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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얘기저얘기

8년만의 결혼

 

 

 

 

드디어 결혼 날짜를 잡았고, 마침내 백년가약을 맺었다.
마치 영화 속 해리와 셀리처럼 8년간 관계가 딱 그쯤 되었던 그들이
급기야는 "I do!" "I do!" 이래가며 드디어 합법적 부부로 관계 업그레이드를 한 것이다.


학생 때부터 단짝이던 그들,
얼마간은 친구였다가, 얼마간은 연인이었다가,
또 이후로는 각각 다른 상대에 몰입하느라 소와 닭 같은 사이가 되었는가 하면,
찼거나 채였거나 암튼 각각 짝없는 짚신이 된 후엔 다시 디폴트 관계인 친구로 짝짜꿍하고...


이젠 알 거 모를 거 서로의 '비리'와 '과거'를 다 꿴,
절대로 결혼하긴 틀려버린 사이가 돼 버리고 만 것이여...가
바로 우리 부부를 비롯한 주위 친구들의 동정 섞인 추측였던 것인데,
언제부턴가 둘이 급격히 친한 모양새를 보이는가 싶더니, 어느 날 결혼예정 선언을 땅땅! 한다.


사실 그들이 동거 비스름에 들어간 지 이년이 다 되도록 아무런 뉴스가 없어
나를 비롯한 몇몇 친구들은 '대체 결혼 할 거야, 안 할 거야?' 질문을 갑돌에게 종종 하고,
그럴 때마다 "결혼 같은 건 절대 생각 안 해."라는 말로 우리의 쯪쯪을 단칼에 잘라버리지 않았겠나.


갑돌과는 달리, 이젠 완전히 정을 붙여버린 듯 새삼스런 열정을 보이는 갑순 모습에
또 뜨아한 동정심을 보이지 않을 수 없던 우린
"괜히 어영부영 세월만 보내지 말고 너라도 딴 사람 찾아 나서는 게 좋겠다."

란 조언 아닌 조언을 해줄 때면,
"나도 걔한테 목메고 있는 건 아냐." 로 또 우리를 뻘쭘하게 만들고.


그러던 그 녀석들이 '우리 결혼 날짜 잡았다아~' 라는 선포를 하며
단체로 우리 뒤통수를 딥따 치는 거디었다.

 

뽀뽀2


결혼 전 액땜이라도 하려던 걸까,
결혼식을 이틀 앞두고선 그녀에게 사고가 생겨 병원 응급실에 실려가는 일이 생겼다.


정원 손질을 좀 한다며 가위를 들고 마당으로 나가려는 그녀를
애완견 두 넘이 따라나서다 그녀 발에 엉기는 바람에 현관 계단에서 굴렀는데,
손에 쥐어져 있던 그 가위가 그녀 윗입술을 정통으로 뚫고 들어가버린 것이다.


피를 뚝뚝 흘리며 병원 응급실로 옮겨지고,
결혼식을 이틀 앞둔 예비신부란 걸 안 ER 닥터는
성형과 지망생이던 미적 감각을 최대한 발휘하여 일생 최대의 경사에 지장이 없도록 감쪽같이 꿰매주었는데,
닥터 본인 맘에 찰 때까지 하다 보니 세 번에 걸쳐 꿰맸다 풀었다... 를 반복했다나?
허걱.


풍선처럼 부풀어 안젤리나 졸리의 입술 두 배쯤이 된 윗입술 언저리를
닥터 지시대로 이틀 밤낮 얼음팩 하여 잠재우고 나니
그의 장담대로 정말 꿰맨 흔적이 감쪽같아져 버려,
신부 화장을 하고 나니 아주 미세하게 남아있는 붓기가 오히려 보턱스 맞은 듯
섹쉬하게 보이기까지 했다는 거 아닌가.


암튼 이 사고에 대해선 식이 끝날 때까진 아는 사람만 알고 있음으로써
하객들이 예식 내내 신부 입술만 디다보게 될지도 모를 웃기는 일을 방지하였는데,
식 끝 무렵에서야 그 사고소식을 전해 들은 하객들은 저런, 저런!을 반복하며
결혼 전 액땜을 그리 크게 했으니 이제부턴 happily ever after 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예식 MC 임무가 떠맡겨져 남편은 남편대로 무대에서 바쁜 와중에
나는 나대로 같은 테이블 맴버가 된 신부 측 지인 노부부와의 다정다감한 대화에 빠져들었다.


