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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놀기

반지 이야기

 

 

 

 

 

제겐 쥬얼리와 엑세서리가 참 많습니다. 
그들에 대한 욕심이 유난하다거나  그런걸 모으는데 취미가 있어서는 전혀 아니구요,
무슨 날만 되면 가족과 친구로부터 들어오는 선물이 대부분 그쪽인 편이라서 그렇습니다.
그리 비싼것들도 물론 아니구요.

 

머, 침 한번 꼴깍 삼키고, "앞으론 먹지도 못하는 이땅거는 사양함돠~" 공표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걸 고민하고 준비하는 이의  마음을 생각하면 차마 그말이 나오지 않기도 하거니와,
꼭 그럴 필요까지야... 하는 생각이 들어 그냥 넘어가곤 하지요.
주면 주는대로 고마워 하고... 그러다 보니 선물로 받아놓고 한번도 바깥바람 쐬어본적 없이
박스 한 귀퉁이에 첩첩쌓여 콜콜 변색되어 가는 녀석들을 볼때면
‘담번엔 솔직해야지, 난 사실 쥬얼리 펜이 아니라고.’

 

정말  저는 다야반지 두개를 빵 한쪽과 맞바꿀 정도로 쥬얼리와는 거리가 먼 사람입니다. 
그많은 쥬얼리 중 애용하는 것이라곤 남편의 결혼반지와  어쩌다 맘내키면 외출시 한번씩 해보는
시부모님이 결혼선물로 주신 은목걸이 딱 두가지 뿐인걸요.

 


 

학생때 일찌감치 서로의 눈에 설익은 콩깍지 씌워진 dumb & dumber 짝지와 나,
어느날 비장한 결심을 한 짝지가  제게 약혼반지 비스무레 한 걸 사주겠다며
제 손을 이끌고 어느 gift shop(기념품점) 으로 갔습니다.
대개의 상점이 문을 닫고 난 늦은 오후시간이라 눈에 띈 곳은 그곳 뿐이었지요.
그나마도 문을 맏 닫으려던 그 상점 종업원을 꾸역꾸역 졸라, 후다닥 반지 하날 골라 들고 나왔습니다.
학생신분으로선 거의 가산 탕진 수준이던 거금 $400쯤 됐을거예요.

 

기념품점에 제대로 된 반지가 있기나 하겠어요 사실, 
게다가  a.s.a.p  구매를 마치고 상점을 나와줘야 하는 상황이라
가격을 따진다거나 색상과 디자인이 맘에 들고 안들고 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크기도  맞질 않아 짝지의 엄지손가락에서도 뱅뱅 돌 정도였다니까요. 아흐.

 

저라고 가만 있을 수 있나요,
짝지를 이끌고 근처 샤핑몰로 가, 복도 진열대에서 파는 두터운 실버(색만) 링 한개를 집어들어
감지덕지하는 짝지의 두껍 새끼손가락 (그 밖엔 맞는 사이즈가 엄씀) 에 끼워주고선,
제 주머니 탈탈 털어 거금 $15 쯤을 지불하고 나왔습니다.
우야든동,  콩깍지 커플은 키득키득 행복했겠지요? ^^

 

그러던 며칠 후,
dumb  (짝지) :  어?  너 그 반지 왜 안 꼈냐?
dumber (나)  :  잉?  내 반지가 어데로 갔지?

 

S 인 내 손가락에 XXL 반지를 끼워놨으니, 더구나 덜렁이인 내게..
특별히 속상하거나 안타깝지도 않은 맹송맹송한 마음으로
제 처음이자 마지막인 약혼반지의 최후를 그렇게 마치게 했습니다.

 

그 잃어버린 반지에 대한 아쉬움과 안타까움은
이후 수년이 지나고 철이 좀 더 들어가면서야 그제 생기기 시작했구요.

 

 


시간이 흘러, 콩깍지 커플이 드뎌 결혼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dumb   :  반지, 어떤 디자인이 좋아?
dumber  :  우리 그런거 꼭 교환해야 하나?
dumb :  나도 알아, 한 알의 다야먼드 보단 한 봉지의 군것질을 넌 더 좋아한다는 걸. 키득”
 
dumber :  난 보석같은게 링위에 떡하니 달려있거나, 번쩍번쩍 요란한 건 질색이야,
                 걍 표면이 밋밋하고 매끄러운 아주 심플한 모노톤 실반지 같은게 좋아.”
dumb :   그래?  그래도 결혼반진데 넘 그렇지 않을까...?
dumber :   “건 자기가 몰라서 그래.   긴머리 쓸어올릴때 보석알맹이에 머리카락이 딱 걸려
                  쑤욱 뽑히는 거  증말 짜증나거든.  글구 그 비싼 알맹이 잃어버릴까봐 신경쓰는 것도 싫구.
                  평생 끼고 살건데 부담없고 실속있는 거라야지.”


반지 얘기가 오간 후 며칠이 지나...
짝지가  한 사흘 동안 매일 저녁이면 누군가와 속닥속닥 통화를 하더니
어디 가볼데가 있다며 부리나게 나가곤 합니다.

 
평소 서로의 스케쥴을 훤히 알고 지내던 그 당시라, 정확히 누구를 만나 어디를 갔다 왔는지를
좀체로 밝히지 않는 짝지가 점점 수상쩍기 짝이 없어집니다.
아뉘, 정식 결혼도 하기전에 벌써부터 'Wind'?

 

“요즘 저녁마다 도대체 어딜 글케 나몰래 나댕기는거얏!”
씩씩거리며 따지고 드는 저를 아주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물끄러미 바라보던 짝지, 뭔가를 조심스럽게 주머니에서 꺼냅니다.

 

“네가 원하는 디자인이 맞나 모르겠다. 왠 반지들이 모두 글케 보석들이 크게 달려있던지,
네가 말한 보석 안달린 모토톤 심플한 반지를 찾기가 쉽지 않더라, 너두 참 별스럽게 그런 밋밋한걸 좋아하다니...
친구 크리스녀석 있쟎아, 걔랑 매일 오후 이샵 저샵 함께 뒤지고 다닌거야.  저 멀리 랭리까지도.
암튼 미안해 첨부터 밝히질 않아서...”

 

허걱.

 

“그랬었구나 이룬.  난 또 그런줄도 모르고... 미안해...
히야 , 반지 증말 맘에 든다, 따악 내가 원하는 스타일 맞어~ 역시 자기 안목 대단해!”
표현은 더 안했지만, 실반지 하날 찾으러 여기저기 발품을 팔고 다녔을 걸 생각하니 감동인거 있지요.

  

 

 

 

 

그런데요...
제가  굳이 '아무 보석이 안 달린 심플한 실반지' 를  원했던 나만이 간직한  '진짜 이유'
혹시 눈치채신 분... 계세요?^^

 


- 엘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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