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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랑교육이랑

빗자루 드는 교포학부모

 

 

 

 

 

우리 옛 세대 체벌도구의 상징일 법한 이 '빗자루 몽둥이'가
한국인이라면 대개에게 아주 생소한 낱말은 아닐 것이다.
이 물건이 고유 목적외에 적절히 사용될 때는 사랑의 매 라던가 신변보호용 도구가 됐을 것이고,
남용.오용시엔 폭력무기로 돌변하기도 했었지 않았겠는가.


그런데 이 구 시대적 벌칙도구가 더구나 '본거지'인 한국을 떠나
이곳 캐나다 같은 해외에 나와서까지 그 파워를 휘두르고 있다면?!


어느 아침 등교길, 학교 캠퍼스에서 벌어진 장관이다.
한 여학생이 빠른 걸음으로 창피한 듯 얼굴을 가리며 도망가다시피 걷고 있었고
그 뒤에는 고래고래 뭔가 고함을 치며 학생 부모인 듯한 한 중년 여성이 뒤따르고 있었다.
"xx! xxx!"  여성이 배설하듯 악다구니로 내뱉는 욕설속에 얼핏 들려오는 한국말,
그리고 그녀 손에 쥐어져 있는 말로만 듣던 바로 그 '빗자루 뭉둥이.'

 

 

        

 

 

여학생은 벌겋다 못해 시커메진 안색으로 도망자처럼 재빨리 학교 건물안으로 사라지고
차마 그곳까진 따라 들어가지 못하겠던지
씩씩 분을 삭이지 못한 표정으로 중년여성은 얼마간 그 입구를 노려보다
손에 든 빗자루를 고쳐잡으며 신경질적으로 돌아선다.

 

상황파악을 하기엔 너무 짧은 시간의 일이었고,
시간이 있었다 해도 중재차 끼어들기엔
'학교 영화제작반(film production) 에서 무슨 필름 찍는 중인 건가...?'
싶을 만큼 비현실적 상황이었다.


방금 들어간 그 여학생이 누군지 혹 아는 사람?
몇몇 목격자를 통해 조심스럽게 이름과 학년을 알아냈다.
몰랐다면 모르지만, 직접 목격한 이상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었고,
사안에 따라선 부모의 자녀폭행과 연계돼 문제가 커질 법한 일이기도 했다.

 

**


마지막 수업을 마친 후, 그 학생을 불러 얘기 좀 하자고 했다.
앉자마자 울음보부터 터트리고 만다.
엄마때문에 도저히 창피해서 얼굴들고 학교엘 다니지 못할것 같으니 어쩌면 좋으냔다.


가까스로 마음을 가다듬은 아이에게서 들은 그날 아침 사연은 이렇다.
평소에도 끊임없는 다툼으로 관계 악화일로였던 두 모녀는 그날 아침에도
학생 특별활동비 지출 문제로 큰 소리가 오갔다 한다.


비록 기러기 가정이긴 하나 재정에 관한 한 하등 걱정없을 만큼 부유한 형편임에도
학비/특별활동비 지불 거부를 자녀 벌칙의 한 방법으로 볼모삼는 학생 엄마인지라
딸내미에 대한 그 즈음의 못마땅한 마음을 예의 그 '지급거부'라는 방법으로 표출했고,
급한 딸내미는 막무가내로 엄마 지갑에서 그 비용을 꺼내 들고 나온 것이다.


There are two sides to every story란 말처럼,
다른 한쪽인 학생 엄마측 사연도 들어본 후 판단해야 할 일이지만
일단 빗자루란 무기로 자녀를 위협한 사실 그 자체는
어떤 변명, 어떤 사유로도 타당화 될 수 없는 일이었다.


학교 고위층과의 내부 의논을 거쳐 그 학생 엄마와의 상담이 이어 이뤄지고,
어찌어찌하여 다행히 상황이 긍정적으로 일단락 지어지는가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그 이후로 모녀 관계가 막다른 골목에까지 이르는 일이 생기고야 만다.


아파트 생활이란게 사실 층간, 이웃간 소음에 무척 예민한 것이질 않는가.
허구헌날 온갖 고함 질러대며 다투는 모녀지간이라
그렇쟎아도 이웃의 불평이 아파트 관리자를 통해 올 때까지 와있던 터에
한밤중에 들리는 여자아이의 울며 부는 비명소리에 뛰쳐나온 아파트 주민들이
딸아이 머리채를 붙들고 알아듣지 못할 언어로 고함을 쳐가며

빗자루 마구 휘둘러 대는 엄마를 그냥 보고만 있을 것인가.
대번에 관리자가 달려오고, 경찰이 오고...
결국 가족 모두가 학교 정신상담의를 통해 가족봉사회로 넘겨지는 것으로 끝이 났다.


은퇴를 앞둔 베트런 교직원을 통해 듣기로는
드물긴 하지만 이런 비슷한 예가 예전에도 전혀 없진 않았다고 한다.
심지어는 수업중에 들어와 교사 앞에서 학생을 막무가내로 끌고 나가는 부모가 있었는가 하면,
상담중에 고위 간부진 앞에서 학생을 '패는' 부모도 있었다고 하니,
마치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 피우던 제5공화국 시절에나 있었을 법한 얘기인 듯 믿기지가 않는거다.

 


 


 

 

 

알게 모르게 행해지는 학부모의 '손찌검'은 이곳 학교행정부에선 그리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특히 문화적응 초기단계의 교포가정이거나, 마음 조급하기 쉬운 유학, 기러기 가정일 경우가 많다.
성적부진이나 명령 불복종을 이유로 부모가 자녀 손바닥이나 종아리에 체벌을 가하는 장면을
개인교사나 이웃에게 직.간접으로 목격당해 교육청에 신고가 들어오기도 하고,
그럴때면 '자녀 학대'를 우려하는 학교측의 민감한 시선에 맞서
그것이 결코 '사랑의 매'였음을 납득시켜야 하는 난감한 상황을 맞기도 한다.


교육계에서는 이를 한국 특유의 사회분위기에서 비롯된 부모의 '지나친 교육열'
혹은 '엄격한 훈육법' 정도로 완곡 표현하는 배려를 하고 있지만,
그들이 정말 그렇게만 생각하고 있을 것인가.


비록 극소수이긴 하지만 이런 시대착오적 교육법을 아직도 지닌 일부 교포학부모들로 인해
차가운 이성과 뜨거운 가슴의 지혜로운 다수마져 더불어 욕을 먹게 될까 싶어
안타까운 마음일 때가 많다.

 

 

 

 
- 엘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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