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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랑교육이랑

어느 논문대필전문가의 폭로

 

 

 

 

 

새내기 학생시절, 소셜(사회/역사) 수업이 끝날 무렵,

교사가 수업중 구두로 내내 설명해준 캐나다 원주민 히스토리를

집에 가 재요약해서 저널을 써오라는 과제를 모두에게 내준적이 있었다.


깨알같이 적은 메모와 기억을 바탕으로 저널을 쓰고 있자니
도대체 그 누메 지명과 이름들 스펠링이 어떻게 되는지 교사의 구두상 발음만 가지고는 도저히 감 잡을 길이 없는거다.
지금 같으면야 고민할 것 없이 대번에 구글신한테 달려갔을테지만,
구글신의 존재나 효험에 대해 별 아이디어가 없었고, 또 무언가 도움을 받아 과제물을 완성한다는일은
아예 생각조차 못했던 그 당시라, 대충 귀에 들린대로 비스무레하게 명칭들을 써내려가는게 최선이었다.


그런데 내 우려를 뒤로한 채, 담당교사로부터 저널 평가 'A'를 받는 예기치 않은 횡재가 생겼다.
알고보니 나보다 리소스플한 많은 급우들이 온라인 서치 실력을 발휘하여
'그들 수준이라곤 믿기 힘든' 너무나 정확한 표현과 용어로 저널을 근사하게 짜집기 해 제출했고,
그걸 교사가 눈치챘던 것이다.


이름과 지명 스펠링이 다 틀린, 뿐인가 교사의 설명을 미처 놓치거나 이해 못한 부분은
나름 상상의 나래를 섞어 어설피 땜질까지된 나의 그 황당한 저널이 그리 과대평가를 받은 것은
순전히 '표절'이나 '대필'이 전혀 가미되지 않은 '순수한' 작품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는 말이다.

 


표절 얘기를 해보자.

현재 학생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거나 가르쳐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학생들의 표절 (plagiarism) 이 얼마나 이슈화 되고 있는지 알고 있을것이다.
정보의 바다인 인터넷의 보급화가 그 역할의 중심에 있음이고,
소셜네트워킹의 에디킷이라던가 바른 정보사용법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서기도 전에
홍수처럼 쏟아져 내리는 쵸컬릿같은 온갖 검색엔진에 젖니가 곪아들어가고 있는 격이기도 하다.


영재프로그램 고등학생들이 마쳐야 하는 과목중에 extended essay 라는게 있다.
draft (초안)으로 부터 시작해 1차, 2차... 를 거쳐 최종리포트를 제출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코스 성격상 워낙 대학수준의 난이도를 요하는 과정이라
학생들의 스트레스 최고부분을 달리고 있다고 해도 이의가 없을 거다.


이런 엄청난 양의 에세이 내용의 originality (독창성과 진위성) 여부를 담당교사가 일일이
가려낸다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고, 그렇다고 학생들의 학습적 도덕성 (academic honesty) 만 믿다가

발등을 도끼에 찍히는 일을 당하고 있을 수 만도 없다.


뛰는놈이 표절하는 학생들이라면, 나는놈은 바로 그것을 잡아내는 우리 교사들이랄까?
이런 표절이나 카피여부를 지구 구석구석까지 비집고 들어가 파헤쳐주는 전문기관/프로그램들이 있었으니.

 

이런 전문 기관을 통한 표절 여부 스캔 결과를 보자면,
학업성적 최상위권에 있는 학생이나 그 반대쪽 학생이나 표절에 걸리지 않는 학생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설마 이런것까지 눈치채랴... 하는 심정으로 크게 적게 남이 땀흘려 일궈놓은 작품 귀퉁이를 오려내 자기것에 가져다 붙인다.
자신들의 과제물 내용 검열에 감시카메라가 설치 돼 있다는 걸 알고 난 다음에야 읍스!해 하지만,
그건 그때 뿐, 그런 사고방식이 중등.고등교육이후에 까지 이어질 (혹은 더 심화될) 확률이
더 지배적일 것을 생각하면 한숨 나오는 일이 아닐수 없다.

