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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얘기저얘기

벌처녀들 장딴지에 꽃바구니 달렸네

 

 

얼마 전, 오후만 되면 재채기가 쉴 새 없이 나오고
콧물이 고장 난 물 꼭지처럼 뚝뚝 흘러내리기가 근 일주일,
혹 전에 없던 엘러지인가 싶어 약을 복용해봤지만
약 한 통이 다 끝나도록 증세가 호전되기는커녕,오히려 더 심해지는 것이었어요.


감기도 아니고, 콧물이 물같이 맑은 걸로 봐선 구글에 의하면 축농증인가 뭔가 같지는 않고,
무엇보다도 이 증세가 집에만 오면 딱 멈추는 것이 암래두 엘러지 쪽이지 싶은데...


분명 근무처에 내게 엘러지를 일으키는 무언가가 있지 싶어
이 증세가 시작된 일주일 전쯤부터의 내 하루 행동반경과 음식들을
꼼꼼히 되짚어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생각이 딱 멈춘 곳  - 맞다, pollen basket! (화분 주머니)
사실 요 얼마간 점심때만 되면 케머라를 들고 근처 호숫가로 내려가
꽃밭 사이로 벌들 꽁무니를 따라다니며 렌스를 들이대기 바빴더랬지요.


이전까지 꽃가루 같은 것으로 엘러지를 겪어보지 않았고,
벌레공포증이 있어 벌을 이처럼 가까이 따라가 본 적 또한 없었기에
그들 쪽으론 생각이 미처 가질 않았던 겁니다.
그 추측이 맞아 떨어짐은 꽃밭 나들이를 멈춘 바로 다음날에 증명되었지요.

 

 

 

 


 

벌 장딴지에 붙은 노란 주머니가 보이시지요?
이게 바로 pollen basket(화분주머니) 이라고 하는 겁니다.


장보기 담당 츠녀일벌들이 꽃 사이를 오가며 온몸에 범벅된 꽃가루와 먼지들을
빗처럼 털이 많이 달린 다리로 박박 긁어 화분주머니처럼 장딴지에 모아 아지트로 가져가면
조리 담당 츠녀 일벌들이 그 화분을 인계받아 암벌과 왕비벌이 있는 벌집 안으로 밀어 넣는데,
밀어 넣는 과정에서 자신의 침과 꿀, 박테리아 유기체 등을 화분에 섞어 작은 덩어리로 만들지요,
이때 이 덩어리를 bee bread(벌 떡) 혹은 bee pollen(벌 화분)이라 부릅니다.
이 덩어리 위에 암벌이 알을 낳고, 아가벌은 그 벌 떡을 먹고 자라겠지요.

 

 


(사진: 위키피디아)

 

 

그런데 벌들의 침과 꿀이 섞인 이 벌 떡이
또 의료 질환 치료 효과니 뭐니 하며 사람들 사이에서 거래되고  있다는가 봅니다.
장기 섭취 시 엘러지 증세 같은 부작용 우려와 함께
실질적 효과는 확실히 증명된 바 없다는 것 같습니다만.

 

 

 


 

벌이 만드는 화분주머니는 꽃가루 색에 따라 노란빛 연분홍빛 하얀빛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이 벌처녀 욕심도 많아라~ 장딴지에 화분주머니를 두 개나 매달았네요.^

 

 

벌 구경 좀 더 해보실래요?

 

 

 

 

 

 

 

 

 

 

꼭꼭 숨어라~

 

 

 

 

 

 

 

 

 

 

벌이 되고픈 꼽사리들~

 

 

 

 

 

 

 

 

 

 

 

 

 

 

 

- 엘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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