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랑교육이랑

The Forsaken (버려진 여인)

 

 

 

 

 

일전의 "영하의 삶, 누나붓 사람들" 이란 제목의 본인 포스트 끝무렵에 
이뉴잇(옛명 '에스키모')의 풍장(風葬) 혹은 공장(空葬) 을 잠시 언급한 적이 있다.
그와 관련해 캐나다 한 원주민의 옛 '장례' 풍습을 엿볼 수 있는 시 하나를 이에 소개해 볼까 한다.


소개될 "The Forsaken" 은

캐나다 온테리오 출신 시인이자 소설가인 Duncan Campbell Scott 에 의해
원주민어가 영역시로 재탄생되어 1903년 4월 처음 발표된 것인데,
영역과정에서 문법적 오류가 보이는 부분도 있다.
이를 두고 일부 평론은 그가 "who is not entirely at home with English" 즉,
영어에 그리 정통하지는 못한 때문으로 돌리고 있긴 하지만, 사실 자국어라 하더라도
문법의 오류없이 완벽하게 짜여진 문장들로 작품이 탄생되는 것은 아님을 생각해 본다면
그리 야박히 탓할일 만도 아닌 듯.


한국에서도 이 시가 소개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먼저 이 Scott의 영역시가 발표되자 마자 많은 여론을 일으키며 평론가들의 공격을
받았던 부분이 있었는데 그것은 본문에 사용된 "slink" 라는 표현 때문이다.


그 이유는,

만약 이런 '고려장'이 예컨대 그들 원주민의 공인된 장례 풍습이라면
왜 Part II 에 "slunk"(살금살금 몰래 도망갔다) 를 넣어야 했는가이다.
마치 죽어가는 부모를 버려두고 몰래 떠나는 죄책감인 듯 말이다.


일부에서는 이 부분을 두고 영역자인 Scott 이 백인이기에 실제 인디언들의 감정과
느낌을 잘못 해석했을 가능성에 대해 말하기도 하고,
그의 인디언들의 문화나 언어, 종교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서 오는 오류였을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지나친 것 아니냐는 소리를 들을만큼
캐나다 Aboriginals 커뮤니티에 대한 관심이 깊다. 
실제로 그들과 관련된 그의 정치 경력도 그러하려니와,
그의 시 작품세계에 자주 등장하는 북미원주민의 삶이 그러하다.


왈가 왈부 시에 대한 평이 많지만 그래도 시 속에 흐르는 정서는
그것이 비록 그들의 무덤덤해진 삶의 단면이라 할지라도
대하는 우리들로선 다분히 감동적이지 아니할 수 없다.


외에도 Part I과 II 에 각각 사용된 표현과 단어들에서
캐나다 원주민 First Nations와 유럽인들의 문화 공존.흡수 과정이 나타나지만
그것까지 여기서 논하기엔 너무 장황해질 것 같아 그 부분은 나중에 기약하기로 하고,
일단 내용만 충분히 전달되는 범위에서 시적 운율 없이 한역으로 옮겨본다.

 
스토리의 배경은 오래전 Lake Superior(수피리어호) 북부에서 일어났던 실화로,
원주민의 한 부류인 치퍼와족 여성의 가슴 저린 인생이 담긴 시이다.
주인공 여인은 어린나이에 엄마가 된 상태로 남편에게서 버림을 받는다.

 

 

 

 

 

I

 

Once in the winter

Out on a lake

In the heart of the north-land,

Far from the Fort

And far from the hunters,

A Chippewa woman

With her sick baby,

Crouched in the last hours

Of a great storm.

Frozen and hungry,

She fished through the ice

With a line of the twisted

Bark of the cedar,

And a rabbit-bone hook

Polished and barbed;

Fished with the bare hook

All through the wild day,

Fished and caught nothing;

While the young chieftain

Tugged at her breasts,

Or slept in the lacings

Of the warm tikanagan.

All the lake-surface

Streamed with the hissing

Of millions of iceflakes

Hurled by the wind;

Behind her the round

Of a lonely island

Roared like a fire

With the voice of the storm

In the deeps of the cedars.

Valiant, unshaken,

She took of her own flesh,

Baited the fish-hook,

Drew in a gray-trout,

Drew in his fellows,

Heaped them beside her,

Dead in the snow.

Valiant, unshaken,

She faced the long distance,

Wolf-haunted and lonely,

Sure of her goal

And the life of her dear one:

Tramped for two days,

On the third in the morning,

Saw the strong bulk

Of the Fort by the river,

Saw the wood-smoke

Hand soft in the spruces,

Heard the keen yelp

Of the ravenous huskies

Fighting for whitefish:

Then she had rest.

 

II

 

Years and years after,

When she was old and withered,

When her son was an old man

And his children filled with vigour,

They came in their northern tour on the verge of winter,

To an island in a lonely lake.

There one night they camped, and on the morrow

Gathered their kettles and birch-bark

Their rabbit-skin robes and their mink-traps,

Launched their canoes and slunk away through the islands,

Left her alone forever,

Without a word of farewell,

Because she was old and useless,

Like a paddle broken and warped,

Or a pole that was splintered.

Then, without a sigh,

Valiant, unshaken,

She smoothed her dark locks under her kerchief,

Composed her shawl in state,

Then folded her hands ridged with sinews and corded with veins,

Folded them across her breasts spent with the nourishment of children,

Gazed at the sky past the tops of the cedars,

Saw two spangled nights arise out of the twilight,

Saw two days go by filled with the tranquil sunshine,

Saw, without pain, or dread, or even a moment of longing:

Then on the third great night there came thronging and thronging

Millions of snowflakes out of a windless cloud;

They covered her close with a beautiful crystal shroud,

Covered her deep and silent.

