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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놀기

시어머니와의 동거 - 그 시작






재작년 여름,

새집에서의 즐거움이 채 가시기도 전에,
예상치 않던 심각한 문제가 주택에 발생하기 시작했다.


우린 셀러측을 상대로 거래 무효소송을 제기했고,
더는 거주 불가 상태의 그 집을 일단 벗어나야 했다.


봄이 다 오기도 전에 부랴부랴 그 집을 나온 우리 부부는
침실 셋과 거실을 꽉 채우고도 모자랄 그 많은 살림살이를
적잖은 금액으로 임대한 대형스토리지 컨테이너 안에 꽉꽉 채워 놓고
달랑 속옷 몇 장 챙겨
남편을 몇 해 전 먼저 떠나보낸 후 홀로 계시는 시어머니댁에
임시 거처를 일단 꾸리기로 하고 들어갔다.


당시 시어머니는 친우분들과 약 6개월간의 장기 해외 나들이를 준비하고 계셨기에
그녀의 여행 기간 동안 빈집을 지켜드리며 우리 부부 집 문제를 해결하자는 게
우리의 꿩 & 알 애초 플랜이었다.


그런데 예기치 않은 것에서 딴지가 걸렸다.
여행 출발을 며칠 앞두고 시어머니 시력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수술 시기를 두고 고민하던 끝에 결국 여행 일정은 수술 이후로 미뤄지고,
그렇게 해서 이뤄진 그녀의 안과 시술은
이후 한 달여의 회복 기간과 추가 발생한 2차 추가 수술,

그리고 또 그 이후의 회복기간까지 이어져
우리의 피치 못한 수개월 동거가

그렇게 시작되었다.







어쨌든 이렇게 차질이 생겼으니 어쩌겠냐,
같이 지내는 동안 불편 사항이 생기면 즉시 얘기해 주길 바란다며,
"혹 무심코 한 내 행동이나 말로 인해 네가 얹짢아 진다면,
그건 절대 내 의도가 아니란 걸 꼭 알았으면 좋겠다"는 그녀,
배려 녹아든 그 모습이 사랑스럽기까지 하셨다.


You are the best mom-in-law in the world! 라던가,
How lucky I am to have a mom-in-law like you!
생일이든 크리스마스든 내가 그녀에게 건네는 카드에
주저 없이 써넣는 저 문구들이 그저 입발린 소리가 아닐 만큼
내게 최고의 시어머니신 건 사실이다.


그런데...
불편함은 두 ‘동거 초보’의 예기치 못한 것에서

생기기 시작했다.






- 엘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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