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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얘기저얘기

할로윈 '5번가 언덕의 혼령'

 

 

 

 

할로윈 시즌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Jack O' Lantern을 올해는 좀 더 멋지게 만들어 봐야지 했다가
막상 내 머리 두 배쯤 되는 펌킨 두 통을 사서 앞에 놓고 나면
살 때의 그 풍만했던 포부는 다 어디로 가고,
에혀, 이걸 언제 다 파나...
너무 무서워도 안 되고, 너무 헤퍼도 안되고, 밑그림을 그렸다가 지우고, 더했다가 빼고,
결국 간단한 디자인으로 할로윈 고스트와 타협을 또 하고 맙니다. 흐.

 

 

 

 

 

 

 

 


할로윈이면 이곳서 재미삼아 오르내리는 섬뜩한 스토리들이 있습니다.
소복 여인에 관한 사연이 바로 그중 하나지요.


40년대 초, 미국의 한 택시 기사가
5번가 언덕 (Fifth Street Hill) 근처에서 으스스한 일을 경험합니다.
그리고 그 스토리는 1942년 10월 말 지역 신문에 게재됩니다.


"5번가 언덕 꼭대기에 이르자, 길가에서 한 여성이 손을 흔들며 나를 세웠다..
차를 멈추고 문을 열어주자 그녀가 뒷좌석에 올라탔다.
무척 추운 날씨였음에도 그 여성이 입은 것이라곤 그저 치마와 얇은 블라우스가 전부였다.
좀 기이하단 생각이 들었다.


"코트 없인 무척 추운 날씨지요?"
"저는 십 년 동안 코트를 입어 본 적이 없는 걸요."
 

행선지를 물으니 언덕 밑 어디쯤이라 한다.
천천히 언덕 아래로 차를 몰아 그녀가 세워달라는 어느 집 앞에 도착했다.
택시비를 받으려고 몸을 뒤쪽으로 돌렸는데...
그녀는 뒷좌석에 없었다.
혹 정신을 잃어 바닥으로 쓰러졌나 싶어 바닥을 보니 그건 아니었다.
길 뒤쪽을 쳐다보니 역시 길에는 아무도 없었다.


'참 이상스럽기도 하다...'
머리털이 곤두선 나는 그녀가 가자 했던 그 집 대문을 두드렸다.
조금 있으려니 한 노파가 나온다.
"혹시 방금 여성 한 분이 이 집으로 들어오지 않았는지..."
"아... 죽은 제 딸을 태워오셨군요. 4년에 한 번씩 나를 보러 온답니다..."


본부로 부리나케 돌아간 그는 배차담당자에게
택시비를 받지 못했음을 알리며 좀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얘기했습니다.
얘기를 들은 그는 일 년 전 다른 택시회사의 어느 기사에게도 그런 일이 있었다 들었다며
곧이어 소문의 당사자에게 전화해 본 결과, 진짜 그런 일이 있었음이 확인되었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는 택시 기사들 입을 통해
자신들의 그와 비슷한 경험을 더한 여러 버전으로 각색되어 퍼졌고,
이름하야 "5번가 언덕 여인의 혼령" 이란 표제까지 붙었다지요.


 

 

 

 

이후 16년이 흘러,  1958년 11월자 신문에 다시 이와 관련된 이야기가 실립니다.

 

"아주 오래전, 한 부부가 그들 딸과 사윗감을 데리고 Wayne으로 갔다.
결혼의 계절인 이른 봄을 맞아 그 둘을 결혼시키기 위해서였다.
결혼식을 잘 치룬 후 모두 집에 돌아오는 길이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고, 길은 미끄러웠다.

5번가 코너를 돌아 다리를 건너기 바로 전,
차는 빗길에 미끄러져 뒤집히고, 그로 인해 새신부는 즉사한다.


이후로 초봄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이면 그 신부는 언덕에 나타나,
하늘하늘한 하얀 소복을 하고는 언덕 꼭대기에 서서 지나가는 차들을 히치하이킹 한다.

 
한번은, 태워달라고 손 흔드는 그 소복입은 신부를
왠지 섬뜩한 기분에 무시하고 그냥 지나치려 했던 남성이 있었는데
갑자기 차 엔진이 멎으면서 라이트가 꺼지고, 레디오도 멈추는 것이었다.
그가 차를 살피러 밖으로 나가자,
소복 여인은 언덕 아래로 거꾸로 뒷걸음질치며 사라졌다.

 


 


 

또 신문에는 이런 이야기도 실렸다지요.


"한 남성이 귀가하는 길이었다.
5번가를 따라 걷고 있었는데 검은 옷을 입은 한 여성이 뒤에서 따라오는 것이다.
자신에게 볼일이 있는가 싶어 그는 멈춰 서서 그녀를 기다렸다.
그러나 여자는 그와 가까운 거리쯤에서 걸음을 역시 멈추는 것이다.
말을 걸었지만, 그녀는 입을 꼭 다문 채 그저 그로부터 거리를 유지할 뿐.


그가 다시 걷기 시작하자 그녀도 다시 뒤따라 걷기 시작했다.
그가 속도를 높이자 그녀도 따라 빨리 걷고,
그가 멈추면 그녀 역시 멈춰 섰다.


등골이 오싹해진 그는 집을 향해 젖먹던 힘을 다해 달리기 시작한다.
달리면서 뒤를 돌아다 보니 그녀도 등 뒤에 바싹 따라붙어 오고 있었다.


드디어 집 근처에 다다른 그는
동네 어귀에서 "여보, 빨리 문 열어! 빨리!” 하며 소리쳤다.
문 안에 들어서며 뒤를 보니 방금까지 바로 뒤에 붙어 따라오던 그녀는 온데 간대 사라지고 없었다."


이 스토리는 한밤중에 문 열라고 고래고래 지르는 그의 고함을 이웃들도 들었다 함으로써
신빙성을 더해 준다고 합니다.

이그 무시라....

 

 

H a p p y   H a l l o w e e n~!

 

 

 
- 엘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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