 

 

 

 

아래의 내용은 일전에 다른 게시판을 통해 본인이 이미 포스팅한 바 있는 것으로,
현직 교사들에게 그들의 학생이 어떤식으로 부정행위를 저지르고 있는가를 알리며 그 심각성에 경종을 울리는
어느 익명 논문대필전문가의 공개 폭로에 관한 것이다.


익명의 주인공인 Ed Dante 는 미 대서양에 거주하는 어느 작가의 필명으로써,
자신이 학생 주문에 따라 맞춤 에세이를 써주는 일로 어떻게 생계를 꾸려가고 있고,
그가 목격한 학생 속임수가 어느정도까지 와 있는지를 모두 털어놓겠다고
저명한 주간신문사 The Chronicle 에 그 의사를 전해온 것.


학생의 표절 (plagiarism)과 공모(collusion), 그리고 복제(duplication)는 이곳 교육계에서
심각히 다루는 대표적 부정행위로서, 적발시 그 처벌이 무거운 상황인 만큼
그 폭로 내용은 그가 의도한 대로 교육계로 하여금 다시한번 옷매무새를 가다듬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여기 그의 폭로와 고백을, 긴 글이긴 하지만 시간을 할애할 의미는 있지 않을까 하여 대략 한글로 번역해 올려본다.
(출처원문: http://chronicle.com/article/article-content/125329)
일부 과제 세부사항은 관련 학생 신원보호를 위해 편집자측에서 일부 편집.

 

 

 

The Shadow Scholar (그림자 학자)


그 신청건은 오후 2시경 이메일로 들어왔다. 기존 고객인 그녀의 용무는 다급했다.
여기 그녀의 메시지를 있는 그대로 옮기자면:
"You did me business ethics propsal for me I need propsal got approved pls can you will write me paper?"
(제게 기업윤리 제안서를 작성해 주셨더랬죠. 제안서를 승인받아야 하는데, 좀 써 주시겠어요?)


이런 류의 서신을 해석해 내는데 이미 능통한 내가 아닌가.
그 의뢰인은 논문에 관한 세부사항과 함께 자신 교수로 부터 받은 자료를 이메일에 첨부했다.
첫 섹션 기한은 일주일이었다, 75 장이나 되는.
문제 없노라 대답했다.


정말 문제될게 없었다. 지난 일년간 써내린 학술문헌이 대충잡아 5천장쯤은 되고 대부분 촉박한 마감기한이었다.
종이 한장도 내 이름을 달고 있는 건 없지만
내가 그간 써 온 글에는 인지심리학 석사학위를 위한 것도 있고
사회학 박사 학위를 위한, 대학원 크레딧을 위한 것도 있다.


호텔.컨밴션 관련 학사학위, 경영학 학위, 회계학 학사 학위를 도와주었고,
역사, 시네마, 노사관계, 약리, 신학, 스포츠 경영, 해상안전, 항공운행, 마케팅, 철학, 종교, 인류학...
온갖 학문분야의 글도 써왔다. 36여개의 온라인 대학에도 수강했으며,
50페이지 이상되는 석사학위 논문을 12개나 마쳤다.
이 모든게 다 누군가 남들을 위한 것들이었다.


나에 대해 들어본 사람은 당신중 아무도 없을 것이나, 내 작업물 얼마쯤은 읽었을 확률은 크다..
나란 사람은 그야말로 살인청부업자요, 만병통치 의사, 학문용병이다.
장담컨대, 내 고객은 당신 학생들이고, 당신이 그걸 눈치채지도, 그에 대항할수도,
아예 그런게 존재하는지 조차 모르고 있을 그런 서비스를 당신 수업 듣는 누군가가 이용하고 있다는거다.


부정 학생들이 제공하는 특정 지시에 입각해 원문에세이를 만들어 줌으로써 한달에 수만불을
벌어들이는 온라인 회사에 본인은 2004년 부터 풀타임으로 근무하고 있다.
학년도 어느 날이든지간에 20개가 넘는 과제를 맡아 일한다.
대불황이 한창일 때에도 우리 사업은 붐을 이룬다.
중간고사나 기말시험동안처럼 바쁜 시기엔, 거의 50명이나 되는 직원 숫자라해도
학생들의 요구사항을 만족시키기엔 그다지 충분치 않다.

