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부부쌈하며놀기

남편의 잠, 잠, 잠... z z z

 

 

 

 

 

레퓨지 캠프 꾸미시느라 아직도 여기저기 어수선들 하실텐데
고상하고 수준높은 무거운 주제는 나중으로 미루고 당분간 가벼운(?) 사생활 디벼보기 시리즈로 나가 볼까요?^^

 

중증 night-person인 짝지는 아침잠이 유난히 많은 사람입니다.
거기다 한번 잠이 들면 양쪽귀에 육중한 셔터가 자동으로 내려지는 heavy sleeper  라서
이른 아침 중요한 약속이 있을땐 자명종을 그야말로 너댓개 줄줄이 맞춰놓곤 하는데,
아침부터 온집안을 쩡쩡 울려대는 자명종들의 합창에 온 동네 사람이 놀라 벌떡 일어날 지경이어도
오직 끄떡없음을 보여주는 사람은 정작 단 한 사람.

 

상황이 그렇다 보니,  레인 or 샤인 동거동락하기로 한 배우자의 본분을 다 하기 위한 저의 짝지 잠깨우기 노력과

분투는 정말 눈물없인 들을 수가 없을 정도지요.  방법에 있어서도 짝지가 정한 Dos & Don'ts가 있는데,

금기 사항 중 하나가 "절대 큰 소리로 깨우기 엄끼" 입니다.  잠결에 심장마비 걸릴지 모른다나요? 
머리카락을 살포시 쓰다듬으며 작은 귓속말로 나즈막히  "일어날 시간예요~ 홍홍~"  살아있는 천사표 자명종이

되어야 하는 겁니다.

 

어쨌든,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에 출근해야 하는 직장인이 아니니 그래도 다행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일 관계로 사람과의 약속이 없는 생활도 아니라서 그로 인해 종종 난처해진 상황에 빠지기도 합니다.

 

약속시간에 관한 한 철저한 편인 성격이라 "제 시간에 못 일어남 = 게으름 or 정신력 부족" 쯤의 포뮬러로

굳게 믿고 있던 제겐 짝지의 그런 '못 일어남' 이 당연히 못마땅했습니다.

 

짝지 잠깨우기 전쟁에 점점 지쳐가면서, 기회의 칼날만을 쓱쓱싹싹 갈며
'저 못 일어나는 버릇을 어떻게 해서든 고쳐줘야 하는데...' 하던  그 즈음 어느 날, 

아주 중요한 약속이 다음 날 아침에 있다며 짝지는 예의 그 자명종 4개 분대를 모두 레디-셋 시켜 놓은 후

일찌감치 잠을 청하고 눕습니다.  더불어 내게도 꼭 깨워줄 것을 신신당부하지만 나름 생각이 있던 나는
"더이상 내게 의지하지 마,  일어나는 건 이제부터 자기 의지의 몫이야." 

 

 

다음 날 아침.
귀청 떨어질 자명종 합장에 지레 겁을 먹어선지, 일찌감치 제 눈이 떠졌습니다.
살금살금 거실로 나가 커피를 만들고 있자니 드디어 침실쪽에서 자명종 부대의 진격함성이 우렁차게 들리기 시작합니다.
때르르릉  들썩들썩 댕댕댕 뚜뚜르르 쿵작쿵작 삐삐리리~~~~

 

일분... 이분... 삼분... 5분.... 10분...
끄응... 하며 돌아눕는 것 같더니 다시 코 고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번엔 절대 안 깨워준다...'
중요한 약속에의 차질로  인해 짝지에게 생길 큰 손해를 생각해 보지 않은 건 아니지만, 꿀꺽 침 한번의 희생으로

앞으로 전도양양하고 평화로운 아침을 설계할 수 있다면야?
 
15분... 20분....
아랑곳 없이 절케 세상모르고 잠에 빠진 짝지가 새삼 신기하면서도,  이제 10분만 더 지나면 약속시간에 댈 수 있을 

확률은 제로인데 저를 어째...하는 안타까움에  마치 범죄자처럼 심장이 콩닥콩닥, 머리까지 어질어질해지기 시작합니다.

