 목청 높이는 사람이 아니기에
저런 콧김 폭폭 내는 욜욜 황소 모습이 나왔을 땐
분명 무언가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코앞에 '손가락으로시식하지 마시오' 라 적힌 문구 안보이세요?”
"딱 한 개 집어먹은 걸 가지고 왜 그래요!"
"딱 한 개라고?  당신 더러운 손가락이 두 번이나 입으로 왔다갔다하는걸 내 눈으로 직접 봤는데도요!"
"다른 것은 건드리지 않고 집었소!"
"그걸 말이라고 하쇼? 타액 묻은 더러운 손가락 닿았던 음식이 내 자식 입으로 들어간다 상상해 보세요!"


그러자 반론이 궁색해졌는지 상대남성에게서 욕설이 튀어나온다.
"Fuck off!" (꺼져버려!)


화가 치민 남편은 옆에 있던 종업원에게 당장 시큐리티를 불러달라 요청하고,
종업원은 어디론가 달려간다.


"나 여기 꼼작 않고 서 있을 테니 어디 시큐리티 부를 테면 불러봐요!"


키로 보나 몸무게로 보나 NBA선수급 거구 남편이 앞에 딱 버티고 있으니
딱히 거칠게 맞서진 못하고 그저 뒤로 주춤할 뿐이면서도 그는 궁시렁을 멈추지 않는다.

 

 

평화    악

 

 

한 발짝 앞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이짝 남편과 저짝 남성, 그리고 몇몇 구경꾼들이
각자 뻘쭘히 딴 곳에 시선을 돌리며 그 다섯 시간 같던 5분을 보내고
드디어 시큐리티가 왔다.


남편이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상황 파악을 한 시큐리티는
'손으로 맛보지 말 것' 경고문을 다시 한 번 그에게 상기시키는데,
'휘젓지 않고 딱 먹을 것만 두 알 집었다' 며 끝내 그는 당당할 뿐이다.


그러면서 마치 고자질이라도 하듯 불쑥 한다는 말이
"글쎄 저자가 내게 욕설을 내뱉쟎아요!"


헐... 욕을 한 사람이 누군데?
곁에 있던 내가 더 화가 치밀어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신 입에서 나온 욕설을 직접 들은 증인 여기 있어요!"


할 말을 잃은 건지 아님 여성이라 참는 건지, 나를 한번 힐끔 쳐다보더니 그만이다.
더 열이 오른 나,
"여러 사람이 사서 먹는 음식에 손가락을 댄 게 잘하신 일이란 말인가요?"


상황이 커질 것이 우려됐던지 시큐리티는 해당 얼리브들을 모두 교체하겠다는
약속을 우리와 주위 사람들에게 양해와 함께 한 후,
증인이 필요할 경우 연락하라며 남편이 적어 건네준 전화번호를 들고는
그 남성과 함께 어디론가 사라지는 것으로 상황은 종료됐다.

 

'설마 고문이야 할라구.' ㅋ

 

 

흥5

 

 

남은 샤핑을 끝내고 집으로 오는 차 안에서
나:  저런 사람들로 인해 많은 사람이 음식 비위생 피해를 입는거야, 그치.
그:  맞아.  그런데 앞으론 이런 일이 생길 때 자긴 절대로 중간에 나서지 말아.

나:  뻔한 거짓말을 하는 게 넘 화나서 그랬지 뭐...
그:  나야 암래두 화를 참을 수 있지만, 만에 하나라도 상대가 너한테 욕설이라도 하면
    그건 내가 절대 못 참는 일이 될 게 분명하거든.


알써, 조심할께...
부모님 앞 착한 아이처럼 다소곳 대답을 해 놓고는 속으론 사정없이 흐뭇해 하는 나다.
^^

 

 

 

밴쿠버 아쿠아리움 - 1

 

 

 

 

 

 

 

 

 

 

 

 

 

  

 

 

 

Sea Otter (해달) 이지요. 

혼자 뭘 열심히 먹으며 노는 모습이 얼마나 개구지고 귀여운지.^

 

 

 

 

 

 

 

 

펭귄입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기 쉬운  추운나라 팽귄이 아닌, 아프리카 펭귄이라네요.

 

얼마나 소심하고 부끄럼을 타는지, 케이지에서 밖으로 나왔다 다시 들어가고

 

조련사 따라 풀을 빙 둘러 걸으면서도 풀안을 빼꼼히 들여가 보고 갑니다.

얼마나 귀여운지 꼭 안아주고 싶었어요.

 

 

 

 

Beluga (흰돌고래) 입니다. 

 

 

- 엘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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