 

당신 학생들 글쓰기 능력이 얼마나 형편없는지를 알게 된다면 아마 놀랄것이다.
"desperate" 란 단어만 보더라도 그 철자법이 얼마나 각양각색으로 틀리는지 상상해 보시길.
이들 학생들 정말 desperate(필사적)인게 맞긴 맞다.
구매할 식료품 리스트 하나 제대로 쓰지 못하는 데도 소위 대학원생이란다.
그들은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공부하는데에도 도움도 필요하고, 코스 통과하는데도 따로 도움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게 안되는 거다.


여러분 중 대학 학위논문 작성 지도를 해 준 적이나, 학위논문 심사위원으로 일한 적,
혹은 대학원생의 리서치 프라세스를 가이드해 준적이 있는 분이 있다면 한가지 묻겠다.
대화시 제대로 된 문장 하나 만들어 내는데도 허우적 거리는 학생이 어떻게
그럭저럭 괜찮은 리서치 페이퍼를 제출해 내는 걸까 하며 궁금해 본 적이 있으신가?
어떻게 통과가 됐는가?


여러분 교육제도가 만들어낸 절박함과 무능력 덕분에 본인은 잘 먹고 잘 산다.
작가로서 글을 쓴다면 당근 더 많이 벌 수 있긴 할거다. 물론 덜 버는 방법도 있을 것이고.
하지만 일을 찾아 헤맨적은 결코 없다. 동료들이 지속되는 불황으로 매달 허덕이는
생색도 안나는 사무직을 헤쳐나가고 있을때, 본인은 생애 최고의 해를 구가하고 있다.
올해 예상소득은 대충잡아 6만 6천불쯤 될 것이다.
뭐 어마어마한 금액은 아니지만, 여간한 교육자들이 받는 것보단 많지 않겠는가.


물론 여러분도 이런 부정행위들에 대해 알고 있다는 걸 나도 안다.
하지만 막을 방법은 고사하고, 이런류의 부정행위들이 얼마나 깊숙히 교육시스틈에 침투해 있는지는
짐작도 못할 것이다.
작년 여름 '뉴욕타임즈'에 의하면, 대학생 61퍼센트가 과제물과 시험에
어떤 형태로든 부정행위를 한적이 있음을 인정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더 탐지가 쉬운 형태의 표절과 대필된 논문이 어떻게 다른지,
혹은 처음부터 학생들이 왜 부정행위를 하는지 등에 대해선 토론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내 이글이 그런 대화 개시의 발판이 될 수 있으면 한다.
난 이제 은퇴를 할 생각이다.

 당신 학생들이 그럴듯하게 보이도록 당신들을 돕는 일에 이젠 넌덜머리가 난다.

 

 

 

 

그 경영학도가 내게 연락해 온 것은

 아슬아슬한 마감기한에 쫓겨 하루에 20- 40페이지씩 써내려가는

전형적으로 아주 바쁜 시기인 학기 후반이었다.


그 여학생에겐 그 몇 주 앞서 짧막한 연구 제안서를 하나 써준 상태였는데,
쇄도하는 비윤리적 상관습을 무역자유화 패턴과 연관짓는 프로젝트 제안이었다.
제안은 승인되었고, 이제 그 과제를 완성하는데 6일간의 시한이 내게 주어졌다.
이정도면 보통 최고가를 부르는 긴급주문은 아닌 편이라서,
표준 요금인 2천불이 책정될 것이고, 이중 반은 내 몫으로 챙겨지게 된다.


써주기로 동의를 한지 몇 시간이 지나 이메일이날라왔다.
"sending sorces for ur to use thanx." (사용될 자료를 보냄. 고맙씀.)


즉시 답변하지 않았더니, 한 시간후 또 다른 메시지가 온다:
"did u get the sorce I send. please where you are now? Desprit to pass spring projict"
(내가 보낸 자료 받으셨는지. 지금 어디 계신가요? 스프링 프로젝트 기필코 통과해야 함)


끊임없는 두통거리가 되고 있는 이 학생, 뿐만 아니라
하이쿠(haiku)식 의사전달도 나중것은 갈수록 그 이전것 보다 더 해독이 힘들었다.
최대로 신경써서 해 줄것이니 걱정말라고, 보내준 자료는 받았으며 질문 있을시엔 연락을 하겠다고 대답했다.
그리곤 옆에 미뤄놨다.


