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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얘기저얘기

캠핑, 준비 그리고 시행착오

 

캠핑 준비물 중 주요 케릭터는

남편의 낚시 도구들과 inflatable 보트 장비였다.

 

낚시, 크레빙, 보팅, 텐트켐핑을 각각 따로 가곤 했던 지금껏과 달리

이번처럼 모든 네가지가 한꺼번에 이뤄지는 캠핑은 처음이라

그만큼 준비물과 그 부피도 엄청났다.

 

3인용 보트이긴 하지만

엔진을 조절하며 낚시 장비를 다뤄야 하는 큰 체격의 남편에겐

그 구조가 항상 불편했던 터라

 

Mechanical design 엔지니어인 후배의 도움으로

회전체어 보조 받침대와 낚싯대 홀더를 일찌감치 맞춤 제작해 놓은 상태였고

남은 건 목재 보조받침대에 방수 코팅하는 일 뿐이었다.

 

“이번 캠핑 때 가져가려면 방수페인트 미리미리 해놓는 거 잊지 마,

페인트는 마르려면 며칠씩 걸린다는 거 참작하구”

 

이후 두 달여 내내 난 남편에게 여러 번 리마인드를 해주었고,

그는 그때마다 “알아, 알아” 했다.

 

 

 

출발 보름 전

 

이제 보니 바비큐용 프로페인 개스탱크 사 놓는 걸 깜박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남편과 가까운 마켓엘 가보지만

웬걸, 개스탱크 판매대는 텅텅 비었다.

 

그래도 설마...

드라이브쓰루 맥다널드 콘 아이스크림 두 개를

양손에 들고 번갈아 핥아대며 여유 있게 근처 월마트로 향한다.

 

그러나 그곳에도 개스탱크 판매대는 비어 있었다.

수퍼스토어에도 남은 게 없었고,

케네디언 타이어에도 없었다.

 

남아있는 것이라곤 모두 20파운드 이상의 대용량들뿐이었다.

그렇게 크고 무거운 건 우리의 option 밖이다.

 

휴가 시즌에 이미 와 있음을 이제야 깨닫곤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이러다 개스 없이 가야 하는 거 아냐?

 

반나절을 여기저기 헤매다

드디어 어느 월마트에서 작은 1파운드짜리들을 발견했다.

보통 2개 한 묶음에 9불쯤 하던 걸 13불 받고 있지만

그래도 그게 어딘가, 다섯 묶음을 집어 들었다.

 

도둑놈들 같으니라고... 

벌게진 얼굴로 혼잣말을 하던 남편,

죽은 듯 눈치만 보고 있던 내게 드디어 불똥이 작렬한다.

 

“그러게 그때 샀으면 됐잖아! 왜 맨날 다음에 다음에 하냐고!”

 

사실은

한 달 반쯤 전, 케네디언 타이어에서 10파운드짜리 개스탱크를 집어 든 남편에게

시간이 아직 넉넉하니 나중에 사자며 꾸격꾸격 판매대에 도로 놓고 온 나다.  

좀 비싸다 싶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집에 개스탱크를 두고 있기가 왠지 편치 않았기 때문이다.

 

후회와 미안함이 밀려온다.

남편이 아무리 헐크가 돼도 이번엔 정말 할 말이 없다.

A lesson learned.

 

 

출발 나흘 전

 

두 달도 훌쩍 지나 어느새 출발 나흘 전,

보트에 방수 코팅 미리미리 해 놓으랄 때마다 오케이 오케이만 했던 남편이

하던 일을 멈추고 어딘가에 전화를 건다.

페인트를 잘 아는 친구가 코팅해준다 했단다.

 

몇 시간 쯤 이라며 외출한  남편에게서 밤늦어서야 전화가 온다.

“Marine 코팅은 보통 다섯 번은 입혀야 한다네.

한번 칠할 때마다 마르는데 최소 24시간 이상이 걸린다구... ㅠㅠ”

 

거봐 내가 뭐랬어?!

란 말이 아내 목까지 차오른 상태란 걸 남편도 이미 알고 있다. 

코팅 코팅을 내가 얼마나 해댔었던가.

 

다행히도

지금 사용한 페인트로는

한 번만의 코팅으로도 충분하단 2nd opinion을 어느 전문샵에서 전해 들은 후에야

방수 페인팅 건은 아슬아슬 일단락되었다.

휴우.

 

 

출발 이틀 전

 

캠핑 장비들이 쌓이기 시작한 거실과 홀웨이는 이제 발 디딜 틈조차 없어졌다.

이 많은 장비들과 차 한대.

이제 코끼리를 냉장고에 집어넣어야 한다

 

미리 예견치 못한 것이 아니었기에

일주일 전 일찌감치 rooftop cargo box 하나를 주문 예약해 놓긴 했다.

출발 전 하루인 내일이면 바로 픽업할 일만 남았는데

 

보트용으로 특수 제작한 양 날개 달린 거대한 회전의자와 받침 기구만 해도

그 부피가 상당하지 않은가,

아무리 생각해도 카고박스 추가로는 어림도 없어 보이는 거다.

그렇다고 차 두 대를 동원해 갈 수도 없는 일이다.

 

이거 큰일났다.

 

몇 번이고 그에게 말했었다,

“카고박스와 루프렉으로는 턱도 없을 것 같아, 차라리 대형 츄레일러를 빌려야지 않아?”

 

그럴 때마다 

“아냐, 카고박스가 보기보단 소화를 많이 해”라며 확신에 차 있던 그였다.

 

'참 내, 그렇게 눈대중이 안 될까?'

 

차를 몰고 부랴부랴 RV 센터로 갔다.

그러나 이미 렌트 가능한 건 남아있지 않았다.

아는 곳 몇몇을 다 들러봐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최악의 경우

낚시와 보트는 포기한다.....

 

그의 표정이 어둡다.

 

 

 

 

- 엘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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