But in the frost of the dawn,

Up from the life below,

Rose a column of breath

Through a tiny cleft in the snow,

Fragile, delicately drawn,

Wavering with its own weakness,

In the wilderness a sign of the spirit,

Persisting still in the sight of the sun

Till day was done.

Then all light was gathered up by the hand of God and hid in His breast,

Then there was born a silence deeper than silence,

Then she had rest.

 

 

 

“The Forsaken”

Duncan Campbell Scott (1862-1947)

 

 


The Forsaken (버려진 여인)

Duncan Campbell Scott


I
어느 한 겨울이었다네.
요새(要塞)와도 멀고 사냥꾼 손길에서도 먼, 북녘땅 한가운데 어느 호수,
아픈 아이 품에 안은  한 치퍼와(Chippewa) 여인
대폭풍의 최후 몸부림속에서 웅크리고 앉아 있다네.


꽁꽁 얼고 허기 지친 몸,
삼나무 껍질을 꼬아 만든 낚싯줄에 미늘돋힌 윤나는 토끼뼈 낚싯바늘 달아
얼음 뚫고 고기를 잡았다네, 미끼도 없는 맨바늘이었다네.
거센 온 하루 낚시를 했지만 잡은 건 아무것도 없었다네.
어린 족장 엄마 젖가슴 잡아당기며
따뜻한 강보 안에서 잠이 들기도 했네.


호수표면, 온통 바람에 내던져진 무수한 얼음조각의 쉿쉿 소리,
여인 뒤로 보이는 어느 고독한 섬은
삼나무숲 깊은 곳에서 흘러 나오는 폭풍소리를 내며
타는 불길처럼 포효하고 있었네.


아, 그 용기와 단호함이여! 
여인은 자신의 살점을 도려내 낚싯고리에 미끼로 매달았네.
회색송어 한 마리 꾀어냈다네. 다른 놈들도 꾀어냈다네.
여인 옆에 산더미로 쌓여 눈 속에서 죽어 갔다네.


용감했다네, 단호했다네.
여인에겐 가야할 길이 멀었네. 
늑대의 굶주린 눈빛이 따라 붙는 고독한 길이었지만.
가야할 목적지가 있었고, 소중한 자식의 목숨이 달려 있었네.


터벅터벅 이틀을 꼬박 걸어 사흘째 되는 날 아침,
여인의 눈에 강가 요새의 육중한 몸집이 들어왔다네.
가문비 나무숲으로 은은히 퍼지는 장작 연기도 보이고,
송어를 서로 차지하기 위해 싸우는 굶주린 이뉴잇 개들의
날카로운 울부짖음도 들려오네. 
여인은 그제서야 한숨을 돌렸다네.

 

II
해가 가고 또 가고, 여인은 이제 늙고 쇠약해졌다네.
여인의 아들이 노인이 되고
그의 아이들은 정력 넘치는 청년이 되었네.
어느 겨울 문턱, 북부 어느 쓸쓸한 호수의 한 섬으로
여행을 가자며 그들이 왔네.
 

그곳서 그들은 하룻밤 야영을 했네.
솥과 나무껍질, 토끼 가죽 옷과 족제비 덫들을 모두 담아
이틑날 그들은 배를 저어 살며시 그 섬을 떠나 가버렸네
여인 하나만을 영원히 홀로 남겨놓은 채,
안녕이란 단 한마디 말도 없이.
여인은 이제 너무 늙어 아무 쓸모가 없어졌기 때문이라네,
뒤틀어지고 부러져서 더 이상 배를 저을 수 없는 노처럼.
쪼개져 쓸모없어져 버린 막대기처럼.


탄식도 없이, 강인하고 흔들림없는 모습으로,

여인은 머릿수건 아래 늘어진 검은 머리털을 곱게 빗어 내렸네.
어깨 위의 숄도  가다듬었네. 
아이들을 젖먹여 키우느라 다 사그라져 버린 젖가슴,
그 위로 묶인 두 손을 그리곤 가만히 접어 올렸네.


여인은 삼나무 숲 꼭대기 너머 먼 하늘을 응시했다네.
땅거미 헤치고 드러난 별 반짝이는 밤이 두 번 지났고,
햇빛 찬란한 낮도 두 번 지났네.
고통도 불안도 아무 열망도 없이 그렇게 지났네.


그리곤 세 번째 밤이 되었네.
황야의 구름사이로 무수한 눈송이가 끝없이 끝없이 쏟아졌다네.  
아름다운 수정 수의가 되어 여인 주위로 소복소복 쌓였다네. 
깊고 고요히 그녀를 덮었다네.


하루 다 하도록 광야에서 태양 앞에 고집스레 버티던 영혼의 신호이련가,
새벽 서리, 눈 속 작은 틈사이로 꺼질 듯 연약한 마지막 숨 한 줄기
저 아래 생명 위로 힘에 겨워 흔들리며 새어 나왔네.


이제 신은 모든 빛을 다 거두어 가슴에 담으셨다네.
침묵보다 더 깊고 깊은 침묵이 흐르고
여인은 마침내 안식을 찾았다네.

 

 

 

 

- 한역 엘리 -
 
"불펌 금지합니다"

 

 

'문화랑교육이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험치는 아이들 I  (0) 2013.05.06
빗자루 드는 교포학부모  (0) 2013.03.30
의심  (0) 2013.02.15
단 한번의 기회  (0) 2013.02.03
어느 논문대필전문가의 폭로  (0) 2013.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