경험에 의하면, 내 서비스를 찿는 사람들은 아래 세 부류로 나뉜다.
영어가 제2언어인 학생(ESL);   절망적으로 실력이 딸리는 학생;  게을러 빠진 부잣집 자식.

맨 나중 부류로 말할 것 같으면, 대학은 그들에게 있어 완벽한 라킷발사 무대로
부자들에게 혜택을 주고 그들 게으름을 면제하도록 만들어진 거다.
우리 솔직히 말해보자, 우리중 성공한 사람들이 항상 최고라거나, 제일 명석하다거나,
더더구나 가장 윤리적이거나 한 건 아니지 않는가.
내가 좋아하는 고객들이란, 돈은 달라는 대로 나오고
자신들이 맡긴 일에 대한 설명과 자료도 풍부히 제공하는 사람들이다.


능력부족 학생은, 내가 필요한 건 이게 아닌데...란걸 깨닫기 전까진
일반적으로 자신이 원하는걸 어떻게 요청해야 하는지조차 모른다.
반면, 게으른 부잣집 자식은, 자신이 뭘 원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다.
남에게 돈을 주고 할 일을 시키는 생활을 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그가 정상에 머무르는데 필요한 모든 기술을 습득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경영학과 여학생에게 연락이 온 지 이틀이 지난 어느 오밤중, 14통의 이메일이 날라왔다.
추가 설명이 들어있었다, 예컨대,

"but more again please make sure they are a good link betwee the leticture review and
all the chapter and the benfet of my paper.
finally do you think the level of this work? how match i can get it?"


인정하건대, 그 이메일 내용은 정말 해독이 힘들었다.
그러자 확인사살용 이메일이 다시 이어졌다.
"where u are can you get my messages?
Please I pay a lot and dont have ao to faile I strated to get very worry."
(어디 계시는죠, 제 메시지는 받으셨나요? 돈은 많이 드릴테니 제발요, 낙제해선 안되거든요, 넘 걱정될라구 하네요.)


그녀가 메시지를 보낸 시각을 보니 새벽 2시에서 6시 사이였다.
모든게 잘 진행되고 있으니 걱정말라고 그녀를 다시한번 안심시켰다.


그건 사실이었다.
현 시점에선 날 겁먹게 할 만한 학문적 도전은 거의 없었다.
말씀만 해보시라, 무엇이든 돈받고 다 써왔으니.


고객들의 주문은 끝도없이 각양각색이지만 이상하리만치 모두 같다.
주제가 뭐든간에 의뢰인들은 자신의 과제가 유능한 사람 손에 맡겨지길 원한다.
아이비 리그 졸업 논문이 고작 어느 공립대 출신 게으름뱅이의 직업의식과 명민함에 달려있다고 생각하면
그 얼마나 끔찍하겠는가.


그러니 내가 할 일은, 뭐든지 간에 내 의뢰인이 원하는대로 되어주는 것이다.
사회학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대답한다.
산업/조직 심리학에 전문적 훈련을 받았는지 물으면 그렇다고 대답한다.
영구 모션구동 타임머쉰을 디자인 한적이 있고, 그 노력이 전문가 대상 학술지에 입증된 적이
있냐고 물으면 또 그렇다고 대답한다.


주제, 학년, 대학, 코스 이런 것들은 나와 무관하다.
페이지당 그리고 과제물 완성 기간에 기준해 가격이 매겨진다.
수학계산이라던가 동영상기록 축산학 같은 것만 아니면 뭐든지 다 쓴다.


수없이 많은 온라인 코스도 마쳤다.
학생들은 내가 주요 문서와 온라인 시험에 접속할 수 있도록 비번과 아이디를 건네준다.
심지어는 매주 클래스 다른 학생들과 벌이는 온라인 토론에 대신 참여하기도 한다.


난 입학 에세이의 대가가 된 상태다.
학부, 석사, 박사과정 학생들에게 이들을 써줬고, 명문대 학생도 좀 된다.
당신이 왜 브라운 대학 학생감인지, Wharton MBA 과정에 당신이 있음으로써 어떤 혜택이 있을 것인지,
당신이 겪은 특정 인생경험으로 인해 당신이 얼마나 수업과정의 고됨에 단단히 각오 돼 있는지를
확실히 설명할 수 있다. 무신경해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친애하는 사람의 암과의 투쟁에서 이기도록
도와준 사람에 대해 돈받고 써 준 적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어쩜 메릴스트립 영화로 각색됨직한 에세이들도 있을 거다.


