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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놀기

어떤 공짜

 

 

 

 

 

어떤 공짜 1


집 우편함에 광고물 한.두개쯤 안 끼어오는 가정은 없겠지요.


어느날, 집 우편물 속에 광고쪽지 한장이 끼어 들어왔습니다.
여성 pantyhose(팬티스타킹) 에 관한 내용인데
무료 샘플을 보내줄테니 설문지에 원하는 사이즈와 색상을 알려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뭐 밑질거야 없단 생각으로 설문지를 채워 보냈지요.
며칠 후, 원하던 샘플이 정확히 제게 배달되더군요.


그런데... 이게 왠 일이랍니까.
샘플속에 청구서, 그것도 $25 짜리가 끼어있는거였습니다.
스타킹 한개에 $25 라니!


부랴부랴, 만약을 대비해 카피해둔 광고 설문지를 다시한번 샅샅히 흝어 내려갔습니다.
그러나 그 어느곳에도 샘플 비용 청구에 관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그저 샘플은 샘플, 그러니까 '공짜'여야 할게 분명했습니다.
더 어이없는 것은, 청구서와 함께 또 끼워보낸 안내쪽지에
원하면 같은 샘플을 4개 더 보내주겠다는 겁니다.


자신의 회사가 신규로 출시 예정인 제품이라
많은 여성에게 설문.반응용으로 돌리는 샘플들이라 했거늘,
이제봐서 $25짜리 청구서는 뭐며, 샘플을 4개 더 보내겠다는 말은 또 뭡니까.


어처구니 없는 기분으로 한참을 고민 하다가
광고에 적혀진 번호로 즉시 팩스를 띄워 자초지종을 따졌습니다.


무소식의 불길한 며칠이 지난 후 드디어 답변이 도착하더군요.
샘플을 원하지 않을 경우 동봉했던 회사봉투에 다시넣어 리턴시키랍니다.
그래서 보내온 샘플들과, 묻어온 먼지부스러기까지 한톨도 남김없이 봉투에 담아 고스란히 반송했지요.


그런데... 이 와중에 이건 또 뭐랍니까.
청하지도 않던 그 샘플 4개가 그 사이 또 도착한 겁니다.
$100이 넘는(운반비용포함) 청구서가 역시 들어있었습니다.
그리곤 청구서 기간내에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면 헉,
법적 조치를 하겠다나 어쩐다나 합니다.


너무 놀란 나머지 도착한 샘플 4개도 즉시 돌려 보냈습니다.
그리곤 팩스를 다시 띄웠지요,
이런식으로 순진한 설문자들을 우롱하면 우리도 법적 대응을 서슴치 않겠다는 당찬 의지 표명을 했습니다

 

그러나 속으론 떨리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안내광고나 샘플요청서에 어쩜 무심코 지나쳤던 깨알만한 문구가 어딘가에 있던 건 아닐까,
아님, 뭔가 법의 헛점을 이용한 터무니 없는 '덧'에 걸려든건 아닐까... 하면서.


그러나 그쪽서도 승산 없음을 알았던지
휴우... 다행히도 더 이상 아무일도 일어나진 않았습니다.


마음고생과는 별개로 그렇게 싱겁게 끝이 났지만
일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몇 주간 받아야 했던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말이지요.

 

어쩌면,  언어가 원할치 않은 이민자들이 적쟎은 이곳이다 보니
설문서 내용을 잘 이해못해 협박에 겁먹고 쉽게 넘어가줄 그중 한사람일 것을

제게서 기대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어떤 공짜 2

 

학생때 어느 여자친구의 사연입니다. 
하루는 이 친구가 전화를 받았답니다.


예의 그런 커머셜 세일류 전화인것 같아 대충 끊으려 하다
캐네디언 히스토리북이며 백과사전이며 에세이 셑이며...를 읊더니
문득 '공짜'라는 말이 들려 오더랍니다.
그래 귀가 솔깃해졌다나요.


당시 부모님 따라 이민 정착한지 그리 오래지 않은 이 친구,
아직은 익숙치 않은 영어 실력이지만 그래도 그 말만은 귀에 쏙 들어왔던가 봅니다.


대충 내용의 삼분의 일 쯤은 그냥 흘려버리고
그 '공짜'가 어쩌구 저쩌구니... 에만 포커스를 맞춰 귀 쫑긋하던 중,
저쪽서 갑자기, '어쩌구 저쩌구' 하겠냐? 묻더랍니다.


아주 상냥하기 짝이없는 상대편 (남자)목소리에 왠지 믿는 마음이 절로생겨
뭔 소린지도 확실히 이해 못한채 간단히 '예스~' 를 몇 번 해줬다지요.
그러자, 그러면 배달을 해줄테니 주소를 알려달라 하더랍니다.
그래서 또 친절히 알려줬답니다.


'공짜로 뭔가를 보내줄 모양이네...
요즘 왜 그런일이 많쟎은가, 판촉물 무료 배달 같은거 말야...
이곳선 캐네디언 히스토리나 백과사전 같은것도 판촉용으로 무료배포 하기도 하는가 부지...'

 

다음 날 오후.

띵동~ 현관 벨이 울려 문을 여니
가슴에 한아름 책을 안고 어떤 얼굴 허연 낯선 남자가 얼굴에 함박 웃음을 머금고 서 있더랍니다.


누구신지...?


어제 신청하신 책들입니다.
청구서는 메일로 곧 받으시게 될거구,
일단 이곳에 주문하신 책을 모두 잘 받았다는 서명만 해 주시면 됩니다.

 

참 그리고,
바로 이 에세이 한권(달랑~) 이 무료로 끼워 드리기로 약속한 그 책입니다.


헉...


며칠 후,
함박웃음 그 멋진 남자가 말한대로 청구서는 친구 앞으로 어김없이 날아오고,
가산탕진 $300이 찍힌 거대한 금액을 바라보며 가슴치며 처량히 한숨지었다던 친구.


아흐, 그 놈의 잉글리쉬 땜에...

 

 

사실은 이 친구 경험처럼, 신규 이민자들의 언어 헛점을 미끼로 한
이런 터무니 없는 사기아닌 사기가 없쟎아 생긴다고 합니다.
그 댓가를 억울히 치루지 않으려면 절대로 상대방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채
생각없이 '예스'를 남발하는 일은 삼가해야 하겠지요?^^

 

 

 


- 엘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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