그들과의 정겨운 대화는 주로 가족에 관한 것이었는데,
노부부는 사산으로 잃은 첫 아이를 제외하면 5명의 자녀를 두었으며,
그 자녀들이 모두 결혼을 하여 이후 아이를 각각 둘.셋씩 낳았으니,
본인 형제 넷을 둔 노모와 열셋을 둔 노부의 가족을, 그리고 그들의 자녀와 손주들까지 모두 합치면
가히 그 숫자가 어마어마하다고 한다.


놀라움과 부러움을 금치못해하는 나를 보며 자녀가 있는지를 묻는 노모에게
"저렇게 덩치 큰 말썽꾸러기 아들내미 하나 키우기도 벅찬 걸요?"
하며 남편을 가리키니 잠시 끔벅끔벅하시더니 이내 맞다 맞다 하시며 웃는다.
"저흰 딩크(Dink) 예요.^"
 

늦은 오후에 시작한 식이 디너를 거쳐 게임과 댄스파티로 이어진 지도 수 시간,
시간은 이미 자정을 향하고 있고 하객들이 하나둘 자리를 뜨기 시작하면서
우리도 이제 갈 시간이라며 노부부도 몸을 일으킨다.


대화 즐거웠다는 진심의 인사와 함께 허그를 하니 그녀가 내 귓가에 나지막한 소리로
"2세, 아직 마음 완전히 굳히지 않았다면 갖는 쪽으로 꼭 신중히 고려해요. 그만한 행복도 없거든.^"
"예, 꼭 신중히 고려할게요~"


신나2

 

지난여름 갑순이와 갑돌이가 그렇게 백년가약을 맺은 지도 몇 개월,
갑순이가 갑자기 극심한 두통으로 응급실로 실려갔단 소식을 들었다.
머리를 뽀사 버리고 싶다며 얼굴에 고통을 담고 있는 모습이 그새 5킬로그램쯤은 빠져 보이는 듯하다.
이런저런 검사로 한 달여를 입원해 있고서도 결국 두통 원인을 속 시원히 밝히지 못한 채 갑순은 퇴원하고,
언제 아팠냐는 듯 호와이로 딩가딩가 놀러 갈란다며 두 부부 얼마 전 휭 떠났다.
"다음에 좋은 여행 패키지가 나오면 울한테도 좀 알려주고 가라 이 의리 없는 늠들아~"


인연이란 
When Harry Met Sally처럼,
Sleepless in Seattle처럼,
Serendipity 처럼,

그리고 내 친구 커플처럼,
결국 맺어질 사람은 한 바퀴 돌고 돌아서라도 끝내 맺어지는 건가 보다.

 

^^


 

 

 

흐린 날씨긴 했지만 봄기운 가득한 기온이라 오랜만에 공원 나들이를 했습니다.
토실토실 살찐 다람쥐들이 나무와 풀숲 구석구석 놀고 있더라고요.


 

  

'다람'이 무슨 뜻인진 모르지만, 암튼 그 다람만 빼면 영락없는 '쥐'지요?^^

 

 

Grey Squirrel (회색다람쥐) 입니다.

 

 

 

요 다람쥐란 넘들이 얼마나 재밌는지,
유인할 요량으로 땅콩을 몇 개 던져주면 처음 한 두 번은 그 자리에서 살금살금 까먹다가
배가 부르다 싶으면 땅콩을 물고 부지런히 어디론가 갑니다.
나무 밑동이나 뭐 이런 곳에 몰래 숨겨둘 참이지요.
땅콩이든 도토리든 그렇게 숨기면 뭐하누, 깜빡하는 네 정신으로 결국 못 찾고 말 것을~ ㅎ

 

 

 

 던져 준 땅콩을 문 채 어딜 갔나 한참을 찾았는데
알고 보니 높은 나무 꼭대기에서 혼자 안전하게 야금야금 먹고 있더라고요.

 

 

 

 이 꼬마는 등에 털이 깎여나간 것이 어디에 끼었다 가까스로 탈출했던게 아닐까 싶어 안스러움이...
암튼 건강해 보여 다행였습니다.

 

 다람쥐 앞니가 토끼처럼 저리 큰 줄 이제서야 알았네요.

 

 

 

 

요 녀석은 꼭 토끼같습니다.^

 

 

 


- 엘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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