신학대 학생들로 부터의 일거리도 많이 있다. 신학대 학생들을 난 좋아한다.
주로 하나님의 빛 가운데서 행함이라던가, 사람들이 따를 수 있는 윤리적 모델을 제공하는 그 교육과정을
누군가에게 돈을 주고 부정행위를 하는 그 내재된 모순을 그들은 속 편하게 의식 못하는 듯 하다.
주로 의뢰되는 글이 임신중절, 동성결혼 같은 미국의 도덕적 붕괴에 대한 열렬한 비난인 걸 보면
짐작컨대 성직 당국 입장에선 이들을 미래의 성직자들이 저지르는 표절보다 더 큰 위협으로 보는듯 싶다.


미국 간호사들에 대해선 걱정할 건 없다.
우리 목숨은 - 단지 글쓰기에 젬병일 뿐인 - 안전한 손에 있으니까.
간호대 학생들은 내 직장의 가장 큰 고객층의 하나이다.
사례관리 계획안이나 간호윤리 보고서도 써줬고, 왜 임상간호사들이 의학 미래에 빛이 되고 있는지에
관한 에세이도 써줬다. 가상 환자이면 좋으련만 싶은 이들을 위한 제약 치료과정까지도 써줘 봤다.


이름도, 의견도 없고, 스타일도 없는 나란 사람은 지금까지 변론취지서라던가,
군사전략 평가서, 시, 실험보고서, 그리고 심지어는 학업 성실성에 관한 논문도 포함된
수많은 글을 써 줘 왔기에 어느 학과의 부정행위가 가장 횡행하는지 찝어내기 힘들다.
그러나 굳이 말하라면, 그 중 교육계가 제일 심하다고 말하련다.
초등교육 프로그램 학생, 특수교육 전공 학생, 그리고 ESL 훈련과정에 있는 학생들을
위한 논문을 썼다. 야심찬 고교 교사를 위한 강의계획도 썼고, 고객이 교실수업 관찰하면서
적은 메모를 보고서로 종합하기도 했다. 학교 관리자가 되기 위해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에세이도 써줬고,

교장 코스 진행중인 이들을 위한 논문도 썼다.
(미국의 미래 교육자들, 난 당신이 어떤사람들이란 걸 안다.)

 

 

 

 

경영윤리 논문 마감기한이 다가옴에 따라 내 앞에 놓여진게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이렇게 큰 과제를 맡을 때마다 내겐 어떤 육체적 센세이션이 생긴다.
정말 이짓을 또다시 하려는가? 지난 번에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기억하쟎느냐.
이 학생이 오랜간 네게 의지할거라는 거, 넌 그의 긴급 연락처가 되고, 지도교사가 되고
구명 뗏목이 돼버릴 것을 알지 않느냐.
이 논문 쓰는데 바쳐지는48이란 시간동안 넌 모든 인간 기능을 상실한 채 타이핑만 하게 될 것이고,
용어가 모든 의미를 잃을때까지 줄기차게 구글 검색을 할 것이며,
중미 어느 조그만 나라에 혁명을 부채질 하기에 충분할 만큼 많은 커피를 마셔댈거다.


하지만 돈이 나오질 않는가. 왠지 주어진 기회를 이용해야만 할 것도 같고,
심지어는 내가 해낼 수 있을지 어떨지 하는 약간의 전율이랄까 그런 것들이 있쟎은가.
게다가 해낼 수 있기도 하다.
이틀간 75페이지나 되는 논문을 써 내기가 그리 믿기 어려울 만큼 힘든 건 아니다, 단지 괴로울 뿐.
내가 잠이 그리 많이 필요한 사람도 아니고, 또 짜증 날라치면 한시간에 네다섯장쯤 대량생산해 낼 수도 있다.

이 일을 시작한 이래로 도서관이란 곳엘 난 가본적이 없다.
아마존(Amazon) 에 공짜 견본들이 넘쳐나고,
구글 Scholar 도 거의 모든 학술지 논문 개요를 제공하는 아주 좋은 자료 출처가 되며,
익숙치 않은 주제를 다뤄야 할때면 종종 제일 먼저 찿곤 하는 위키 백과는 물론이다.


