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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랑교육이랑

복(複)임신




"쌍둥이를 임신했다.
그런데 두 아이 중 한 아이가 다른 하나보다 하루 더 연상일 수도 있는가?
다시 말해서, 쌍둥이 아버지가 각각 다른 사람일 수가 있느냐 하는 것이다."
오래전 의학뉴스에 올랐던 이슈로, 나 역시 이를 다룬 글을 수년 전 올린 적이 있다.


그런데 최근 한 중국 여성의 복임신에 관한 뉴스가 인터넷에 올라왔다. (기사)
중국의 한 여성이 세쌍둥이를 낳았는데
한아이 빼곤 다른 두 아이의 생김새가 전혀 자신과 닮지 않음을 의심한 남편이 DNA 감정을 의뢰한 결과
한 아이만 자신의 친자이고 나머지 두 아이는 각각 친부가 다름으로 판명 났다는 거다.
즉, 세쌍둥이의 아버지가 각각이었다는 얘기다.
뭐 애초에 윤리니 도덕이니를 들먹이자고 꺼낸 이슈는 아니지만
아버지 다른 세쌍둥이에 이르니 헉 소리가 절로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아버지가 다른 쌍둥이는 의학적으로 가능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 학계에도 이미 보고된 바가 아주 드물지 않다.
이런 현상을 의학 전문용어로 'heteropaternal superfecundation'이라 하는데
이걸 어떻게 한글로 풀어야 하나 혼자 잠시 고민에 빠져본다.
'이부계(異父系) 복(複)임신'(아버지가 다른 복임신) 쯤 되려나.


1810년 John Archeer라는 의사에 의해 보고가 된 바에 의하면
흑인 남성과 백인 남성을 짧은 시간 동시에 성관계를 한 백인 여성이 쌍둥이를 낳았는데,
이들은 백인 아이와 흑인혼혈로 쌍둥이가 구성되었었다.
기사 당시 뉴스에 실렸던 그들 가족사진이 차후 사라진 것을 보니 아마도 사생활 보호 차원인 듯.



사진:구글


미국 댈러스의 11개월 된 쌍둥이 저스틴과 조던은 각각 아버지가 다른 쌍둥이이다,
이부계 복임신였던 것.
그들 모친인 Washington씨가 약혼자 Harrison씨와 함께 티비에 출연해 그들 사연을 털어놓았던 것인데,
그녀가 임신했을 당시 다른 또 한 명의 남성과 관계를 하고 있었음을 인정하며,
그런 일이 그녀에게 생긴 것은 정말 샤킹한 일이라고.


쌍둥이가 태어났을 때 둘 모습이 너무나 달라 친자확인검사를 하기로했고
검사 결과, 하나는 해리슨의 친자로, 다른 하나는 그녀가 관계를 한 남성의 아이로 판명됐다고 한다.


"불륜을 조심하세요, 제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를 보라구요.
먼저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지 잘 생각해야 합니다,
아주 기이한 일은 전혀 예기치 않은 순간에 일어날 수 있는 법이니까요."


자신의 크나 큰실수에 후회를 거듭하는 그녀는 이런 일도 생길 수 있음을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며,
"여러분은 결코 저처럼 되지 마세요, 정말 아픈 일이거든요.
너무나 아파도 삶은 여전히 이어져야 할 수밖에 없구요..."라며 그녀는 여성들에게 충고한다.


이밖에 어처구니없는 케이스도 있다.
뉴욕의 한 여성은 의사에게서 실수로 두 개의 수정란을 인공 이식받은 후
하나는 백인, 하나는 흑인인 남아 쌍둥이를 출산했다.
하나는 그녀 자신의 난자로부터 탄생한 아이였고, 다른 하나는 다른 커플 소속이었다고 한다. 
말하자면, 네 명의 부모 = 한 번의 임신 = 서로 아무 관계 없는 쌍둥이 아가의 탄생인 것이다.


***


정자는 여성 몸 안에서 4~5일 정도 살아있다 한다.
난자는 배란이 일단 일어나면 분해가 시작되기 전 약 12~48시간 남아 있으므로
말하자면 수정 기간이 5일에서 7일까지 연장되는 셈이니,
이 배란 기간 동안 한 여성이 여러 명의 남성과 성관계를 해 임신이 될 경우
이런 heteropaternal superfecundation, 즉 동배란시기에 아버지가 다른 복임신이 된다는 말이다.
이렇게 각 부계의 특성을 따로따로 이어받은 전혀 다른 특질의 이란성 쌍둥이가 탄생하게 되면,
하나가 다른 하나에 비해 약간 연상일 수 있고,
며칠에서 길게는 일주일이나 차이가 날 수도 있다고 전문가는 말한다.


