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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와의 추억

K의 요즘 하루

 

 

 

 

 

 

울 케이가 버진 싱글의 몸으로 독수리 오형제도 아닌 꽝알 4형제를 덜커덕 낳아
저희 부부 가슴을 안타깝게 했던게 바로 작년 이맘때였지요.


아니나 다를까,

봄기운이 돌기 시작한 얼마전부터 케이에게서 콧소리가 홍홍~ 난다 싶더니
요즘엔 아예 이 엄마도 못 알아보는 구애행위를 일삼느라 아주 정신이 없습니다.


작년 이즈음 케이가 평소 저답지 않은 과다한 스킨쉽에 애정표현을 하기에
지지배가 이젠 제법 애완조 구실을 하려나 보네 하며 기뻐 얼싸 안아주고 쓰다듬고 뽀뽀도 해줌서
온갖 모정으로 보답했더랬는데,

그게 자극제가 됐던지 얼마 안있어 무정란을 덜컹 맹글어
며칠 간격으로 혼자 4개나 줄줄이 낳아놓았지 뭡니까.
저나 나나 초보였긴 마찬가지여서 당시 둘 다 얼마나 놀랐던지.


꽝알 맹글기에 일조하는 그런 개념없는 엄마가 올해 다시 되어서는 안되겠다 싶어
나만 보면 눈동자가 뱅뱅 돌아가는 케이를 향해
‘에그, 이것아, 엄마여 엄마, 정신차려!’

윽박도 꽥 질러감서 한겨울 처마밑 고드름처럼 냉랭하고 뽀족하게 대하는 중입니다만,
에혀 아무 소용이 없어 보입니다.
얼핏 눈 한번이라도 마주쳤다간 대번에 눈이 게슴츠레해지면서
홍홍~소리가 절로 흘러 나온다니까요.


게다가 이 시기가 되면 케이는

제 남편이 근처에도 못갈 정도로 남편을 경계하고 공격합니다.
남편을 지 연적쯤으로 여기는 거랄까요,
한동안 많이 알려졌던 "The Parrot Who Owns Me (나를 소유한 앵무새)" 던가 하는 책이 있었던가요?
읽어 보지는 않았지만, 짐작컨대 아마 제 케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지 않을까.

애완 싱글조를 오래 키우다보면
애조가와의 교감이 특히 번식기에 이르러 그런식으로 표출 된다는 걸
앵무새를 키워 본 사람이면 대개 다 아는 일이라,
그걸가지고 앵무가 인간을 상대로 연정이나 소유욕을 품은 무슨 세기의 특별한 케이스로 발전시키고
자시고 할 것까진 없다는 얘기지요.  뭐 책을 안 읽어보고 하는 소립니다만.


암튼 케이에게서 벌써 몇 차례 물릴뻔 한 남편이 우씨!하며 씩씩거릴만도 합니다.
왠 때아닌 삼각관계랍니까 이거이?

 

 

밥먹자

 


임산부나 되는 듯, 또 먹기는 얼마나 먹어대고, 졸기는 왜 또 그리 조는지요.
케이의 하루는 먹고, 졸고, 또 먹고... 또 졸고...  그러다 눈이라도 마주치면 바로 홍홍~
그러니 몸매가 요새 말이 아닌거라 말이지요, 흐흐.


반쯤은 우리를 위해서, 반쯤은 케이 자신을 위해서 라는 이유로
케이에게 평생 절대로 짝은 맺어주지 않겠다던 그간의 우리 부부 의지를 꺾고
이번엔 브리더(앵무새 번식전문가) 에게 맡겨보자 하며 여기저기 수소문 해보기도 하지만
여러 여건상 쉽지 않네요.
어쩔 수 없이 올해 역시 번기기를 우리와 함께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케이야,
뱅뱅 눈도 좋고 홍홍 콧소리도 좋지만,
네 건강에 치명타인 꽝알 형제만은 제발 맹글지 말그라이~

 

 

항상 요렇게 다소곳이만 있어주면 얼마나 예쁠까요.

 

엄마가 시선을 안주자 팽 토라지려 하지요?

 

이젠 고개를 아예 돌립니다. 

 

그러다 배가 출출한지 미니 놀이터에서 바닥으로 내려온 케이.

 

아먼드 한개를 집어 듭니다.

 

아먼드를 손에 쥔채로 먹다가 졸지요 저렇게.

 

졸다가 다시 기지개를 한번 활짝~

 

식사시간이 되어 함께 닭다리를 뜯습니다.

 

케이가 아주 좋아하는 메뉴 중 하나지요.

 

밥 먹은 기념으로 밥풀떼기도 한 톨 입에 붙이공...

 

배가 부르니 하품이 하암........

 

입을 쩍 벌리고 하품을 하다 엄마와 시선이 마주치자마자 순식간에 구애 모드로 돌진한 케이, 이룬!

 

생각난 듯, 잼이 발라진 토스트 한쪽을 집어 듭니다.

 

먹다가 갑자기 멍- 해지는 케이

 

먹던 토스트 조각을 내팽기치고 먼가 생각에 잠깁니다.

 

앗, 글구보니 이뽈에 머가...

 

다시 자세를 바로잡고...

 

에효, 심심해... 티비에 머 볼게 없나....

 

아항, 티비서 "해리 파터 (Harry Potter)" 가 한창이군요.

 

잠시 티비화면에 몰입합니다.

 

엄마 목소리가 나자 다시 발동이 걸린 케이.

 

아먼드 한개를 더 주던지 날 연인으로 받아주던지.

 

이뽈 청소 하나만큼은 항상 완벽한 케이.

 

글다 다시 눈 감고 좁니다.

 

졸다가 깨서 엄마를 보자마자 다시 구애모드.

 

엄마의 냉담한 반응에 실망한 케이... 에혀...

 

먹는게 남는거, 만다린 한쪽을 집어 들고 먹다가 부리와 혀를 묻은채 또 졸음에 빠졌지요? 

 

엄마의 잔소리에 귀 기울이는 케이,

너 글케 먹고 자고 졸고 하다간 짜부되문 우짤라구...?

 

아휴, 창피해....

 

 

그런데 지금 내 흉들 보는 중이신 거예요?

 

 

 


- 엘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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