수년간, 페이지 수를 잡아 늘리는 방법을 연마해냈다. 40개 단어로 4단어 문장을 만들수도 있고,
인용문 한 구절을 줘보시라, 두 페이지 되는 장황한 설명서도 만들어 낼 수 있다.
보통 사람이 한 단락이면 할 수 있는 말을 난 열 페이지로 늘려 말할 수 있다.


이런 과정으로 탄생된 과제물이 얼마나 잘 되어있냐구?
그건 그날 내 기분에 따라 다르고, 작업중인 다른 과제물들이 얼마나 많은지에 따라 다르다.
그들 기대치라던가, 그들 능력 대비 완성작품 수준 정도 등 고객에 따라서도 또 다르다.
이미 한 일에 대해 수정을 가하진 않는다. 그래야만 "수준을 좀 낮춰줄 것"을 요청하는 고객들 수를
줄일수 있는 것이다. 내가 해낸 작업중엔 아주 잘 된 것들도 있고, 그저 그런 것도 좀 있지만,
대부분 고객들은 그 차이를 딱 짚어 말할 그런 기술이 없다. 대개 학생자신이 직접한것 보단
더 낫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사실, 내가 실수로 오타를 내더라도, "멋져요" 라며
내 유머솜씨(라 생각하고) 에 고마워 할 그들이다.


워낙 많은 학문 자료를 읽어왔기에 허튼소리꾼이 비단 나 혼자만이 아님을 알고 있다.
디킨스가 단어당 어떻게 지불받고, 그 결과로 Bleak House 가....그래, 좀 외교적 언어로 말하자면,
철저하다 할 수 있겠다. 디킨스는 바로 내 롤모델인 것이다.

  

 

자, 그리하여 나란 사람이 어떻게 맞춤논문 작가가 되었을까?
내가 어떻게 이 직업에 뛰어들게 됐는가 하는 스토리는 어쩜 교훈적일지도 모르겠다.
스토리 대부분은 대학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엄청난 실망감에 관한것일 뿐.


고등학교에서의 그 엄격함과 일찍자고 일찍 일어나는 일에 대한 내 혐오감을 그나마
잠재울 수 있던 것은, 의견을 자유롭게 교환하고 위대한 지성에 접근할 수 있다는앞으로의 기대 때문이었다.
대학이라는데가 고작 학점이나 열심히 따내고, 경쟁이란 놈 때문에 인격성장이 기를 못피는가 하면,
낙제점수에 대한 두려움을 학문장려에 사용하는 또 하나의 장소란 걸 안다면 이 얼마나 의기 꺾이는 일인가.


비록 내 대학시절 경험이 그 과시된 평판에 부응하지는 못했지만 지금의 나로 이끌어주긴 했다.
상위 중산층 가정에서 성장한 나는 대학은 못사는 지역으로 다녔다.
학비를 내고 나면 단 한푼도 내 손에 쥐어지는거 없이 그저 단 한장의 식단표와

룸메이트의 컴퓨터가 전부였지만 – 난 정말 잘 적응했다.


문필을 업으로 삼겠다고 작정했다. 더군다나 그 방법을 배우느라 이들 엄청난 학비를 수년 내왔쟎은가.
대학 3년생 되기 바로 전 여름, 내 첫 소설이 완성되자 난 영문과에 연락해 편집과 출판을 둘러싼
독자적 연구를 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그런 건 여기 없다" 는 말과 함께 날 마치 정신과 환자취급하며,
클래스로 돌아가 강의에 출석하고 졸업할 때까지 사지선다형 답안지나 열심히 작성하라고 했다.


하지만 강의엔 별 관심이 없었다. 늦잠자고 일어나 오후엔 내 자신의 일을 하는데 할애했다.
그러자 재밌는 일이 생겼다. 권한을 가진 아무나 붙들고 내 작품을 진지하게 여겨달라 간청하고 있는
여기 나란 사람, 그런데 급우들이 알아 준 것이다. 내 능력과 넘쳐나는 내 자유시간을 알아차렸다.
대학에서 인정해 주지 않은 나의 가치를 그들은 본 것이다.