또 인간에게선 극히 드물긴 하지만 Superfetation(이기 복임신 異期複妊娠) 이란 것도 있다.

동배란기 복임신인 heteropaternal superfecundation 과 다른 점이 있다면,
임신이 된 상태에서 두 번째 난자가 뒤늦게 방출되어 두 번째 임신이 되는 double pregnancy 라는 것이다.
실례로 인도니시아에서 임신 2주 후에 두 번째 아이를 임신한 여성이 있다.  (기사)
이 경우엔 쌍둥이처럼 태어나긴 해도
의학 진단을 해보면 사실상 두 아이의 골격 발달단계에 큰 차이가 난다고.


결국, 이것은 어떤 인체의 신비라기보다는
도덕적 비도덕적을 떠나서 타이밍의 절묘함이라고 해야 하지 않겠는가.
두 개의 난소에서 매달 번갈아(꼭 그렇진 않더라도) 한 개의 난자를 방출하는 게 일반적인데
어느 시기 드물게도 난자 두 개씩이나 방출되고
그 기회를 틈 타 두 개의 각각 다른 남성의 정자에 의해 두 개 모두 각각 수정  될 확률이라니
이 어찌 기막힌 타이밍이 아니라 하겠는가.


물론 외국에서의 각 다른 피부색의 흑인과 백인이 한 쌍이 되어 태어나는 사례중에는
당사자 혹은 그들의 혈족의 잠재인자 영향도 많으니
부계가 완전히 다른 위 케이스와는 분명 구분이 되어야 할 것이다.



사진:구글



역사적으로 볼 때 복임신은 혈액형 검사방법에 있어 그 미숙함 때문에 증명하기에 어려운 점이 많아 왔음에도
1978년 Paul Terasaki라는 미국 UCLA대 약학과 의사가
의학지인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지를 통해 그와 그 동료들이 "Tissue HLA Testing"
(조직 백혈구 항원 실험) 에서 복임신의 케이스를 확정적으로 증명하였다는 보고가 올려진 바 있다 한다.


그리스 신화를 보면, 허큘리즈와 그의 쌍둥이 형제 이피클리즈가 바로 이 이부계 복임신의 예라 할 수 있다.
알크미니가 인간 남편으로 둔갑한 주우스에 속아 잠자리를 하여 나은 아이가 허큘리즈이고,
역시 같은 날 밤 잠자리를 한 인간 남편인 엠피츄리언의 아이가 이피클리즈이다.

 
또 다른 그리스 신화에서는, 리다가 백조로 둔갑한 주우스에 속아
같은 날 밤 각각 다른 두 남자와 관계를 맺어 백조 두 알을 잉태해 네 아이를 낳았는데,
헬렌, 클라이템네스트러, 그리고 케스터와 폴럭스가 그들이다.
누가 누구 아이인지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있지만,
그 중  케스터와 클라이템네스트러는 주우스의 아이들이고, 
나머지 둘은 인간남편인 틴데리어스의 아이라는 설도 그 중 하나다.


이부계 복임신은 개나 고양이 같은 동물들에게선 보기 드문 일은 아니라서
집 없는 개들 경우 한배에 나온 새끼들의 아비가 새끼 하나마다 각각 다른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란성 쌍둥이 관련 친자 소송 빈도수가 2.4%씩이나 된다는 연구조사와 함께
사실 이런 친부가 각각인 복임신 케이스가 알게 모르게
생각보다 의외로 많을 수도 있을 거라는 학계에서의 조심스러운 추측을 대하며
우리 인간 사회도 더는 성역은 아닌가 싶어 슬픈 마음이 든다.


***



- 어제 있었던 친구 커플 베이비 샤워에서 -


 

아내 입장되어 멀티테스킹 해보기 :

옆에 풍선을 아기인양 가슴에 안고, 귀에는 전화통화를 하며, 손으론 가사일,

정해진 시간내에 제일 많이 아기옷을 빨래집개로 너는 자가 우승.



 


눈 가린 각 커플들, 여성이 남성에게 요거트 가장 빨리 떠먹여 주기.

입이 아닌 온 얼굴에 요거트 분칠을 하게 된 남성들. ㅋ





- 엘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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