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 중 '동료'로부터 받는 것이 제일 크고 힘들다란 조사내용을 언젠가 읽은 적이 있다.
흔히 생각하기 쉬운 '상사'의 압박이라던가, '업무 부담감'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경쟁의 시대이니만큼 어쩜 당연한 일일거라는 생각이지만, 개인적으론 동료와 관련된 스트레스는
특별히 생각나는게 없으니 아직은 다행이랄까, 반면에 상사에 얽힌 결코 즐겁지 않은 사연이 있다 보니
동료 vs 상사, 어느 스트레스가 더 크냐는 것에 대한 내 대답은 'It depends' 라 해야할 것 같기도 하다.
새내기로 발을 들여놓은 그 곳엔 일반적 경우완 다르게 '보스'가 둘이나 됐다.
내 담당 성격상 두 사람 모두 공평히 내 직속상관이 되어야 했음에도 한쪽 보스의 49.9%쯤은 의도적였던 잘못된 리드로 인해
다른 한쪽을 내가 본의아니게 완전 도외시하는 결과가 돼 버렸다.
나란 신출내기에게서 사정없이 '무시'를 당하고 있음에 커다란 괘씸죄를 그 다른 한쪽이 품고있음을 알아차리기엔
내 눈치가 그당시 껌벅껌벅 형광등 도수였으니 어쩌리.
무엇보다도, 그 두 보스의 tug of war 에서 스탭들 새우등 터지는 중였다는 걸 내가 알리 없던 거다.
점심 때면 그는 나만 빼고 모두를 불러모아 우르르 밖으로 데려 나가기도 하고,
부서 회의도 꼭 내가 자리에 없을때만 골라서 하는가 하면,
외부서 중요인사 방문시 있는 담당 과목 소개도 내 차례에선 생략이 되기도 했다.
사소한 뭔가에도 브레잌이 걸리고,
관련 교사들에게 보내지는 이메일에도 내 이름은 빠져있었으며,
심지어는 내가 몰래 자신의 집무실에 들어와 화일 하나를 집어들고 나갔다는 뒤집어 씌움까지 있었다.
누군가의 자백으로 내 무죄가 입증되긴 했지만 그건 이미 서로 출혈이 생기고 난 한참 후의 일이었다.
그건 나에 대한 완전한 '불링' (소위 '왕따') 이었다.
그리고 그 불링은 그 다른 보스 하나가 외유중일때만 발생하는 거였다.
동료스탭들은 그들대로 두 보스 눈치보랴 내 눈치보랴 바빴다.
실수아닌 실수를 깨달은 나는 허심탄회한 대화를 제의하는 등 그제서야 '사고 수습'에 고심을 시작하지만
그의 그다지 넓지않은 마음은 이를 끝내 허락치 않았고,
나름대로 이미 상처를 받을만큼 받고 있던 당시의 나로서도 마음을 고쳐먹고 태도를 바꾸는 일이 생각처럼 쉽지가 않았다.
상황이 이쯤되니, 아침마다 출근하는 일이 마치 총을 매고 전쟁터로 향하는 심정이었다.
그러던 중, 치아 교정관계로 치과에서 잇몸수술을 하기로 일정잡힌 날이왔다.
치과의사가 수술전 절차라며 혈압을 재어 보자고 하는데, 혈압에 문제가 있던적은 없던터라 씩씩하게 팔을 내어주니
이런, 혈압수치가 나도 모르는 새에 하늘 높이 치솟아 있는게 아닌가.
도저히 그런 상태로는 수술을 할 수가 없으니 훼밀리닥터를 만나 진찰.처방을 받고 혈압을 정상으로 되돌려 놓은 후
다시 날을 잡자고 한다.
놀라고 실망스러운 마음으로 다음날 훼밀리 닥터가 알려준 클리닉엘 가니,
취침을 포함, 48시간 내내 몸에 착용후 다시 가져오라며 '혈압모니터'라는 걸 건네준다.
집에서나 직장에서나 혈압모니터는 옆구리에, 혈압측정기는 팔에, 매 10분 간격으로 측정기가 혈압을 재느라
팔을 쥐어짜며 수축운동을 시작할때면 그야말로 '무궁화 꽃이 피었씀다!' 꼼짝마 모드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불편한 이틀을 보낸 후 모니터를 들고 클리닉엘 가니, 잠시후 모니터링 결과라며 내앞에 내놓는 그래프 용지.
이틀동안 매 10분간격으로 자동측정된 희안한 굴곡의 혈압 곡선이 내 눈앞에 펼쳐진다.
'퇴근해서 그 다음날 출근전까지' 집에서 있던 시간대에는 혈압이 지극히 정상적 수치를 보여주는 반면,
'출근해서 퇴근하기 전까지' 직장에 있는 동안에는 혈압이 아주 비정상적으로 2배쯤 치솟아 있는 형상이었다.
담당의사가 묻는다, 직장에서의 스트레스가 저 정도로 대단하냐고.
다행히 약의 힘을 빌어 혈압이 정상으로 자리잡기시작하고 미뤄졌던 치과 치료도 잘 마무리 되었지만,
그런 일이 있던지를 아는지 모르는지, 이후로도 그 상사로 인한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는 더하면 더했지 나아진건 없었다.
내 인내의 한계에 도전한 모멸스럽고 치욕적인 사건이 드디어 터졌다.
That was the last straw! 난 유니언(노조)에 연락했다.
문제의 심각성이 파악되자, 유니언을 통해 내 사안은 교육감에게까지 올라가고, 여러 절차를 거친 증거자료를 통해
부하직원의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건강문제까지 야기시킨 그 보스의 불링은 완전 유죄로 판정되었다.
이건 정말 아니다... 임을 깨달은 그 시점부터 내 노트에 낱낱이 기록되기 시작한 매일매일 그의 나에 대한 불링행위가
파워플한 결정적 증거자료가 될 수 있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모니터링된 혈압수치 곡선 자료도 물론이다.
(그 보스에게 이미 여러차례의 교직원 불링 전과가 있어 내부적으로 이미 요주의 상태였음은 이 과정에서 안 사실이다)
다시는 그런일 없겠노라 굳은 맹세로 그의 파면은 그 보다 더 치욕적인 좌천과 함께 시한부 집행유예 상태가 되었고,
나는 그 악몽같은 상황에서 깨끗히 벗어날 수 있었다.
유니언의 파워, 그리고 교육행정부와 집행부의 투명한 판단과 옳바른 정신을 구체적으로 경험해 본
내 일생 교훈적 사건이었다.
- 엘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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