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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놀기

한밤중의 난리법석

 

 

 

 

 

토요일 늦은 저녁, 영화나 한 편 보러갈까? 짝지와 의견 일치를 본 후 집 나설 준비를 했습니다.
지난 주말에 유클룰렛에 두고 온 손가방은 아직 도착전이라 특별히 챙겨 가지고 갈 소지품은 없고
집에 비상용으로 두었던 한쌍의 여분 키 꾸러미를 이래로 사용하곤 있지만
짝지가 따로 집 키를 가지고 있으니 걍 가볍게 빈 손으로 나가야지 하며
현관문을 열고 나섭니다.


문이 쿵 닫히는 소리를 뒤로 하고 차고 쪽으로 몸을 향하려니
"키 가지고 나왔어?" 하는 짝지의 외침.
"아니, 암것두 안 들고 나왔는데?"

 

뭥미

 

헛... 
키를 아무도 안 들고 나온 상태에서 현관문 배꼽을 안에서 누르고 문을 닫은 겁니다.
현관에는 잠금장치가 세 군대 설치 되어 있는데 그중 맨 아래 손잡이는
안에서 배꼽 누를 수 있도록 된 잠금장치라, 귀찮을땐 종종 키를 사용치 않고
그 배꼽만 안에서 누르고 나오기도 하거든요.


사실 이렇게 키를 안에다 둔채 문을 잠그는 대형사고를 대비해 가능하면 키를 사용해오곤 했는데
그날따라 일이 꼬이려 그랬는지, 평소답지 않게 짝지가 배꼽부터 대번에 눌러놓은 겁니다.
그리고선 새로 키홀더를 바꾼걸 깜박한 채 전에 쓰던 빈털털 키홀더를 달랑 들고
나온거 아니겠어요. 헐.


에고, 영화는 고사하고 이거 둘이 밤새 길에서 헤매게 생겼습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비상키가 맡겨져 있는 시어머니 마져도 키를 지니고
위슬러 리조트에 며칠 여행가셔서 안계신 상태.


근방 샤핑센터며 일반 상점들은 이미 다 문을 닫은 늦은 저녁시간이라
locksmith(자물쇠 수리공)  찿기도 힘든 상황였습니다.


할수없이 셀펀으로 구글하여 연결된 락스미쓰와 통화를 한 즉,
시간대도 그렇고 장거리 출장인 셈이라 기본요금 헉 $300에 소요시간과 상황에 따라서 추가요금이 부과될 거라며
비자카드로  기본요금을 일단 선불 받아야 한다는 겁니다.

 

비자카드는  집안에 두고 나왔으니 문이 열려야 카드결제를 해도 하는거 아니냐니까,
영 못미더워 하는 기색입니다. 
거금도 거금이려니와 돈부터 내놓으라는 요구가
영 미덥지 않은 느낌이 들어 걍 안하기로 했습니다.

 


궁리끝에 옆 이웃 현관을 두드려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무슨 방법이 없겠냐고 물었더니
키구멍을 뚫어 어쩌구 저쩌구 해보라며 묵직한 드릴세트를 건네줍니다.
에고, 무겁기는 얼마나.


암튼 그 동네 떠나갈 듯 요란한 소리가 무색하게

구멍은 커녕, 둘이서 열심히 키구멍에 반짝반짝 광만 내고 있는 양이 돼버렸습니다.
머리를 맞대고 땀을 뻘뻘흘리며 한 삼십분 덜덜거리다 결국 포기하고
친구들을 몇몇 불러내기로 했습니다.


아, 역시 친구가 최고여!
못, 클립, 와이어서부터 드릴, 배터리, 망치, 플래쉬...
집안에 있는 공구란 공구는 모조리 긁어 후다닥들 달려옵니다.

 

완전이뻐


핀셋형태의 우람한 도구로 마치 문따기 전문가 포오즈로 콕콕 찔러대는 모습도 보이고,
쾅쾅 망치로 두드리는 소리도 나고, 웅웅 드릴 소리도 다시 또 들리고....
에고 저러다 이웃에서 소음죄로 신고들어가겠네....
작은 문고리 하날 덩치 큰 세 남자가 붙들고 머리 맞대며 궁리하는 모습이 귀엽기까지 합니다.
아뉘, 남학생덜 고딩 applied skill 시간에 교사덜은 도대체 멀 가르치는거여. 컥.


와우~  드디어 문 땄따~~~


에고 에고...  문 손잡이에 자리에 주먹만한 구멍이 휑하니 나 있습니다.
그 구멍사이로 바람이 솔솔 들어오는 듯 보입니다.
까잇것 구멍이 대수여, 길바닥에서 안 줌시게 생긴 것만 해도 다행이지.


“역시 너희덜 밖에 없다 최고여 최고!”
“우리가 특별히 한게 있나 뭐, 걍 손잡이 마구 두드려 떼어낸거 밖엔, 큭큭.”


그래도 그게 어디여요,
문고리 떼어낼 엄두조차 못낸 저와 짝지보다야 훨씬 용감치.


그리하야 드디어 홈 스윗 홈, 집안으로 입성하니 밤 11시가 넘어갑니다.
문에 구멍내느라 고생한 짝지와 친구녀석들에게 와인 한잔씩을 돌려놓고,
야덜아 나 먼저 이뽈닦구 잠자리에 드간다~ 
땡큐. 긋 나잇~

 

잘자

 

 

 

날씨가 유난히 좋기에 점심 브레잌때 잠시 근처 물가로 나가 꼬마들을 렌즈에 몇몇 담아봤습니다.

 

 

 

 

 

 

 

 

 

 

 

  

 

 

 

 

 

 

 


 

 

- 엘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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