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혼자놀기

이유있는 친절

 

 

 

 

내 첫 방콕 나들이는

일 관련으로 참석하게 된 regional meeting 관련이었다.

 

이름이 쓰인 팻말을 위로 동동 치켜들고 공항 마중 나와 있기로 한  얼굴도 모르는 브랜취직원에게

영문모를 바람을 맞고 황당하고 당황스러운 마음에 공중전화를 찾던 중,

어떤 맘씨 좋은 택시 기사의 '이유 있는' 친절함에 감동하여 그 택시를 타 주기로 함.

 

그 당시 태국 화폐 바트와 캐네디언달라 환율은, 꽤 전의 일이라 확실친 않지만

1baht = $0.0xxx 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한화로 따지자면 대충 1밧당 xx원 정도였을 거다.

 

방콕 내 일반식당에서, 예컨대 두 사람이 배불리 먹을 만큼의 랍스터와 해물요리 몇 가지를 주문한다 해도

대충 3~400밧 이내쯤이던가에서 해결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또 웬만한 중급 호텔 하룻밤 숙박료가 1,200~1,500밧 정도였던가.

 

암튼...

그 맘씨 좋은 택시 기사가 '조심스럽게' 제시한 요금은 350밧. 물론 아무 negotiation 없이 받아들였음.

그 금액이 얼만큼을 의미하는지 몰랐던 시점이었으니까.

 

공항에서 숙소까지, 공시된 소요시간은 '일반적으로' 1시간 이내.

적응 덜 된 날씨와 기온차에 시종일관 꾸벅꾸벅, 기사가 방콕 시내 같은 길을 너댓번 왔다갔다,

슬로 슬로 쿠익쿠익  돌고 또 돌았는지도 모를 상황을 아랑곳 하고,

맘 편히 졸다 눈 떠보니 어느새 2시간이나 지난 어둑어둑 저녁.

숙소 앞... 이란다.

 

 

 

몰라서 아깝지도 않은 요금 350밧을, 지금 같으면 절대 안 당한다, 바가지로 씩씩하게 지불하고 나니, 

돌아서기 무섭게 빨간 유니폼의 호텔 벨보이 부리나케 뛰어나와 적극적으로 여행가방을 받아든다. 

체크인부터 룸까지 자상하기 이를데 없다.

 

뭐...  외국인 전용 호텔에 그 정도 서비스는 당연한 걸수도 있겠지만...

안돼보일 정도의 지나친 그 친절이 왠지 불편하기도 하고...

시종일관된 만면의 웃음과 고개숙임조차 황송스러워 어쩔줄 모르겠다.

 

일 관계만 아니라면... 내겐 정말 걸맞지 않은 사치.

 

 

마지막으로 룸까지 힘들게 들고온  짐가방을 구석 알맞은 자리에 상냥하게 밀어놓곤

객실 문 앞에 두 손 공손히 모은 채 날 바라본다.

 

수고를 많이 하긴 했는데... 팁을 몇바트나 드려야 하나...

지갑을 꺼내들긴 했지만 순간적으로 감이 안 잡힌다.

 

차라리 미화로...

 

달러지폐 몇개와 동전을 손에 잡히는 대로 꺼내 그동안의 부담스러움을 a.s.a.p 벗어던지기라도 하듯

띠리리리 건네 주었다.

 

팁을 받아든 그 친구  얼굴이 갑자기 환해지며 이를데 없이 고마워한다.

수고에 대한 감사 팁이야 당연한 것을 뭐 그걸 갖고 ...

 

그런데...

그 친구 가지않고 그대로 문간에 서있는거다.

 

이어 더듬거리는 목소리로,

        저기....  맛사지.... 받으실래요...?

 

 

아니 갑자기 맛사지라니?

하기야 오랜 여독을 맛사지로 풀고 잠드는 고상 여행객들도 많겠지만서두...

 

말씀은 감사하나 생각없으니 그만 가보시라... 는 무표정 맹맹한 내 말을 끝으로

그제서야 엉거주춤 조심스럽게 문을 닫고 쭈삣쭈삣 자릴 뜬다.

 

 

 

다음 날 아침. 
쓸 일이 있어 카드를 꺼내려 지갑을 여니... 헉,,  20달러 지폐 한 장이 온데간데 없어졌다.

 

그 친구.

팁이 많긴 정말 많았던 모양이다. 하하.

 

 

 

- 엘리 -

 

 

 

 

'혼자놀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열받는 딱지  (0) 2012.08.20
시아버지 코곯기 사건  (0) 2012.08.11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왕따니라  (0) 2012.08.08
파피 러브, 풋사랑의 추억  (0) 2012.08.01
반지 이야기  (0) 2012.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