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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놀기

Open Casket에 대한 소회

 

 

 

 

다소곳이 모은 두 손, 지그시 감은 눈,
꼭 다문 입술 사이로 따뜻한 미소 새어나올 듯 발갛게 생기 흐르는 두 뺨.
마지막 모습을 한 번이라도 더 보며
끝내 하지 못했던 마음속 말을 죽은 자를 바라보며 꺼내놓는,
Open Casket 은 어쩜 산 자의 카타르시스를 위한 것인지도 모른다.
 

잘 가시오.
그리 평온한 모습 보기가 얼마 만이오...

 

 

 


Viewing.
집이나 교회, 장례회관에 고인을 모셔놓고
하루나 이틀간 조문객들이 고인과 마지막 대면을 하는 절차다.

 

뷰잉에는 open casket과  closed casket 이 있는데,

고인이 누운 관(casket) 뚜껑을 반쯤 혹은 전체를 오픈하여
조문객들이 고인을 마지막으로 볼 수 있도록 한 것이 open casket이고,
closed casket 은 종교적, 혹은 사고사로 인한 심한 신체 훼손 등의 이유로  고인을 공개하지 않고 조문객을 받는 것이다.
혹은 그 외의 이유로 뷰잉 과정 자체를 아예 생략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식 장례는 개인적으로 접해본 적이 없어 얼마나 다른지는 모르겠다.


고인 모습을 공개하느냐 마느냐에 대한 의견은 각각 다르다.
신체에 방부처리(embalming)를 하는 일은 시신에 가면을 씌우는 것에 불과하다며 반대 의견을 내는 이들도 있지만,
오픈케스킷(카스켓)을 선택하는 많은 사람에겐
고인의 마지막 모습이 병원에서 산소호흡기 및 기타 보조장치에 연결된 반식물인간 상태보다는 
특별한 유언이 있지 않은 한, 생시처럼 얼굴에 혈색이 돌고 정갈하게 정장을 한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고인이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이 더 큰 것이다.

 

 

 


 

 

재작년 시아버지 때에도, 이번 친정어머니 때에도 Open Casket 을 했다.
오픈된 케스킷 앞에서 아무 일 없는 듯 누워 있는 고인을 바라보며
마지막 키스와 함께 가시는 길이 편안하길 축복하고
평소 못다 한 마음속 말들을 소리 없이 전했다.


고인과의 잊지못할  에피소우드를 나누는 가족과 지인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연단 발표로
장례응접실은 눈물과 웃음 범벅이 되고,
대형 스크린으로 상영된 고인 생전 사진과 동영상 모음은 모두를 눈물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이 모두가 나와 가족의 마음을 얼마나 다독여 주던지...


이렇듯 오픈 케스킷을 통해 가족들과 지인들은
생전 건강했던 모습으로 단장된 고인을 바라보며
마지막 안녕을 고할 기회를 갖고 슬픔을 추스르는 것인데,
문제는 오픈 케스킷을 하기 위해 준비된 고인의 얼굴 모습이 평소와 많이 다르게 꾸며져 있을 때이다.
마치 지나친 성형수술 후 달라진 얼굴을 대하는 것처럼 생소하여
가족과 지인들의 슬픈 마음을 더욱 심란하게 만드는 거다.


시아버지 때가 그랬었다.
평소 인자하셨던 모습과는 다르게 히틀러마냥 우락부락하게 처리된 시아버지 표정은 
며느리인 내 눈에도 많이 달라 보여 조금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산 자의 표정과 죽은 자의 표정이 어찌 똑같을 수 있을까마는,
하얗게 분칠한 얼굴에 혈색을 돋기 위해 뺨에 발갛게 덧발라진 blush(볼터치)와 입술은 그렇다 하더라도,
얼굴 성형이 지나쳐 눈꼬리가 위로 당겨진 팽팽해진 얼굴을 볼라치면
나오던 울음이 더 복받칠 지경이다.


"이거, 울 아부지 아니잖아!"
큰 시누이는 케스킷 앞에서 와락 울음을 쏟아내기도 했었다.


금방이라도 눈을 부릅뜨고 벌떡 일어날 것만 같던 고인의 우락부락한 표정이
장례식 이후 지금까지도 마음에 남아있다.
산소호흡기에 의존한 채 반 의식불명 상태로 숨을 가쁘게 쉬시던 그 모습이
차라리 기억하기에 더 나았을 것인가...
그것 역시 산 자의 이기적 욕심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하더라도, 오픈 케스킷은 가족의 아쉬움을 달래주고
이별의 충격을 완충시켜주는 중요한 절차이리라.
그것이 비롯 남은 자들의 카타르시스를 위한 것일지언정
사랑하는 이를 다시는 볼 수 없는 곳으로 영원히 멀리 떠나보내며 갖는
소중하디소중한 마지막 작별 순간이 아니겠는가...

 

 

 

 

 

 

 

 

- 엘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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