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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랑교육이랑

치즈샌드위치 때문에 정학받은 두 살 유아

 

 

 

 

 

캐나다 언테리오주 한 데이케어의 어린아이가 치즈샌드위치 때문에 정학을 받는 일이 생겼다.
손에 치즈샌드위치를 쥐고 데이케어(유아원) 안으로 걸어온 아이는 바로 집으로 돌려보내졌는데
외부 음식 반입이 금지돼 있는 엄격한 규칙을 어겼기 때문이다.


격분한 아이 아버지는 매스컴에 이를 알렸고,
데이케어 원장은 이에 "아동이 외부음식을 반입했을 경우
그 음식에 피넛(땅콩)이 함유되지 않았다면 3일간 정학으로 끝나지만,
피넛이 함유된 음식이었다면 아예 퇴학이 된다" 고 밝혔다.


고작 치즈샌드위치 하나 가지고 이 사단이란 말인가 하겠지만
이 케이스는 사실상 샌드위치 그 이상의 문제가 담겨 있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첫째는 엘러지 문제다.
이곳 캐나다에서는 음식 엘러지에 대한 사전 경고 의무가 엄격하고,
특히 피넛엘러지에 관해서는 예컨대 캐나다 항공사에서 탑승객이 요청할 경우
기내 '피넛금지구역(peanut-free zone)' 까지 설정해 줄 정도로 민감하게 다루고 있다.


엄격한 만큼 넛츠류 반입 전면금지 안내문을 학교와 데이케어에서 쉽게 볼 수 있는데,
아침식사로 피넛이나 아먼드버터를 먹는 아동들의 가정에 공문을 보내
식사 후 그 넛츠 잔여물이 남지 않도록 아이들 손과 얼굴을 깨끗이 씻은 후
등교시켜줄 것을 당부하는 데이케어도 있다고 한다.


그다음은 규칙 준수에 관한 것이다.
해당 데이케어에 외부음식 반입에 관한 엄격한 금지 규정이 있다는 것을 부모들이 분명히 알고 자녀를 등록했었음에도,

그 규정을 어긴 이제 와서 규정이 너무 가혹하다느니 불공정하다 느니는 이기적 이중 잣대라는 것.
사실  대개가 걱정하는 것은 저 유아가 들고 온 치즈샌드위치 그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작은 것을 허용함으로써 생길 무분별한 넛츠류 반입의 난무인 것이다.

 

 

(캐나다 비씨주 학교들의 학생관리시스템의 건강관리 섹션 :

학생 개개인의 엘러지 여부와 그 심각성,그리고 비상시 약품처방과 대처방법이 간략히 적혀있다)

 


하지만 이 유아원의 정학 조치가 과하다고 보는 시각도 많다.
대상 학생이 이제 겨우 두 살배기 유아라는 사실 때문이다.
정학이나 퇴학이라는 벌칙은 학생들이 수업을 빠지거나 시험 부정행위 같은
나쁜 행동을 했을 때 적용되어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무엇이든 보이는 대로 집어 드는 두 살배기 꼬마에겐 말이 안된다는 게 그들 생각이다..


이에 일부 매스컴 논평에서는
이는 규칙을 어긴 것에 대해 부모를 벌주는 것에 관한 것이지
규칙을 어기기에도 너무 어린 꼬마들을 벌주려 하는 의도가 아니지 않겠냐며,
"상식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일침을 놓는다.

 


 

 

 

언젠가 캐나다 어느 한 초등학교에서의 릿츠 크래커 점심도시락 사례가 있었다.
자신의 꼬마 자녀를 데이케어에 보내면서 점심도시락에 로스트비프, 당근, 포테이토를 싸주었는데,
결국 학교로부터 '불균형적인 식사'란 이유로 그의 부모는 $10 벌금을 물고야 말았다. 
육류와 채소, 과일과 주스들이 들어있었지만, 거기엔 곡물(grain) 이 빠져있다는 것이다.
결국 해결책으로 그 부모에게 $10 벌금을 부과하고
해당 아동에게는 릿츠크래커를 곡물 보충식으로 배급했다고.


그러나 부모 측에서도 할 말은 있다.
만약 아이가 집에서 등교 전 아침 식사를 곡물이 풍부한 팬케잌이나 토스트,
혹은 릿츠 크래커 등을 먹었다거나,
그 전날 저녁 식사로 파스타를 먹었다면 어찌할 것인가,
그렇게 되면 점심으로 육류와 채소를 먹게 하는 것이 영양 균형 측면에서 더 맞는 게 아니냐는 얘기다.


"데이케어를 탓할 수만은 없지요."
매니토바주의 '유아교육 및 보육' 전담 기관에 따르면,
데이케어에서 아동의 점심에는 반드시 유제품과 육류, 곡물, 그리고 과일이나 채소들이 포함되어야 하고,
이들 요소 중 하나라도 부족한 아동이 있다면 데이케어 제공기관이 이를 보충해주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는 것이다.


사실 비슷한 사례는 비단 이곳 캐나다뿐만은 아니다.
'건강한 식사' 방침을 자체적으로 시행하고 있던 영국의 어느 작은 시골 학교에서는
그 방침 정도가 점점 어처구니없는 단계로까지 발전해
점심 도시락에 미니 체다(Mini Cheddars) 크레커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6세 사내아이를 4일간 정학 처리한 일도 있었다고 한다.

 

 


 


이렇듯 치즈샌위치나 릿츠크래커, 미니체다 등이 학교 방침에 따라서
정학 감인 금지품목이 되기도 하고, 필수 '곡물' 대체식이 되기도 하니
그쪽 나라나 이쪽 나라나 아동 학부모들은 그저 혼란스러울 뿐이다. 


아동들의 영양규칙을 시행하고 엄격히 감시하는 일엔 분명 선의가 담겨 있다.
그러나 그것이 균형감을 잃은 무조건적 규칙이라면 그건 오히려
아동의 건강에 반하는 결과를 낳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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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꽃술에 엉덩이가 범벅된 범블비(bumblebee)

 

 

 

 

- 엘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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