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랑교육이랑

이 문화 저 문화

 

 

 

 

 더 들어요

-  배 불러요.

 

에이, 그러지 말고 조금 더 들어요.

-  정말 배 부르거든요.

 

정말?

- 네, 정말요.

 
학생때 친구 집에 저녁 초대를 받아 간 자리에서의 친구 엄마와의 대화였지요.
집에 오는 길 배웅을 나온 그 친구에게 조금은 삐딱해진 마음으로,
"아니, 네 어무이는 나 배불러 죽겠다는데두 왜 글케 자꾸 Are you sure? Are you sure?  하시는 거냐.
내가 뭐 빼구선 일부러 안 먹는줄 아시는가?  아님, 내가 글케 많이 먹게 생겼나?"


나중에 알고보니 그 친구 어무이께서 근무하는 직장에 한국계 동료가 하나 있는데
그 분이 한국 문화에 관해 귀뜸해 주기를;
한국은 사양이 미덕인 문화라서 속마음과는 달리 처음엔 '노우 땡스'를 하는 경향이 있으니
그 말을 믿고 거서 관두면 것두 실례라 재차  권해야 하니라 했다는 겁니다. 


훗날 그 일을 상기하며 '그거야 옛날 울 부모님 시절 얘기 아니던가...' 하면서도,
직장 동료가 좀 먹어보겠냐며  몇개 되지도 않는 스낵을 내밀때면
덥썩 손이 가지지 않아 괜찮다 '본의아닌' 사양을 하게 될때가 있는데,
그럴때면 동료는 두번도 안 물어보고 내 면전에서 그 맛나게 생긴걸 혼자 아구아구 먹지요. 
'에그, 한번만 더 물어주면 안 잡아묵~찌.'
사양이 미덕이라고 그 누가 말했던가....

 

 

 

 

 

 

잘 아시겠지만 인디아나 말레이시아 등 음식을 먹을때 손을 사용하는 문화가 많습니다.
mosaic식이든  melting pot식이든,  이민자로서 오랜간 자신도 모르게 해당문화에 동화돼 살아와도
체취처럼 스며져 있는 자신의 고유한 문화나 습관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지라
자청해 힘들게 실행해 온 '제 2의 에디킷'이 한순간에 무너질때도 있을 겁니다.


언젠가, 초대받은 저녁식탁에 모두가 둘러앉아 호스트의 요리솜씨에 모두들 감탄하며 맛난 식사를 하고 있는데,
문득 맞은 편을 바라보니 호스트측 할무이께서 접시위의 음식을 네손가락으로 쓸어모아 꾹꾹 눌러
입에 가져가시는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누가 볼세라 그 옆에 앉아있던 할부지께서 넌지시 할무이 옆구리를 쿡 찌르는게 보이고, 
할머니는 그제서야 이크...하신 모습으로 스푼을 살며시 집어듭니다.
못본척 고개숙인 제 입가에서 미소가 살금 새어나옵니다.^

 

 

 

 

 

 

 

 

좀 어처구니 없던 에피소드도 있었지요.
가끔씩 서로의 집을 오가며 식사를 같이하는 어느 지인가족이 있는데,
그 집 화장실 에는 아라비안 나잇의 알라딘 램프처럼 예쁘장하고 주둥이가 긴,
야사시한 물뿌리개가 변기옆에 항상 놓여 있었습니다.


그렇쟎아도 주둥이가 투박해 작은 화분에 물을 줄때면 온통 화분흙을 파헤치곤 하는 집 물뿌리개가 영 마땅찮던 차라

그 얍상한 주둥이의 물뿌리개에 왠지 자꾸 눈길이 가는거였습니다.
나도 꼭 저런걸 사야지 하며 눈에 잘 담아두었다 나중에 마킷에 가서 비스무레한 걸 아무리 찾으려니
도대체가 눈에 띄질 않습니다.


드디어 그 지인집을 다시 방문하게 되던 날, 저녁 식탁위에서 벼르고 있던 말을 꺼냈습니다.
"저기요, 화장실에 있는 그 물뿌리개 어디서 사셨어요?"
"무슨 물뿌리개....?"
"화장실 변기옆에 놓여있는 예쁘장한 물뿌리개 같은거..."


왠 물뿌리개? 하는 듯 모두들 껌벅껌벅 잠시 조용한 침묵이 흐릅니다...
그러다  어느 한 분이 그제야  이해했다는 듯,
"그건 뭐에 쓰려고요?"
"울 집 작은 화분에 물 주기 좋게 생겨서..."


그러자 모두들 기다렸다는 듯, 우하하핫! 박장대소들을 합니다.
자긴 이미 뭔지 짐작하고 있었다는 듯, 짝지도 덩달아 킥킥거리며 제 옆구리를 콕 찌릅니다.
알고보니 저만 모르고 있던,  일부 문화에서 볼 일 본 후 화장지 대신 사용한다는

지극히 사적인 딲끄 물주전자였다는 야그였습니다.

 

 

 

 

 

 

 


어느 이웃블러거님의 따님께서 근래에 몸을 푸셨는데
젖 분비에 좋다며 그 분 친정어무이께서 곰국을 끓이신다는 말씀을 얼핏 듣고는,
제작년에 첫 애를 낳은 제 큰시누이도 젖을 잘 나오게 한다며
수유 중간중간 오르게닉 맥주를 차 마시듯 조금씩 홀짝홀짝 마시던 생각이 났습니다.
(글다가 애가 커서 술꾼되믄 우얄라꼬? ㅋ)

 

 

 


지구촌 온 나라가 하나의 언어와 하나의 문화로만 돼 있었다면
정말 재미 없었을 거란 생각을 해봅니다.

 

 

- 엘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