미안미안

 

 

30분이 훌쩍 지나버릴 때 쯤...  침실문이 우당탕탕 열리며
"자갸 자갸, 나 클나따아!  I'm late!  I'm ssso late!" 하얘진 얼굴의 짝지가 뛰쳐 나옵니다.

 

태연을 가장하며 여유있게 카우치에 앉아 티비를 보는 척 하는 내게,  자길 깨우긴 깨운거냐, 아니다 깨웠는데 자신이

비몽사몽 못 일어난게 분명하다...며 대충 코에 물 묻히고 넥타이를 반쯤 목에 건 채 허겁지겁 밖으로 뛰쳐 나가는 짝지.
그 등 뒤에 대고 제가 "글두 운전은 살살해서 가~" 소리칩니다.

 

 

오후가 되어 볼 일을 마친 짝지가 돌아왔습니다.
아침 미팅건은 어떻게 됐냐고 묻고 싶었지만, 혹 지각으로 인한 낭패소식이라도 듣게 될까 두려운 마음에
눈도 못 맞추고 있는 제게 가라앉은 음성으로 할 말이 있다며 잠시 앉아보라고 합니다.

 

"오늘 아침에 날 분명히 깨우려 하긴 한거 맞니?"
"아니...  내가 어젯밤 미리 얘기했쟎아, 이제부턴 안 깨워줄거라구..."
"뭐라구? 난 그게 그냥 해보는 소린줄 알았지 바부야.  암리 그래두 그렇지, 어떻게 하루아침에 나 몰라라 하냐?"

 

생각해보니 것두 일리가 있긴 합니다.
하루 이틀 일도 아닌 '고질버릇'을 선도기간, 유예기간도 안주고 무조건 형 집행부터 해버리니, 내가 좀 심하긴 심했나? 

 

"하루 이틀이 아니쟎오.  나도 이젠 자기 깨우는 일에 지쳤단 말야."
"자기 기분을 이해 못하는 건 아냐, 그간 내가 심했다는 것도 잘 알구, 미안해. 하지만 나도 내가 어쩔 수가 없는걸 어떡해. 

 일부러 안 일어나는 것도 아니구.  이제 자기 각오를 알았으니 나도 나름대로 다른 방법을 찾던가 더 노력해 볼께, 
 자기두 다음부턴 이런식의 방법은 쓰지 말아줘."

 

 

지금도 아침이면 종종 내 출근 가방위에 "wake me up~ b4 u go go, plizzz~"
닭살성 메모쪽지가 살짝 올려져 있곤 하지만 그때의 전쟁만큼 제 스트레스지수가 높지는 않습니다.  왜냐구요?
자신의 의지로도 어떻게 안되는, 소위 죽음보다 깊은 수면 형태를 지닌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걸 자료조사에서 알아냈거든요.

 

이후 저만의 포뮬러,  "제 때 못 일어남 = 게으름/해이한 정신상태" 는
                                  "제 때 못 일어남 = 특이한 수면 메커니즘" 으로 넉넉하게 바뀌었다지요.^^

 

 

어떠세요,
여러분도 누구 혹은 무엇에 대한 자신만의 까칠한 포뮬러가 있다면 좀 더 둥글둥글하게 바꿔보시는게...?

 

 

 

 

"The Way I Am"

 

 If you were falling, then I would catch you.

 You need a light, I'd find a match.

 Cause I love the way you say good morning.

 And you take me the way I am.

 

If you are chilly, here take my sweater.

 Your head is aching, I'll make it better.

Cause I love the way you call me baby.

 And you take me the way I am.

 

I'd buy you Rogaine when you start losing all your hair.

 Sew on patches to all you tear.

Cause I love you more than I could ever promise.

 And you take me the way I am.

 

 

- 엘리 -

 

'부부쌈하며놀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밥이 어쨌다구  (0) 2014.12.28
아내는 시청 중  (0) 2013.06.02
휴대폰을 사수하라  (0) 2013.04.23
빠르고 앞서가고 쿵쾅대고  (0) 2012.12.02
먹고, 마시고, 배부르고, 졸립고, 또...  (0) 2012.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