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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랑교육이랑

당신이 생각하는 잘 받은 교육이란

 

 

"잘 받은 교육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 누구도 내 아내를 만나보기 전엔 교육을 잘 받는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에 관한 정의를 내려서는 안된다.


내 아내 알리사를 만난 것은
하버드대학에서 그녀가 인류학 박사 논문을 마무리하고 있을 즈음이었다.
온통 학교에서 살다시피 하던 그녀가 유일하게 잘한 결정은 바로 의과에의 지망.
그리하여 그녀는 오늘날 개업의사가 되었는데, 그녀 환자와 동료의 피드백으로 미뤄보아
그녀는 아주 뛰어난 내과의사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그녀에게 8 곱하기 7이 뭐냐고 묻는다면 아마 얼어붙고 말 것인데,
이유는 구구단을 한 번도 배워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문법은 또 어떤가, 'Me and him went over her house today.' 식의 표현이 전형적인가 하면
'Who's Faulkner?' (윌리엄 퍼크너: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할 정도로 문학에 깜깜하다. 
12년쯤이 흐르자 난 그녀가 얼마나 모르는 게 많은가에 놀라는 만큼이나
그녀의 명민함에도 계속 감동하고 있다.
(그녀가 얼마나 멋진 사람인지에 깜짝 놀라곤 하지만 그건 이 글의 요점에서 벗어나므로.)"

이상은 작가이며 유명강사인 Alfie Kohn 의 글 "What Does It Mean to Be Well-Educated?" 첫 부분이다.
그는 교육과 육아에 관한 그의 진보.혁신적 방식으로 현재 교육계에 정평이 나 있는 사람이다.
그가 하는 이야기를 계속 들어보자.


"자, 그러면 이 역설적 상황을 어찌 생각하시는지?
그녀는 과연 영어와 수학의 기본조차 익히지 않고도 29년간 (의학수련의 기간을 뺀) 학교 교육을 받으며
지금의 위치에 오름을 가능하게 하는 교육제도 폐단의 살아있는 징표인가?
아니면, 그녀가 깊은 사고력과 고도의 기능을 갖춘 성공적 일개인이 됨에 있어
그녀의 부족한 능력이 하등 장애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교육을 잘 받는 것이 무슨 뜻인지 다시금 생각해 보라는 제의를 하는 것인가?
물론, 그런 특징들이 잘 받은 교육이 무언지를 묘사하는 거라면 뭐 딜레마에 빠질 이유도 없다. 
그녀가 딱 거기에 들어맞으므로.


그러나 문제는 그녀에게 모자란 능력과 기술들을 '사람들이 갖춰야 할' 목록에 포함할 경우이다.
하지만 그런 경우라 해도 그게 내 아내뿐만은 아니다. 
인터넷 덕분에 작가들과 연구원들의 원고 초안이 여기저기 돌아다니게 되고,
우린 얼마나 많은 정말 똑똑한 사람들이 스펠링과 맞춤법을 제대로 사용치 못하고 있는지를 깨닫게 되지 않는가. 
그들의 통찰력과 발견이 그들 관련 분야 양상을 바꿀 수 있게 될진 몰라도
생략부호 하나 제대로 그들은 사용할 줄 모르는 것이다.


'잘 교육받은' 이란 문구가 여러분이 받은 학교 교육의 질을 나타내는 것인가, 아니면
무언가 당신에 관한 것을 말하는 건가, 배운 것 혹은 기억하는 것을 의미하는가?
당신에게 있어 잘 받은 교육이란 말이 '지금 무엇을 알고 있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적용된다면,
아마도 당신은 일류교육을 받았음에도 형편없는 교육을 받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이 말이 여러분이 받은 학교 교육의 질을 말하는 거라면,
거의 기억도 나지 않거나 아니면 최소한 몇 년 지난 후 거의 무관하다 할 수 있을 만큼  모호한 강의를
'잘 교육받은' 사람들이 앉아서 끝까지 들었던 거라고 결론지어야 할 것이다.


