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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랑교육이랑

서로 건드리지 말고 놀기

 

 

 

 

 

유치원 아동들이 학교 휴식시간에
친구와 서로 몸을 접촉하고 부딪히며 노는 것이 더는 허용되지 않는 학교가 있다.
'접촉 금지 방침 (No-touch policy)' 이 캐나다 비씨주 어느 초등학교에서 최근 시범적으로 시행키로 결정된 것이다.


이 시행에 대해 일부 학부모들은 
"잡기놀이도 안 되고, 껴안아도 안 되고, 서로 건드려도 절대 안 된다니,
저 어린아이들이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서로 껴안거나 도와가며 놀아선 안 된다는 사실을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며

안전에 대한 예방책도 좋지만 그 도가 지나치다며 발끈해 하고 있다.


그러면 그 학교에선 왜 그런 새 규정을 만들었을까?
아동들의 부상이 대부분 접촉 형태의 게임이나 놀이로 인해 생기기 때문이다.
학교 측에선 접촉금지에 대해 자녀들과 토의를 하고,
싸움이 생기지 않는 상상력 게임을 자녀들에게 장려할 것을 학부모들에게 요청하고 있다.


학부모에게 발송된 학교 서한을 볼 것 같으면
"놀이 시 접촉금지에 대해 우린 절대 무관용정책 (zero-tolerance policy) 을 펼 것이며,
이를 어긴 아동들은 놀이시간을 빼앗김과 동시에 학교 오피스에 다녀가야 할 것" 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다른 아이를 건드렸다고 해서 그 아이에게 즉각 큰 벌을 내리려는 게 아닌,
"우리가 이슈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알리려는데 그 의미가 있다"며
접촉금지 플랜을 시작으로 놀이터에서 해야 할 바른 행동들을
점차 재도입하려는 것이라는 게 학교 측 전략이라 한다.


이런 학교의 최선의 의도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부모는 새 규정이 너무 극단적인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전 제 딸에게 학교에서 친구들과 신체 접촉을 하지 말라고는 하지 않을 거예요.
대신 넘지 말아야 할 경계선을 가르쳐 줄 예정입니다."


개인적으로도 이 no-touch policy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누가 뭐라 해도 아이는 아이다워야 하는 법이다.
다수의 우려처럼 따로 놀기에 공허함을 느낀 아이들이 결국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곳으로 시선을 돌려
그곳에서 서서히 병들어 가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동물의 새끼를 어미에게서 떼 어미의 접촉을 받지 못하게 하거나
또래 환경에서 격리해 다른 개체의 손길을 받게 할 경우,
대개가 오래 살지 못하거나 성격이 비정상적 ("a crazy monkey")으로 변했다는
심리학자 Harry Harlow의 Monkey Studies의 저명한 연구 결과처럼,
사람 손길과 포옹을 충분히 받지 못한 인간 아이들 또한
정서적 불구로 성장하기 쉽다는 게 수많은 심리학자의 이구동성이다.


실례로, 한 고등학교 교사가 현대버전 ‘로미오와 줄리엣’을 학생들에게 소개해 준 적이 있는데
스토리를 별로 달갑지 않아 하는 학생들이 이런 말을 하더란다,
"로미오는 스토커!"

 

**

 

사실 모든 학부모를 동시에 다 만족시킬 순 없는 일이다.
자녀가 다른 아이로 인해 조금이라도 다칠 경우, 당장 변호사 선임하기를 주저치 않는 부모가 있는가 하면,
별거 아닌 걸 가지고 학교에서 과잉반응을 보인다고 생각하는 부모들도 있는 것이다.


이에 학교는 새 규칙을 통해 아이들이 휴식시간에 너무 과격한 장난을 한다는
많은 학부모의 우려와 불평을 수용하려는 나름 최선의 노력 투자를 한 셈이지만,
얻는 것과 잃는 것을 긴 안목으로 조금만 더 신중히 저울질해본다면
그들의 접촉금지 방침은 결국 구더기 무서워 장을 못 담근다거나,
벼룩 한 마리 잡자고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격임을 어렵지 않게 깨달을 수 있지 않을는지.


스킨쉽을 애정과 관심의 중요한 한 표현이라 믿는 나로선
포옹과 접촉 없는 무정서한 아이들 세계를 상상할 수 없고,
그렇게 이기적 정서로 성장한 아이들이 나중에 성인이 되어
사회에 일으킬 무감각적 물의와 범죄를 우려하면
이 규칙이 그저 특정 교육구에서 일시적 시범책으로 막이 내리길 바랄 뿐이다.

 

 

 

 

 

 

 

 

 

 

 

 

 

 

 

 

 

 

 

 Il Divo - Va Todo Al Ganado

 

 

- 엘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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