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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랑교육이랑

머시라, 노우(No) 라꼬!

 

 

 

 

 

필요할 때 '노우(No)' 를 잘하는 사람이 성공한다는 말이 있던가.
일단은 '예스' 부터 해놓고 뒷처리 핑계를 대느라 진땀을 뻘뻘 흘리는 난처한 경우를
살면서 한번도 겪지 아니한 사람이 과연 있을까.
'노우'의 기술을 가르친다는 클럽도 이미 존재한다하니, 말하자면 'No'의 'Knowhow'를 'know'하자는 얘기.
그만큼 쉽지 않다는 뜻일 것이다.
이  노우란 것이 몰인정, 몰의리한 거절의 정서로 비추기 쉬운 한국과 같은 동양권 문화의

체면과 인정이 우선시 되는 사회에선 더욱 공감가는 일이지 않나 싶다.


종이신문을 펼치니 한 켠에 "Say no if you're not interested"란 표제가 눈에 띈 적이 있다.
관심없으면 노우를 하라는 얘기다. 맘 안내키면 안 내킨다고 말하라는 얘기였다.
그러나 사실 내게 호감으로, 좋은 의도로 다가오는 상대일 경우
이 노우란 옵션을 매정히 발동하기가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사연인 즉, 어느 파티에서 한 남성이 이 여성에게 긴 대화를 이어간다.
얘기가 재미가 없었던지 아님 너무나 길었던지, 하여간 이 여성
이제 그만 대화를 끝내고 싶은데 상대 기분을 안 상하게 할 좋은 방법이 도무지 안 떠오르는 기라.  


그래 이렇게 하면 눈치를 좀 채겠지 하며 뒷걸음질을 조금씩 치기 시작했고, 
눈치 없는 그 남성은 계속 따라왔겠지,  
그러다 보니 그 여성 급기야 뒤뜰 정원까지 도달하야  거기에 발목이 그만 쑤욱 빠져버리고 만기라 이룬.
결국 파티는 고사하고 저녁내내 옷에 붙은 검불이며 관목 부스러기들을 떼내야 했다지 아마.

 

하악

 

이 같은 뒷걸음질 눈치 작전보다 조금 나은 방법이라면,
나 :  "저그... 저 화장실 좀 가야 쓰겄는디..."
그 :  "걱정말고 다녀오셔유, 꼼작않고 예서 기둘리고 있을께유."


이리하야 그날 나는 화장실에서 밤을 세워야 했다, 라던가
그날 나는 그 친구와 건설적인 대화로 하품의 온 밤을 지새웠다, 뭐 이렇게 야그가 진행될 수도 있는 것이니
이 또한 뒷걸음질 치다 밭에 발이 빠진 것이나, 쓰루기차 피하려다 둥차에 치이는 것이나 모다 오십보 백보라.

 

가장 간단하고 쉬운 방법은 바로 이것이란다.
"대화 즐거웠습니다.  그런데 저쪽에 제가 아는 사람이 와서 좀 가봐야 할 것 같네요. 그럼 이만 총총총."
"대화 즐거웠습니다.  그런데 제가 친구를 찾아야 해서 좀 둘러봐야 하거든요.  그럼 이만 총총총."
 즉, '대화에 관심 없소이다' 를  불손하지 않게, 그러나 명확하게 표현한 것이다.


 

 

평소 노우를 제법 잘 하는 편이라 생각했던 나 자신.
그러나 천만에, 면전에서 노우를 차마 못해 예스로 대답을 주었다가 결국 얼굴 벌개졌다지.


지인 한 분이 어느 날 내게 조심스러운 부탁을 해 오신다.
법률 송사에 얽히기 일보 직전, mediation(쟁의 중재) 때 자신과 함께 가 주었음 하는 것이다.
내가 간다고 해서 특별히 도움 될만한 것도 없을 듯 했고,
무엇보다도 괜한 남의 송사에 끼어들기 전혀 맘 내키지 않았지만
차마 노우를 하지 못한채 그러마 하고 굳은 약속을 하고야 말았다.
그것도 "도와드려야지요"란 내 입의 오도방정으로.


날짜가 임박함에 핑계거리 장만으로 고심중인데 그 분이 마침 전화를 해 온다.
"오는 목요일이 바로 중재 날이라서 확인차 전화 했습니다."
"이달 말 쯤이라고 하지 않으셨던가요 (마침 잘 됐다 하는 기분으로)?"
"예, 그랬는데 생각보다 좀 앞당겨졌습니다."
"이번 목요일에는 중요한 워크샵이 있어서 가봐야 하는데... 어쩌지요..."
"무슨 워크샵인데요?  다음 기회로 미룰 순 없는 건가요?"
"어디어디에서 무엇무엇에 관한 워크샵이거든요. 취소할 수도 없는 상황이고..."
"아, 그 워크샵 저도 불러튼 봐서 압니다.  그런데 그건 다음 달 아니던가....요?"
허걱...........

 

노노

 

'노우' 와 '예스' 의 선택이 어쩔 수 없이 요구되는 상황은 참 많을 것이다.
관심없는 사람으로부터의 프로포우즈가 그 중 하나일 것이고,
지인에게서 받는 영 마음 내키지 않는 떨떠름한 부탁이라거나
직장에서 택도옴씨 능력에 부치는 일이 떠맡겨 질 상황,
혹은 음식점에서 좋아하지도 않는 메뉴를 동행으로부터 강요받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이미 꼬맹이 몇을 둔 임신만삭의 여성이 객식구 떠맡기를 요청받는 한숨 나올 처지라거나,
재정을 하소연하며 도움을 요청하는 친구 등등.
 

그러고 보니 그것도 있다.
배가 부름에도 불구하고 '더 드세요' 한마디에 차마 '노우'를 못해 죽기아니면 까무러치기가 되는.
예의를 큰 덕목으로 꼽는 한국인들은 양이 아직 덜 찼어도 더 줄까라는 물음에 예스를 잘 하지 않으니
재삼 권해야 한다더라는 카더라 통신을 어디선가 듣고서는,
배 불러 노 땡큐를 연발하는 내게 "Are you sure?" 를 반복하다 결국 내 접시에
음식을 더 올려놓고야 말던 학생시절 내 친구 어무이.


또 이것도 있다.
원래 목걸이 귀걸이 등의 장신구를 좋아하지 않는 내게 매 생일이면 이들 장신구 선물을 빼 놓지 않는 가족.
첫 생일을 맞으며 가족들이 내게 '쥬얼리'를 좋아하는냐는 물음에 그냥 좋은게 좋다고 "예스"를 해버린게
바로 그 시작이었으니, 지금 그들 위로 폭폭 쌓이는 먼지에 대한 책임은 순전히 내게 있는 것이다.


노우, 말하기 쉽지는 않은 일.
그러나 실천함으로서 얻어지는 그 효율성과 명확함은 우리 삶의 불필요한 덤 중량에서 벗어나게 해 줄 가치있는 일.
거절 못해 뱅뱅 돌리다 한 바퀴 돌아 결국 제자리에 오고 말 핑계는 자신도 상대도 무참하게 만드는

소모전일 뿐 아닐까 생각해 본다.

 

 

 

 

추석이라고 오늘 한국학생이 가져다 준 송편입니다.

몇 년만에 먹어보는 꿀맛같은 이 감동...

 

 


 

 

 

그렇다고 이 곡 노랫말에서처럼 50불에 목숨 건 노우는 좀...?  하하.

 

 

 

- 엘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