나 자신은 어떤가?
생전 읽어보지도 않은 수많은 고전 문학작품 수를 열거하는 그 창피함이라니. 
난 곱셈을 꽤 잘하는 편이다.  하지만 1차 방정식 이후로 배웠던 수학의 모든 것은 완전히 사라졌다.
내가 얼마나 잘 교육을 받았다는 건가?"
 

여기까지만 그의 글 일부를 소개해 보지만,
이후로 이어지는 현재 전세계 교육시스템이 지닌 문제에 대한 그의 분석과 제안은
교육계에 몸담은 사람이라면 한번쯤 고개 끄덕일만한 것들임은 부정할 수 없다.

 

 


 

 

글에 인용된 스탠포드 대학 어느 교수의 말처럼
"학교의 최우선 순위는 지적 성장이어야 한다는 치명적 관념을 우리는 거부해야 한다" 는
시점에 우리는 지금 와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의 충고처럼 우리는 유능하고 배려심 많으며 인간미 넘치는 사람을 만드는데 교육의 주목적을 두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교육을 민주사회 창조나 지속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보는 사람들과,
교육의 주된 역할은 '경제성'이기에 교육이란 미래 일꾼에 대한 하나의 투자이고,
궁극적으론 기업 이윤이 목표인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과의 논란을 헤쳐나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말하자면 "교육이 성공적이었는지를 우리가 어떻게 알 수 있나?" 하는 질문은
무엇에 대해 성공적이어야 하는지를 우리가 묻게 될 때까지 제기되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일정 시간 동안 그저 교실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 잘 된 교육이 이뤄지는 건 정말 아니다.
일련의 단어들과 이름, 도서 목록에 대해 얼마나 잘 아는지로
그 사람이 교육을 잘 받았는지를  판단하는 일은 아주 섣부른 방법이란 것이다.
바닐라 맛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쵸컬릿 맛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시에 관한 지식 쌓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저자 Kohn 자신처럼 게티스버그 연설류를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종종 "그 녀석, 가정교육 하나는 정말 잘 받았다"는 소리를 하거나 듣는다.
반면에 "그 녀석 학교 교육 하나는 정말 잘 받았네!" 는 어떠한가.
그 녀석 공부 참 잘했다, 우등생이었다, 가 아니고 말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모르지만 어찌 됐던 학생을 평가하는 우선순위는 바로 '점수'라는 건 만국 공통이다.


"우리 아이는 남을 돕는 사회봉사활동을 너무 좋아해서 걱정예요.
뒤처진 성적 올릴 생각은 안 하고 시간만 나면 여기저기 봉사단체를 기웃거려 제 속을 타게 한다니까요."
자녀의 부진한 학교 성적으로 카운슬링을 요청하며 하는 드물지 않은 학부모 하소연 중 하나다.
아이가 좋아하는 건 실제 성적엔 도움이 도대체 안 되는 사회봉사이고 취미이고 만들기라서 부모가 고민인 거다.
 

이럴 때는 나 자신도 철학가 Alfred North Whitehead 의
"신이 창조한 지구에서 가장 쓸모없이 따분한 사람이 바로 그저 박식하기만 한 사람이다"를 슬쩍 인용하며,
"공부가 다가 아니다, 학창시절 그런 다양한 성품과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고 소중한 일인가!"
를 용감히 외쳐댈 수도 있겠지만,
입장이 입장이다 보니 아무리 전인교육을 표방하는 선진교육시스템이라 해도
다소 동떨어진 비현실적 조언을 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슬픈 딜레마에 빠지기도 한다.


"잘 받은 교육" - 정의하기 그리 간단치 않은 말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시험들을 통과하는 것이 그들 최고 목표가 될 때는 가르침이란 것이 왜곡될 수 밖에 없다는 것과,
학생들에 대한 압력이 시험점수 높이는데 적용될 땐 학생들이 질 낮은 교육을 받는다는 것은
거의 틀림없는 말 아닐까.

 

 

 

 

Playing for Change “What a Wonderful World”

 

 

- 엘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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