킁킁 약물흡입에 맥주 퍼마셔대느라 바쁜 게으른 급우들은 내게 돈을 주고 글을 의뢰하는데 아주 신이났고,
난 그들 돈을 챙기는데 신이 났다.
대학 주차위반 티켓들의 중압감과 자기회의로 인해 무너져가고 있을 때
어느 사교클럽 남학생이 당신에게 돈을주며 플라톤에 대해 글을 써 달란다고 가정해 보라.
생각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내 서비스에 대한 소문은 특히 그 사교클럽을 통해 순식간에 퍼졌고,
곧이어 모르는 사람들에게서 일을 의뢰하는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내가 작가가 된 것이다!


이후 거의 10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출판업자들이 아닌 학생들이 온통 사방에서 나를 찿아온다.
나, 먹고 살기 위해 열심히 일한다. 사람들에게 잘해준다.
하지만 난 안다, 쉽게 말하자면 내가 바로 나쁜 놈이란 걸. 윤리적 감시의 눈초리에 취약한 상황이란걸.

내게 손가락질 하는건 너무 쉬운 일이다. 왜 내 사업이 번창하는 걸까?
왜 그렇게 많은 학생들이 자신이 직접하는 것 보다 부정행위를 더 선호할까?
나에 대해 뭘 원하는지 말해보시라, 하지만 당신 학생들의 부정행위는 내 탓이 아니다.


절대로 생기지 않는 일이 뭔지 아시는가? 학교에서 쫓겨났다고, 그건 자신 과제물의 진위여부때문이었다고,
그것 때문에 징계조치를 받았다고, 하는 불평의 고객을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내가 아는 한, 내 고객 중 꼬리가 잡힌 사람은 단 하나도 없다.

 

 

 

 

이틀을 남겨두고 드디어 경영학도가 맡긴 과제에 내 자신을 던질 준비를 했다.
전화도 꺼버리고 내 사무실에 꽁꽁 들어박혀 벼락치기 임무수행을 하며 지옥같은 시간을 보냈다.
한번 시도해 보시라, 단 하나 주제를 스무시간 파고들다 보면 거의 유체이탈을 경험할 거다.


내 작업물에 고객은 아주 신나했다. 그녀는 그 챕터를 자기 멘토에게 제출하겠노라며
우리가 그 다음 할 일이 뭔지 알려주겠다고 했다. 두 주가 흐르고, 이후 내가 써내린 수백 페이지에 가려져
그 과제물이 내 기억에서 희미해질 때 쯤인 어느 수요일 저녁, 아래의 이메일을 받았다.


(역시나 해독이 쉽지 않은 문법과 스팰링으로)
"아주 잘 됐어요, 고마워요. 교수님이 좋아하세요. 근데 제안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 가설은 흥미롭지만 좀 더 집중적였음 싶어요. 구체적 연관성을 하나 골라 증명해 봐 주세요."
"뭐라 말할까요?"


자주 생기는 일이다. 임무당 돈을 받는거긴 하지만, 작업물이 길면 길어질수록 학생은
나를 개인 교육고문쯤으로 여기기 시작한다. 그녀는 자기 교수에게 보낼 한 페이지 분량 답변을
내가 써주는데 돈을 지불했고, 논문을 수정하는데에도 내게 돈을 지불했다.
난 그녀가 얼마나 역량있고 뛰어난 학생인지를 목소리 높여가며 이들 과제물을 완성했다.


75페이지되는 경영윤리에 관한 논문은 결국 단어 하나하나 내 손에 쓰여진 160 페이지짜리 학위논문으로 늘어났다.
내 의뢰인 이름이 뭐였는진 기억 못하지만, 내 작품은 그녀 이름으로 돼 있다.
우린 수개월간 협동했다.
내가 힘들게 씨름하고 있는 다른 수많은 주제들과 마찬가지로,
비윤리적 상관습과 무역자유화간의 연계성 역시 내 일상생할에 서브텍스트가 돼 버렸다.


자, 그럼 당연히, 희소식을 전해받을때의 내 희열이 어떨지는 상상이 가실 것이다.


"thanx so much for uhelp ican going to graduate to now."
(도움에 너무 감사 드려요, 저 이젠 졸업할 수 있게 됐어요.)

 

 

 

 

- 엘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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