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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쌈하며놀기

먹고, 마시고, 배부르고, 졸립고, 또...

 

 

 

 

 

 

 

 

 

 

제법 여름날씨 왕자 명성다운 밴쿠버 요즘입니다.

일도 볼 겸 겸사겸사 짝지랑 외출했다가 점심차 들른 어느 레스토랑.

언젠가 친구로부터 이 곳 샌위치가 아주 끝내준다는 소개를 받고 가끔 들르기 시작한 곳인데,

소문 만큼이나 맛났습니다.  Cheesssy 한 미니 이탤리언 핏자 'Ranchers' 는

핏자헛은 상대도 안되고, 뉴요끄 핏자도 저리가란다는?

 

식후 산책을 하면서 내가

"왜 일케 몸이 흐느적 거리지?  기운이 하나도 엄꼬?" 했더니,

"우리 맥주 마셨쟎아."

"맞다 맞다.  아유 줄려.  아함"

 

 

 

할 종일 사이좋게 볼일 잘보고, 잘 먹구, 잘 놀다...

드뎌 집에 돌아오는 차안에서 쬐만한 일로 다퉜슴돠.  굼 글치.

 

화 난 짝지는 대로 한가운데서 쿵! 쾅! 내려버리고 저도 쌩! 거리며 혼자 차 몰고 오는데...

낯선 길이라 길을 잃어 한 삼십분쯤 해매면서

개스도 아슬아슬10km 만큼까지만 대롱대롱해 가슴 조마조마,

수리가 필요한 샐펀은 리페어샵에 맡겨놓고 왔으니 어디 전화걸 수도 엄꼬.

클났다... 이러다 길에서 차가 주저앉으면...

더욱 더 짝지가 원망스러워 지는 순간 아흑.

 

 

굼 글치 내가 누군가, 나의 그 6½감으로다가 드뎌 더듬더듬, 앗, 울 동네 스타벅스닷!

여그서 한 밤중까지 버티다 집에 들어가련다.. 다짐을 하며

프라푸치노 스트로우베리 그란데를 주문하곤 신문한자락을 펼치며 앉았는데,

오잉?  친구녀석이 할리웃에서 노는 남동생과 함께 신문 연예란에 대문짝 만하게!

 

암튼...한 삽십분이 지나니 도대체 좀이 쑤시기 시작하는 겁니다.

끄응... 별수 있나, 집에 가야지 머...

 

집에 도착해 대문앞에 서니, 이룬... 집 키가 내게 엄따아~

짝지랑 외출시엔 보통 키를 챙기지 않는 습관입니다.

 

일단 차를 거라쥐에 넣어놓고,

문을 열어달라고 쿵쿵 두드려 말어?  아님 밖에서 소리를 질러 말어?

아님 시어무이집으로 행선지를 바꿔 말어?

 

한 십분쯤 턱 괴고 고민을 하다가

점쟎게 문을 - 쾅쾅쾅!

 

문 열어주는 짝지 얼굴이 화안해집니다.

고질길치인 몬생긴 아내가 길을 잃고 어덴가 쪼그릭 앉아 펑펑 울고 있거나,

개스가 동이나 대로 한복판에서 츄레픽을 유발하며 비상등을 반딱반딱 켜고 있거나,

낯선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다 어딘가에 허걱 잡혀가 렌썸을 궁리당하는 중이거나? 했을 것으로 상상하며

로컬 폴리스에 미씽퍼슨 리포트 일보직전였을 거입니다.  (증말 그런적 있슴돠 예전에, 캬흐)

 

흥!

 

땡큐~ 란 말이 습관처럼 나도 모르게 나오려는 걸 깜짝놀라 삼키고

쌔앵 찬바람에 옷섶날리며 내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습니다.

'어떡해서 나보다 빨리 왔지?  택시 불러서 왔나?  친구가 픽업했나?  who cares 칫.'

 

저녁내내 난 나대로, 그는 그대로 각각 행동반경을 딱 금그어 놓고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컴 앞에 앉은 내 입에서 나도 모르게 한순간

"자갸, 드뽀네 있쟎오, 멜리나가 동생 거시기랑 나란히 오늘 신문에 실렸더라!  멜리나마저 할리웃에 진출할라나봐!"

헐....  우리 지금 냉전중인건데...

 

 

내 발등 내가 찍은 죄로, 눈치만 보고 있던 짝지와의 뻘쭘한 대화는 할수없이 글케 재개되고,

울 저녁 안 먹었쟎아.  좀 출출하지 않니?  멀 좀 해먹을까? - 짝지

난 안고파. - 나

샐러드라도 맹글어 먹자.  내가 맹글께. - 짝지

자기가 맹근건 별루야.  내 드레싱이 더 낫지.  차라리 내가 맹글. - 나

 

야미야미 샐러드 나눠먹으며 두리뭉실 화해모드 50% 텐션모드 50%의 밤을 각각 보내고,

작업실에서 일하다 새벽에야 잠들었는지 아직도 짝지는 취침중입니다.

나중에 일어나면 절 불러앉혀 대화 좀 하쟈고 하겠지요.

이건 이래서 내 잘못였고, 저건 저래서 너 잘못였다 라며

서로 사과할건 하고, 사과 받을 건 받고... 머 그럴겁니다, 항상 그렇듯. 캬캬.

 

굼, happily ever after..냐고요?

건 두고 봐야지요. 흐흐.

 

 

- 엘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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