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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랑교육이랑

한번 실수의 족쇄

 

 

 

 

 

우리 애가 친구들 사이에서 불링을 당하고 있어 힘들어 하는데 어찌해야 하는지...
아주 조심스럽게 자녀로 인한 그간의 마음 고통을 학부모들이 털어놓는다.

 

전 같았으면 이런 경우 나름대로의 경험과 지식으로 그 대처방안을 제시하곤 했겠지만,
마치 세계적 추세라도 되는 듯 이나라 저나라 청소년 자살 뉴스가 예전같지 않고
그 불링(소위 '왕따') 수위와 방법들이 점점 지능화 돼 가는 요즘 인지라
필요하면 학교상주 정신과 전문의에게로 배턴을 넘기거나 학교 행정부와 상담을 연동하는 등
사안을 결코 가볍게 다룰 수 없는 요즘이다. 
 
'반 왕따의 날' 이니 '핑크셔츠 데이' 니 해서
학생 솔선수범으로 대대적 불링방지 켐페인이 벌어지고 있고,
캐나다 비씨주정부에선 이미 수년 전 "반 왕따의 날"을 선포하여 매년 이를 시행해오고 있는가 하면,
또 올해 초엔 클락 주지사가 학생 자신이 불링을 당하고 있다고 느낄 경우 즉시 스마트 폰을 이용해
익명으로 신고할 수 있도록 한, 더욱 강력한 왕따 방지책 "왕따 제거 새 전략"안을 내놓아
비씨주를 선두로 캐나다에 시행되고 있는 상태지만,
한사람 도둑을 열이 못 잡는다는 말이 이 경우에 해당되는 것인지,
소수 불리들의 무뇌아적인 불링으로 인한 슬픈 자살사건으로 온 교육계가 들썩들썩함은
이젠 더이상 일정 국가들에만 한정된 혀를 찰 뉴스가 아닌 듯 하다.


캐나다 전체를 흔들어 놓았던 한 십대 소녀의 자살 사건이 근래에 있었다.
Amanda Todd 라는 이 소녀는 그간 온라인과 급우로부터 당해온 불링과 협박의 고통을
무성 동영상을 찍어 소리없는 도움을 청했고,
동영상 찍은지 얼마 안되 결국 자살로 자신의 생을 마감한 것이다.

모든 불리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차원에서 그 부모가 유튜브를 통해 대대적으로 공개한 딸의 무성 동영상은

전세계로 퍼져나가 보는 이들의 눈가를 적셨다.
아래 링크가 그의 동영상이다.

(동영상을 보시려면 지금 흐르고 있는 포슽 맨 하단의 배경음악을 먼저 정지시키시길)

 

 

 

 

 

자신이 찍은 동영상속에서 아멘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대신 카메라를 향해 자신의 사연이 각 페이지 마다 한 구절씩 쓰인
종이들을 하나씩 들어 올릴 뿐이다.  너무나 가슴 아픈 사연이다.


"내 끝나지 않을 이야기를 여러분께 말하려고 합니다..." 로 시작하는 그녀의 사연은 이렇다.
아멘다는 초등7학년(12살)때 화상카메라로 친구들과 어울리고 새로운 이들과 교류하게 된다.
자신의 외모에 극도의 찬사를 보내며 몸을 보여주길 원하는 소셜네트웍속 사람들에게
철없는 어린 아멘다는 자신의 상반신 (가슴)을 드러내 보인다.


일년이 지난 후, 잘 모르는 어느 남성으로부터 페이스북에
"내게 볼거리를 제공하지 않으면 네 가슴사진을 공개하겠다" 고 쓰인 협박성 메시지가 올라온다.
그는 아멘다의 집주소는 물론, 학교,친지,친구, 가족들에 대해 이미 다 알고 있던 듯.


결국 사진이 그녀 친척들과 친구들, 학교 급우들 모두에게 보내졌음을
새벽에 문 두드린 경찰 방문을 통해 알게되고, 그때부터 그녀의 끊임없는 고통은 시작된다.


아멘다는 수차례의 전학으로 새로운 학교생활을 시작해보려 하지만
결국 모두가 알게되고, 그녀의 사진은 가는 곳마다 이미 돌려져 모두에게서 따돌림을 받는다.


전학간 어느 새 학교에서, 여전히 외톨이긴 했지만, 그래도 다소 안정을 찾아갈 무렵,
자신보다 나이많은 한 남성과 문자 주고 받으며 가까와 지게 되고
그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굳게 믿은 아멘다는 그의 제안에 넘어가 육체관계를 갖는다.


그에게 이미  여자친구가 있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고,
급기야 아멘다는 새로 전학간 학교 앞에서 그의 여자친구를 위시로 한 십수명의 그룹에 의해 두들겨 맞는다.
그 구타장면은 필름에 담겨지기까지 했다고,
아멘다는 집에 와 표백제를 마시고 자살을 시도하지만 병원으로 옮겨져 목숨이 구해진다.
그녀를 괴롭혔던 이들은 표백제 사진을 온라인에 올려놓고는
그녀가 차라리 죽었더라면 좋겠다는 커멘트까지 단다.


그녀는 극도의 공포와 불안감으로 학교는 물론, 여름내내 집 밖을 나가지 못한다.
심한 우울증으로 항우울제 복용과 상담치료로 받는 중이라며,
아멘다는 동영상  마지막에 무수한 면도칼 자국이 있는 자신의 팔을 보여준다.


"I have nobody I need someone. 
  My name is Amanda Todd..."


이 동영상 찍은지 한달 뒤 결국 아멘다는 목을 매달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딸자식의 자살을 미리 막지 못한 무책임한 부모란 일부 억울한 시선에 대해 아멘다의 엄마 케럴은
"카운슬링도 제공됐고, 의사의 도움, 학교로부터의 뒷받침 등 가능한 지원은 다 있었다.
주위 모두가 아멘다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최선을 다해 다 동원했었다" 며
자신의 딸이 겪고 있던 고통은 절대 간과된 적이 없었음을 눈시울 적시며 분명히 밝혔다.

 
아멘다 케이스를 접하며 이건 비단 불링만이 이슈가 아니다란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소셜미디아가 바로 그것이다.
초등7학년였던 아멘다처럼 이렇게 어린 청소년들이 사고가 성숙하기도 전에 얼마나소셜미디아에 종속돼 있는가. 

 

초래될 결과를 한치 앞서 생각키엔 너무나 어렸던 아멘다,
그저 자신의 외모에 대한 칭찬 하나로 들떠 자신의 신체일부를 핑터링없이 내보이고...
결국은 그것이 자신의 발목에 영원히 죽음의 족쇄가 되고 만 것이다.


이러한 소셜미디아 부작용을 누구보다 잘 아는 교육계에선 모든 방법을 동원해 학생들 당사자는 물론

학부모, 그리고 주위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건전한 소셜미디아 이용법과 에디킷을 홍보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지만, 이렇게 가슴아픈 사고를 접할때면 그 허탈한 마음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어느 연구조사 결과가 말해주듯, 페이스북에서부터 트위터에 이르기까지 요즘의 소셜미디아는
그 어느때보다 더욱 밀도깊게 서로의 삶에 연결돼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그 어느때보다도 가장 외로움을 느끼고 있고,
이 짙은 고독은 우리로 하여금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병들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 엘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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