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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온 뒤 별거하기로 했다는 수화기 저편 그녀 목소리가 울음에 젖어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누구 잘못인지, 그녀는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고, 남편과 나는 왜냐고 묻지 않았다. 당사자들 외엔 아무도 알 수 없는 부부간 일이기에, 어차피 들어봐야 한쪽 이야기일 뿐이기에. 그래도 우리 마음은 그녀가 아닌 그 남편 편에 벌써 가 있다. 차가우리만치 이성적인 컴퓨터 엔지니어 브리티쉬 남성과 지극히 보히미언적 감성파인 연예계 분장사 캐네디언 여성이 만나 함께 연출하는 동갑내기 삶은 올록과 볼록이 만나 완벽한 하나를 이루는 모습이었다가도 ±0.5도 서로의 뜨거움과 차가움을 견뎌내지 못하는 물과 기름 모드이기도 했었다. "그 사람 너무 차가워...." 란 그녀의 불평에 "네 남편 같은 사람이 어디 있다고. 네가 잘해야 해." .. 더보기
우리 가족이 살 곳은 어디에 일본인 엄마가 초등학생 어린 세 자녀를 이끌고 캐나다로 넘어와 난민신청을 했다. 아랍인인 아버지는 가족과 함께 오지 못할 사연으로 홀로 일본에 남아 있었다. 남편의 독립필름 다큐 작업을 계기로 접하게 된 이 가족의 난민 사연은 우리 부부를 안타깝게 만들었고, 우린 그들 케이스.. 더보기
8년만의 결혼 드디어 결혼 날짜를 잡았고, 마침내 백년가약을 맺었다. 마치 영화 속 해리와 셀리처럼 8년간 관계가 딱 그쯤 되었던 그들이 급기야는 "I do!" "I do!" 이래가며 드디어 합법적 부부로 관계 업그레이드를 한 것이다. 학생 때부터 단짝이던 그들, 얼마간은 친구였다가, 얼마간은 연인이었다가, .. 더보기
그녀의 노우즈 잡 두 달간의 여름방학이면 더 오뚝한 코와 더 큰 눈을 만들기 위해 자국이나 특정국을 방문하는 학생들이 더러 생기곤 한다. 이 중엔 90%가 아시아계 학생들이고, 특히 한국 학생들이 다수라 해도 크게 틀리진 않을 것이다. 급우를 따라 성형 선진 한국을 다녀오는 중국계나 일본계 학생들도.. 더보기
사고뭉치 아내 이른 저녁을 마치고 티비 앞에 막 앉으려니 띠릿 남편 휴대폰에서 메시지 도착 신호음이 들린다. 휴대폰을 잠시 들여다보던 남편은 갑자기 어딘가에 전화를 걸기 시작한다. 누군가와 통화 연결이 되고 통화 시간이 점점 길어지면서 얼굴에 조금씩 심각한 빛을 비추기 시작하더니 펜을 집.. 더보기
시어머니의 유언장 재작년 시아버지가 심장병으로 돌아가신 후 더욱 활발해진 시어머니의 커뮤니티 봉사 활동과 친구 모임에 가족들은 내심 안도하는 마음이었다. 그러던 그분이 요즘 들어 부쩍 외로움을 호소하신다. 우리 부부 주말이면 당신과 함께 저녁 시간을 보내다 오곤 하지만 반쪽을 먼저 보낸 후 .. 더보기
악몽의 주말 지난 금요일, 중간 휴식 중 사용할 일이 있어 USB 메모리스틱을 찾아 손가방 안으로 손을 넣었다. 가방 속 내용물이라 봐야 뻔한 것들이라 눈 감고도 손을 넣으면 잡혀야 할 물건이다. 그런데 USB주머니가 만져지지 않는다. 거꾸로 탈탈 털어봐도 없다. 어디에 두었을까. 물건을 쉽게 흘리거.. 더보기
레이븐, 해와 빛을 훔치다 아주 오랜 옛날에는 세상에 빛이란 게 없어 천지가 온통 캄캄했다는데 그때에 태어났더라면 지금처럼 성형이니 화장이니로 외모 꾸미기에 목숨 걸 일이 없지 않았을까. 다음 스토리 "레이븐(까마귀)이 해와 빛을 훔치다"는 캐나다 북서부 원주민의 하나인 Haida Gwaii(Queen Charlotte Islands) 사.. 더보기