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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랑교육이랑

가사분담과 이혼율

 

 

 

 

 

가정에서 집안일을 공평히 나눠서 하는 부부일수록 이혼율이 더 높다고?
순간적으로 의외다 싶긴 했지만, 어찌 보면 수긍이 전혀 안 갈것도 없는 기사였다.


여성이 주로 가사일을 도맡아 하는 가정과 비교해 볼때, 가사일을 공평히 나눠서 하는 부부사이의 이혼율이

50퍼센트나 더 높다는 새 연구조사가 노르웨이에서 있었다는 거다.


여성이 요리며 청소를 모두 도맡아 하는 전통적 형태랄 수 있는 가정이 이혼성향이 덜 하다는 얘긴가?

조사기관의 설명으로는,
현대 부부들에게 가사일이란 부부가 함께 분담하는게 당연한 일이고 또한 그게 그들의 결혼에 대한 인식이며,
현대 여성들의 높은 교육수준과 보수 좋은 직장은 그들로 하여금 배우자에게 재정적으로 의지하는 일을
적게 함으로 불행한 결혼에 발이 묶이는 경향이 덜해진다는 것이다.
이런 여성들은 이혼을 함으로써 오히려 이들 관리가 수월해 지는 셈이라고.


이혼율 50% 더 높다라는 수치는 결국, 가사분담을 공평히 하는 부부라서가 아닌
시대/세대의 변화와 맞물린 결혼에 대한 전통가치관과 현대가치관의 차이라는 얘기가 아닌가 싶다.


성 평등이 오랜 전통인 노르웨이에선 조사 사례의 약 70퍼센트가 엄마와 아빠 사이의 자녀양육 분담이
공평히 나눠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가사에 있어서는, 비록 자발적 만족감 때문이라 해도
그들도 별수없이 열 중 일곱부부 꼴로 여성이 대부분  떠맡고 있다고 응답했다.


누가 쓰레기를 내다버리고 누가 식료품 구매를 할지를 정하는 것보다 결혼생활을 행복하게 할
훨씬 많은 것이 분명히 있지만, 가사 분담에 대한 계약서와 스케쥴을 만듦으로서 각자의 역할이 확실해지기에
부부간의 긴장이나 갈등을 더는데 사실상 도움이 된다는게 일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공평하다는 것과 공정하다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며
부부가 서로 상대의 사정을 봐 줄 용의가 있어야 한다고 또한 경고하고 있다.

 

***


또 어느 새 연구조사에서의 미국 가정을 볼 것 같으면,
남성이 많이 돕고 있을지는 몰라도 맞벌이 여성에겐 여전히 멀티테스킹이 훨씬 많아
가족간의 큰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게 집안일이든 요리나 육아든, 여성이 남성보다 가정에서 주당 약 10시간 이상을 더 일하는 것으로, 
이는 성간의 불평등을 나타내는 중요한 자료라고 연구조사가들은 말한다.
남성과 여성의 직장에서의 근로조건은 비슷하지만 귀가후 여성이 집안일과 육아를  훨씬 더 많이
떠맡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더 많이 일하는 것 뿐만 아니라, 여성이 가정에서 동시에 하는 일들은 남성들에 비해
집안일이나 육아같은 노동집약적인 것이라고 한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여성의 멀티테스킹 52.7%가 집안일과 연관된 것이고, 남성은 42.2%. 
여성이 육아에 할애하는 시간은 35.5%, 남성은 27.9%.


성 불평등은 아직까지도 직장에서나 가정에서 모두  존재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임을 시사하는 많은 문제들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이다.

 

***

 

우리 부부는 어떤가.
집안일 중 런드리라던가 디쉬워싱같은 다소 가볍고 잡다한 일은 아내인 내가 주로 담당하고,
청소기 돌리기 같은 다소 무거운 육체노동을 요하는 일이라던가
내겐 아킬리스건처럼 고역이고 관심없는 요리는 주로 남편이 맡아하며,
그 밖의 장보기나 명절/행사 관련된 일들은 둘이 함께 움직이는 편이다.


그렇다고 해서 너는 이 담당, 나는 이 담당 식으로 선을 따악 긋거나 리스트를 만든적은 물론 없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각자의 영역이 이런식으로 구분되다 보니
본의 아니게 그로 인한 갈등이 생기는 경우도 없지 않은건 사실이다.


요 근래 크게 다툰 경우만 보더라도,
함께 장을 본 후, 특히 육류의 경우 바로 손질해 냉동실에 재배치할 겨를이 없을 땐 대개
냉장실에 일단 넣어 두었다 그건 나건 시간 나는대로 손보곤 하는데,
한번은 대형구매한 그 많은 스튜용 beef bones 들이 포장도 안 뜯긴채 냉장실에서
이제나 저제나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다가 결국 시큼한 냄새를 폴폴 풍기며 집단 자폭한 일이 있던 거다.

에그그 아까비...


"요리할 사람이 알아서 재료를 손질했어야지.." 가 나 나름대로의 죄책감 가득한 고개수그린 항변였고,
"요리할 사람이 재료까지 꼭 챙겨야 한다는 법이 어딨다구!" 가 그의 서운함 넘치는 반격이었다.


이쯤되면, 위의 일부 전문가의 제언처럼, 이런 긴장이나 갈등을 덜기 위해서라도
각자의 역할분담을 조금 더 확실히 해 둘 필요가 있지 않을까도 싶다.

 

***


연구조사에 의하면, 남성들이 부담을 더 많이 떠맡을수록 여성의 행복도가 더 높고
사실상 남성들은 자신들의 아내나 여자친구들이 크게 움쭉달싹 않는 듯이 보일때
더 행복해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집안일을 더 많이 하는 남성들은 대체로 일과 삶 사이에서 겪는 갈등이 더 적고
복지면에서도 전반적으로 약간 높은 수치를 기록했는데,
이는 남성들이 죄책감을 덜 느끼는 탓도 일부 있겠지만
그야말로  평화로운 삶의 이치를 깨우친 때문이라는게 주요 이유일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이같은 '배우자의 행복이 나의 행복, 가정의 평화가 나의 평화' 론이
시간이 가면서 상대에게 혹은 가족에게 그게 마치 당연시 되거나 무감각해져
아차하면  한쪽에만 책임전가가 될 수 있는 불평등 관계로 퇴색되기 쉽다는게 문제이다.
좀 다른 맥락일진 모르지만, 황혼이혼이니 뭐니 하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부분과 전혀 무관치만은 않지 않겠는가.


물론, 그들 말처럼 관계가 좋은 사람들에게 있어선 누가 뭘 하는지가 그리 중요하지도 신경 써지는 일도 아닐 것이다.
결혼생활의 관계를 무엇보다 우선으로 중요히 생각하지 않는다면
긴장이나 갈등이 고조에 이를때마다 불쾌한 일을 용서하고 받아들일 여유가 더 적게 됨은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울집처럼 구매식료품이 냉장고속에서 누군가의 손질을 마냥 기다리다 결국 자폭하는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어떤 의미에서건 부부간 어느정도 선명한 분담은 꼭 필요하단 개인적 생각이지만,
한편 상황상 그럴 수 밖에, 혹은 각자 특히 더 잘 해낼 수 있는 몫이 있어
그로인해 자발적 충만감을 느낀다면 그 또한 부부 행복 비법이려니 싶기도 하다.
부부 관계라는게, 부부 금슬이라는게 가사일 분담율로만 잣대 지어질 수 있는게 아닐테니 말이다. 

 

 

 

 

 



- 엘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